5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 봉하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한 뒤로는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던 봉하 마을입니다. 가서 보니 지난 4년 동안 크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새로 들어선 건물이 많았으며 노무현 생가도 복원이 돼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관광버스가 여럿 들어와 있었으며 이동식 탁자를 펼치고 술판을 벌이는 장면도 눈에 띄었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도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먼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만나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처음 만났는데, 인상이 선량하고 겸손함이 몸에 익어 있었습니다. 가볍거나 날리지도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관광버스 봉하 마을 찾은 최고 기록은 하루 308대라고 했습니다. 5월이 아니라 4월에 나온 기록인데요, 사자바위를 지키는 전경이 헤아린 숫자랍니다. 4월에 찾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요, 5월은 오히려 줄었다고 합니다.

버스 옆을 눈여겨 보면 싣고 온 탁자를 펴서 차린 술판이 있습니다.

복원된 노무현 생가를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들.


그이는 봉하 마을을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 나간다고 했습니다. 필요한 건물이나 시설은 둘레 풍광이랑 어울리게 배치하면서 들이세우고 장터도 만들어 지금은 흩어져 있는 노점들을 한 군데 모은다고도 했습니다.

길도 계속 다듬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체를 '대통령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해 1차로 '봉화산 길'을 냈고 올 5월 14일에는 2차로 '화포천 길'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둘을 이어서 걸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마을 위쪽 저수지가 있는 뒤로도 산길이 있는데 앞으로는 여기에도 줄이어서 길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갈대와 물억새가 우거진 데가 있었는데 물길 공사를 하면서 망가졌다가 지금 복원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산에서 온 대학생과 얘기하는 김경수 사무국장.

페이스북친구들 등에게 대통령의 길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수 국장.


그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이 일을 했다고 했습니다. 경호원들과 함께 장화를 신고 톱과 괭이를 들고 산에 올라가 길을 나무 둥치를 자르고 가지를 치고 땅을 팠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사람 다니던 길이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다니지 않아 다 막혀 버렸는데 이렇게 해서 길을 새로 열었다고 했습니다. 봉화산에 있는 산길이 이제는 모두 통하도록 돼 있다고 했습니다.

또 사자바위 있는 데는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여기는 알리지 말고 우리끼리만 다니자"고 한 장소인데, 지난해 봉화산 길을 열 때 먼저 포함시켰다고도 했습니다.

김경수 국장은 또 화포천을 살리는 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몸소 나섰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깨끗해졌지만 2008년에는 쓰레기가 엄청 많았다고 했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몰래 갖다버린 쓰레기,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 법으로 금지했지만 실제로는 쓰고 있었던 그물들까지.
어떤 때는 하루에 네 번 그물을 찾아내기도 했답니다.

그 때마다 칼로 그물을 찢고 물고기를 풀어준 뒤 김해시에 전화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물고기는 그물 하나에 보통 20~40마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추모의 집 앞에 마련된 시설에서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 왼쪽에 노무현 웃는 그림이 있습니다.

추모의 집 영상실 들머리. 여기서는 노무현 생전 연설과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어울려~~"


저는 김경수 국장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무현의 미덕을 하나 더 알게 됐습니다. 저는 그동안 노무현의 첫째 미덕은 대통령 당선 자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비주류와 소수임을 포기하지 않고 이룬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미덕은 그이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이라는 점에 있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그이 말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람이라 해도 괜찮을 존재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런 미덕에 이번에 김경수 국장의 말을 듣고 '능소능대(能小能大)'를 노무현의 세 번째 미덕으로 더하게 됐습니다. 능소능대란, 능히 작아지고 능히 커지는 것인데요, 달리 말하자면 작을 때는 작고 클 때는 크고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능소능대는 이른바 군자의 덕목이기도 합니다. 크고 좋고 빛나는 일만 잘하고 좋아해서는 군자라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그맣고 어렵고 때묻는 일이라도 주어지면 기꺼이 해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고무 장화를 신고 목장갑을 끼고 호미나 낫이나 톱이나 괭이를 들고 나가 노동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많고, 그렇게 시키기만 한들 누구 하나 잘못이다 할 사람이 없는데 말입니다.

저조차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그냥 말로 하겠지, 이렇게만 여겼을 따름입니다. 본인이 몸소 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가요? ^^)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이 있겠지만, 저는 이처럼 봉화산 산길 내는 일이나 화포천 청소하는 일, 그리고 봉화 들판에서 유기농을 하는 일을 본인이 생색내기 수준을 넘어서 몸소 적극 나서서 했다는 점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거제에 생가가 있는 누구처럼 대통령 노릇 그만둔 뒤에도 끊임없이 보도 매체를 통해 세간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실천이 가장 힘이 세다는 사실을 저는 알거든요.

진리로 가는 길이 이 길이다 하고 천번만번 떠들어대는 것보다 바로 그 길로 두말없이 걸어가버리는 것이 훨씬 힘이 세다는 얘기입지요. 그렇게 떠들어대는 이들은 대부분 사기꾼이거나 자기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겁쟁이일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노무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쩌면 노무현에게는 대통령이나 농부나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크고 농부는 작다, 대통령이 하는 일은 중요하고 농부가 하는 일은 사소하다 이런 구분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노무현은 능대능소했습니다. 게다가 클 때도 뻐기지 않았고 작을 때도 움츠리지 않았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비주류로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괴물이나 로봇이 아닌 최초 인간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못지 않는 훌륭한 미덕입니다.

물론 여기에 더해 부쟁선(不爭先)까지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 부쟁선도 군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요, '앞(先)을 다투지(爭) 않는다(不)'는 뜻이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상대방에게 역부족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가 경쟁을 그것도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더욱 키우는 한-미 FTA를 추진한 사실을 두고 해보는 생각입니다.

만인을 경쟁으로 내몰고 대부분을 파멸로 이끄는 한-미 FTA의 속성을 알면서도 그게 대세이며 그 경쟁에서 탈락하는 이들에게는 복지를 강화해 실행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다가설 문제는 아마 아닐 텐데 말입니다.

김훤주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 봉하마을
도움말 Daum 지도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몰 아이폰용 이동식 OTG 젠더 B타입 외장메모리 + C PIN 커넥터 + 5 PIN 커넥터 + 벨벳 파우치, 32GB 오뚜기 고시히카리... 아디다스 쿼드큐브 운동화 EH3096 유한킴벌리 덴탈 마스크, 50매입, 1개 샌디스크 iXpand Mini 아이폰 OTG USB, 256GB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저녁노을 2011.05.22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월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그리운분입니다.

    내일..봉하마을 간다고 하던데..
    따라가고 싶어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1.05.23 0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리우신가 보네요~~ 따라가시는 것도 좋지만 혼자든 둘이든 그냥 마음 내키실 때 가셔서 보고 누리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고맙습니다.~~~~

  2. 보리심 2011.05.23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계위인전기 어디를 봐도 역경에 처했을 때에 이를 극복하고 이겨낸 인간승리의 스토리가 바로 위대한 위인들의 이야기로 우리들과 우리들 2세에 귀감이 되어왔다. 그리고
    우리들이 어릴 때에 제일 먼저 읽게하는 것도 바로 고진감래 스토리의 위인전기이다.

    그럼에도 일국의 대통령이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패배주의적 사고를 전국민에게
    몸소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크고 성공한 치적이 있다손 치더라도 전국민 특히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는 인내 보다는 포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주어진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스스로 죽이는 자살은 살인행위다.
    자기자신을 죽이는 것도 살인행위다. 스스로 만든 생명이 아님에도 어찌 죽인단말인가.
    그래서 기독교나 카토릭 그리고 불교 등 종교의 원리에도 자살을 죄악시하고있다.

    대통령의 한마디, 작은 움직임 하나도 일반사람과 다르다. 작은 행동도 전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럼에도 생명경시사고를 전국민에게 전파한단 말인가?
    도룡뇽 살리겠다고 자신의 생명까지 불사하겠단 사람들은 사람의 생명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자살은 미화되어서는 안되고, 자살한 자는 어뗜 경우든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연약한 국민, 연약한 젊은이들을 만들어서 아니될 것이다.
    내 자식 내 후손들은 절대로 자살하게 가르쳐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참기어려우면 스스로 죽어라고.

    • 올커니 2011.05.23 1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식들에게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어찌 가르칠 것인가? 학교에서 왕따당하면 자살하라고? 살다가 어려운 역경에 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좌절과 포기하라고. 역대의 위인들의 전기는 모두 잘못된 인생들이라고? 또한 그러한 것을 몸소 보여준 대통령을 존경하라고?.

    • 길냥이의 하루 2011.05.25 0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자살이었을까...?

  3. 22 2011.05.23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2월드컵때 축구사랑없는 비이성적 붉은악마 응원이나 진실인지 뭔지도 모르고 그것이 도덕적으로도 맞는지도 고려 안은채 무조건적으로 추종한 황우석 신드롬 때나...좀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삽시다. 얼굴 이쁜거랑 몸매 잘빠진건 엄연히 별개의 문제지 얼굴 이쁘다고 몸매까지 묻어간다면 그건 비이성적 판단이다. 냉정하게 바라봐라. 죽음은 애석하나 독립운동하다 전사한것도 아니고 비리로 어수선한 시국에 자살한것인데 왜이리들 난리법석을 떠는지....그리고 중요한건 그도 썩어빠진 정치인에 불과하다. 아무리 봉하마을에서 밀집모자 덮어쓰고 있었다해도....그거알지 세상에서 젤 더러운곳이 사람사는곳이고 그중에서 가장 더러운곳이 정치판인거....그것도 정치가 시작된 그날부터..

  4. 방자 2011.05.23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쭈구리 축 사망

  5. 보라매 2011.05.26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마음입니다.

    근데 상도동에 짓는다는 무슨 기념관은 법적으로 나랏돈이 몇십억 들어갈 수 있다는데,
    진짜 그런 법이 있는지 아세요? 전 도무지 이해가 안되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