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내가 신나게 놀아야 겠다고 결심한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11. 1.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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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명소를 찾아 일출을 보며 한 해 소망을 빈다. 또 담배 끊기, 1년 간 책 100권 읽기, 아침형 인간 되기, 살 빼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육식 안 하기 따위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신년 계획이라는 걸 세워본 기억이 없다. 해맞이 명소도 찾은 적이 없다. 1월 1일 전후가 대개 연휴다 보니 작년에는 지리산, 올해는 마이산 등산을 했지만 일출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유물론자이며 무신론자다. 소망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빌어야 할 지 모른다. 2010년 12월 31일의 태양과 2011년 1월 1일의 태양이 다른 점을 인정할 수 없다. 달력은 그냥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숫자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매년 새해 시무식을 마친 후 전 직원이 모여 앉아 떡국을 먹는 행위도 못마땅했다. 더 맛있는 걸 먹으면 안 되나? 떡국 먹는 게 우리의 풍속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굳이 먹으려면 음력 설에 맞춰 먹어야지 왜 신정에 먹느냐 말이다. 마찬가지로 양력 1월 1일이 되자마자 토끼해니 신묘년이니 떠들어대는 언론도 웃기기 짝이 없다.

2010년 태양이나 2011년 태양이나 다를 게 뭐 있나?


이렇게 보면 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올해는 연초에 자못 비장한 결심을 한 가지 했다. '신나게 놀자'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기자들도 신나게 놀게 하고, 우리 독자님들도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저 친구가 미쳤나? 놀기만 하면 일은 언제 하고 어떻게 먹고 살아?'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내 말은 '재미있는 일을 찾아 슬렁슬렁 놀이처럼 하자'는 말이다. 너무 근면·성실하게 살지 말자는 것이다.

마침 엊그제 읽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에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수많은 처세술 책에서 권하고 있는 '아침형 인간'을 이렇게 비판했다.

"아침형 인간이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적 논리를 떠나 아주 구체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성공한다면, 남산 약수터에 새벽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이어야 옳다. 아닌가? 허나 그들 중 절반은 환자다. 새벽부터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솔시레파미레도'다. '물만 먹고 가지요'란 이야기다. 그런데도 새로 지자체장이나 CEO가 부임하면, 출근시간부터 앞당기며 모든 구성원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한다. 아, 정말 이건 아니다."

맞는 말이다. 특히 신문사와 같은 기획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조직에서 '근면·성실'은 정말 아니다. 내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지는 김정운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그래서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21세기, 우리 앞에 정해진 길은 없다. 20세기까지 우리는 미국, 일본이 앞서 간 길을 쫓아가기만 하면 됐다. … 이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리 앞에 정해진 길은 없다. … 새로운 길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만 찾아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된 영역이 예술이다. 근면·성실하기만 한 예술가를 봤는가?"

그래서 결심했다. 우선 나부터 올해는 휴가를 팍팍 쓸 예정이다. 벳푸온천도 가서 놀고, 앙코르와트 구경도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기자들의 휴가계에 서명할 때 만면에 웃음을 띠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다 읽은 김정운 교수의 책은 '투쟁도 신나게 놀면서 하라'는 의미에서 노동조합 표세호 지부장에게 선물했다.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으로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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