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대중의 관심과 우석훈의 '무관심'

김훤주 2010. 6. 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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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야당 승리 여당 패배로 마무리됐습니다. 더욱이 경남에서 도지사 선거는 무소속 김두관 야권단일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밀어젖혔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사람들이 여러 모로 원인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한겨레> 6월 4일치 3면 '6·2선거가 남긴 것 - 젊은 피의 힘' "오후 2시 넘어서며 이상했어요… 20대가 하나둘씩…"입니다.

여기 보면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낸 우석훈이 나옵니다. 20대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에 많이 참여한 까닭을 풀이하는 대목입니다.

"우석훈 2.1 연구소장도 '4대강과 같은 이슈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사실 20대의 감성을 많이 건드리는 이슈'라며 '한나라당은 북풍몰이와 전교조 죽이기에 골몰했을 뿐, 20대들이 원하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집니다. "우석훈 소장은 '단정하긴 이르지만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진행한 20대의 역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5월 31일 경남 마산에 우석훈 교수가 특강을 왔고, 마치고 나서 마련된 블로거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는 완전 상반된 얘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복장이 소탈한 우석훈. 5월 31일 경남대 김용기 교수 연구실에서.

여기서 우석훈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하면서 "여당 압승 야당 참패"라고 단호한 말투로 단정했습니다. 김두관에 대해서도 "나름 선전이지만 결국 질 것이다"고 했습니다.

우석훈이 이리 말하면서 까닭으로 든 것이 바로 '무관심'이었습니다. "대중들은 무관심하다." <한겨레>에서 20대의 관심을 분석하는 우석훈과는 아주 딴판이지 않습니까?

우석훈은 같은 자리에서 대중이 무관심한 까닭을 풀었습니다. 민주당 같은 야당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대중이 무관심으로 반응하고 그것이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김용기 선생 연구실 간담회 자리 발 둘레만 찍어봤습니다.

"야당이 자기 정책 없이 집권 여당을 두고 나쁘다고 하는 것만 갖고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에게 과연 집권할 생각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설득 당하지 않는다."

"'별것 없잖아?' 하는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책도 못 내 놓는 야당보다 더 똑똑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어설픈 집권보다는 낙선하고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정책 같은 거를……."

"대중은 생각보다 무관심하다. 'KBS가 정권한테 장악됐다'고 해도 '뭐가 다른데? <추노> 재미 있잖아?' 이러고 만다."

"20대, 88만원 세대는 마음이 착하고 변화할 여지가 있다. 50대가 문제다. TK(50대)도 문제고 서울(50대)도 문제다. 서울 토박이를 '빽구두'라 그러는데 이들이 더 문제다."

대중의 관심이 우석훈의 '무관심'을 뛰어넘었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우석훈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대중이 우석훈을 갖고 놀았습니다. 이렇듯 전체로서 대중은 언제나 전체로서 지식인을 넘어서 있습니다. 

선거 결과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엉뚱하게 나왔다 해도, 적어도 이런 정도는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생태요괴전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우석훈 (개마고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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