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블로그도 열심히 하면 직업이 된다

기록하는 사람 2010. 5. 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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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10년 하면 직업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6년밖에 안했는데 이게 직업이 되었으니까요."

생태전문 블로거 크리스탈(안수정) 님은 막 40대에 접어든 아줌마다. '크리스탈'은 그의 이름 '수정'에서 따온 것이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남블공)와 100인닷컴이 20일 오후 7시 창원시 봉곡사회교육센터(경남정보사회연구소)에서 개최한 '시민을 위한 무료 블로그 강좌'에 강사로 나선 크리스탈 님은 생태블로그의 생태와 생태사진 촬영기법에 대해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강의를 듣고 '요리'와 '일상' 분야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했던 '와이프로거'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그는 2005년부터 네이버에 '크리스탈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2600여 건의 사진과 글을 올렸다. 주로 곤충과 들꽃, 나무, 새, 동물에 관한 내용이다.

"작년 9월에 김주완 기자와 이종은 소장의 강권에 못이겨 티스토리에도 같은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했어요. 그 때부터 두 개의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동시에 올리고 있죠." (☞티스토리 '크리스탈과 함께')

강의 중인 크리스탈 님.


그는 또한 2006년에 개설된 네이버카페 '곤충나라 식물나라'의 매니저이다. 특히 곤충에 관한 한 최고, 최대의 카페인 이곳의 멤버는 6300명이 넘는다.

"카페가 좋은 점은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나 곤충 사진을 올려놓으면 많은 전문가들이 동정(同定 : 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을 해준다는 거죠."

그는 블로그와 카페가 한 평범한 아줌마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가정 일을 하는 주부로서 블로그와 카페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생태 관련 마니아들과 곤충 관련 학계의 석·박사들, 그리고 사회 저명인사 등과 인맥을 형성하게 되었죠. 또 이를 계기로 제가 대학 90학번이니까, 20년 만에 다시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경상대학교 대학원 응용생물학과 곤충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학부와 석사 과정도 응용생물학이었으니 자연스레 전공을 찾은 셈이다. 생태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저절로 관련 일도 생겼다. 생태해설사라는 직함도 생겼고, 학생들의 생태체험 캠프나 각종 답사에 단골로 초청받는 인사가 됐다. 또 낙동강환경유역청에서 위촉한 환경강사로 학교나 단체의 강연도 다니고 있다. 생태해설사 양성과정의 강사로도 활동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블로그에 쌓아두었던 곤충과 식물 사진을 판매하여 얻는 수입도 쏠쏠하다.

"처음에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지만, 사진이 돈이 되더라고요. 과학책이나 도감, 리플렛, 학습지 등에서 사진 사용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함평 나비축제의 입장권에 제 사진이 실리기도 했죠. 보통 한 장씩 단건 판매가 많지만, 단행본 책에 실을 사진을 수십 장씩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요."

궁금했다. 얼마씩 받을까? 그래서 물었다.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줬다.

"단건 판매는 장당 5만~6만 원씩 받아요. 상업용 화장품 용기 라벨에 들어가는 사진은 10만 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세트로 팔면 좀 할인이 되죠. 얼마 전 한 출판사에 70장 세트로 250만 원을 받았죠. 그 돈은 제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고이 보관하고 있죠."

경남블공과 100인닷컴이 마련한 블로그강좌에 2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이 좋은 점은 똑같은 사진을 여러 번 계속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을 파는 게 아니라 사용권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출판사들이 블로거가 찍은 사진을 책에 실어주는 것만으로 마치 선심쓰듯 무료로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제 사진은 유료입니다. 그래도 관심 있으면 연락주세요"라고 응답한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의도 종종 들어와요. 하지만 돈보다도 더 좋은 것은 블로그를 통해 제가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제가 사회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블로그가 저에겐 친구같고 고마운 존재예요."

여기서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여기까지 듣고 난 뒤 드는 생각. '와~. 생태전문 블로그야말로 확실한 노후대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곤충과 식물은 크리스탈 님이 이미 선점했으니, 다른 틈새는 뭐가 있을까?' ㅎㅎ.

이어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한 강의로 넘어갔다. 다음은 크리스탈 님의 사진 강의를 메모한 것들이다.


"사진은 초점이 흐리면 버려야 한다. 촛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AF를 싱글 중앙초점으로 맞춰라."

"반셔터를 이용하여 구도를 잡아라. 반셔터 소리가 나면 바로 눌러라. 특히 컴팩트카메라는 셔터를 누르고 나서도 손을 움직이지 마라."

크리스탈 님이 경남블공 총무 파비(정부권) 님을 불러내 카메라에 대한 조교로 활용하고 있다.


"광(빛) 위치를 파악하고 찍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순광이나 측광으로 찍는 게 좋다. 석양에 사람의 실루엣을 강조하려면 역광이 예쁘다. 하지만 그 외엔 사람을 역광으로 찍으면 안된다.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은 측광으로 찍어 약간의 그림자를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 접사는 60mm, 곤충은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기 때문에 대개 105mm 접사렌즈로 찍는다."

"초보일 땐 P모드에 놓고 노출+-를 보정하여 찍으면 좋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선 일단 많이 찍어봐야 한다. 그리고 생각하면서 찍어야 한다. 또한 무조건 대충 많이 찍어 그 중 하나를 건지려 하기 보다는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하여 찍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담아서 찍어야 한다. 사진은 대상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빠가 딸을 찍으면 뭔가 사진이 살아있는 것 같은 것도 그런 이치다. 곤충도 사랑하고 걔들의 습성을 이해하고 찍으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온다."

다년간 환경 강사로 연단에 서본 경험 덕분인지 그의 강의는 매끄러웠고 재미도 있었다. 환경이나 생태 강의뿐 아니라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블로그 전문강사로 나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자들 중 15명이 뒤풀이에 참석해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수강료는 무료이지만 뒤풀이 비용은 1만 원씩 갹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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