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매화가 피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순천 선암사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보람도 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12일 새벽에 일찍 나섰습니다. 물론,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첫 걸음이기는 하지만 선암사와 송광사 두 군데 절을 한 날에 모두 눈에 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가는 길에 이번에 세상을 버리신 법정 스님이 송광사로 나들이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송광사가 미어터질 예상이 돼서, 송광사는 다음에 들르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선암사는 매화가 전혀 피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꽃이 몸부림치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꽃몽오리 안에서, 꽃들이, 꽃잎들이 세상으로 스며 나오려고 있는 힘껏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꽃봉오리마다 붉은 기운이 여린 핏빛으로 감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매나' 몸부림을 세게 쳐야지, 저렇게 살갗이 쓰리도록 되겠느냐 싶었던 겁니다. 하하.

(제가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나무들 그런 정황을 제대로 사진에 담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간 절간이라 여러 군데 눈길을 주다 보니 꽃과 나무에 집중을 못한 탓도 있습니다.)

눈여겨보면 가지 끝이 이미 붉어져 있습니다.


절간은 온통 이런저런 꽃나무들이 곳곳에 빽빽하게 널려 있었습니다. 길 따라 매화들이 큰 키로 줄줄이 심겨 있었는데, 나중에 제대로 꽃이 피면 절간이 통째로 꽃 배를 타고 둥둥 떠다니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12일 선암사에는 이 산수유만 꽃을 피워 놓고 있었습니다.

선암사에는 이밖에 또다른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절간 대부분은, 들머리와 둘러싼 곳곳이 소나무나 전나무나 잣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이 주를 이루는데 선암사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이 이파리를 떨어뜨리는 나무였습니다. 그윽히 바라보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저기서 뿜어나오는 이파리랑 푸르고 누런 기운이 떠올라졌습니다.

이날 제게 가장 멋지게 여겨진 풍경입니다.

씩씩합니다.


처연합니다.



사람들이 나무에 해코지를 해 놓았습니다.


단정합니다. 멀리 산이 푸근합니다. 왼쪽 은행나무가 빛납니다.


조화롭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가난합니다.


겨울에는 이처럼 시리면서 시원한 기운을 머금을 테고요, 또 줄기는 자기 몸통을 전혀 가리지 않은 채로 가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요. 봄에는 무슨 기름칠한 것보다 더하도록 밝게 빛이 날 것 같았습니다.

여름에는 어떨까요. 여리고 밝은 신록을 떨치면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어쩌면 서늘할 정도로 짙은 그늘을 만들어 무더위 한가운데로 밀어넣어 주지 싶었습니다.

가을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고창 선운사에 가 본 적이 한 번 있는데, 하늘하늘 단풍이 얇고 가벼워 마치 투명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선운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다음에 다시 오면 이렇게 철 이르게 오기보다는 때맞춰 와야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리저리 거닐면서 두 시간은 좋이 보냈습니다. 머리로 마음으로 그려보는 꽃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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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 선암사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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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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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gsim1 성심원 2010.03.18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까운 곳에 있다는 까닭에 자주 찾기도 했지만 실제는 그런 지리적 친근함을 떠나 좋고 좋은 곳입니다.
    님 덕분에 산속에 들어 법문을 듣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t__nil_login=myblog 실비단안개 2010.03.18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길 수고하셨습니다.
    한 번도 대한적이 없는 풍경이기에 제 마음대로 매화를 피웠습니다.
    매화 있는 풍경에 추가합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3.18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철마다 찾아가 볼만한 절간이던데요.

      스님들은 별스럽지 않았습니다만. ^.^

      나중에 부부 동반으로 꽃구경 한 번 다녀오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3. Favicon of http://blog2.cctoday.co.kr 꼬치 2010.03.18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향기처럼
    지금 기자님의 마음이 전해져옵니다.
    잘 되시길 빌어요.가능한 안에서요~

    제게 선암사는 '뒤깐'으로 남아있습니다.
    문화재 화장실.
    입구에 써진 글씨가 해우소일줄 알았는데
    '깐뒤'처럼 보여서 뭔가 했었죠.
    좌측부터 읽으니 해결이 됐어요.
    안에 들어가서 볼일볼때는 그 뻥뚫린 느낌이라니^^
    우리 인생사도 그렇다면 좋으련만...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나는군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3.18 1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당~~

      선암사 뒷간은 따로 올렸습니다. 하하.

      뒷간에서 똥을 누는 호사를 누렸는데, 똥구멍이 시원하더구만요.

      저도 꼬치님 잘 되시기를 빕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bloodlee 흙장난 2010.03.18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젤로 좋아하는 절이 선암사라 무척 반갑습니다.
    선암사는 늦봄에서 초여름에, 또는 한여름에 찾아도 좋습니다.
    늦봄에서 초여름은 나무새잎의 연두가 이쁘고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한여름에는 푸른 나무와 꽃나무들이 눈을 맑게 해줍니다.

    선암사를 한 여름에 찾으면 받는 느낌은 절이라기 보다는
    부잣집 한옥에 온 느낌입니다.
    꽃과 나무가 많아서.

    저는 아직 남들이 충분히 이쁘다라고 하는 것에만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배우고 갑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겠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3.18 1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자집 한옥,, 그럴 것 같네요.

      그런 풍성한 느낌이 있었지요.

      흙장난님 쓰신 제일 마지막 대목은 제 거짓부렁에 속아넘어가시는 바람에 생긴 것 같습니다만.

      저도 이번에 갔다가 너무 허전해서 이렇게 상상해본 것처럼 적었습니다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