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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시장님의 출판기념회에 가봤더니…

기록하는 사람 2010. 2. 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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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개인블로거가 정치인 행사 취재하는 까닭'에서 말씀 드렸듯이 27일 오후 4시부터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황철곤 마산시장의 <우산 받쳐주는 시장>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황철곤 마산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난 9년동안 연속 세 번째 시장으로 재임해왔으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3선연임 제한규정에 묶여 자칫 출마하지 못할 상황에서 마산-창원-진해시가 통합됨으로써 마창진 통합시장 선거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책 2권을 출판한 적이 있지만, 출판기념회는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의 신분으로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민폐'나 '관폐'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다릅니다. 그들은 어쩌면 책을 펴내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 출판기념회를 하기 위해 책을 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행 선거법상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대규모 행사를 열어 마음껏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란 사실상 출판기념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연 그런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행사장인 마산실내체육관에 도착한 것은 10분 전인 3시 50분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승용차가 몰리는 바람에 행사장 인근 도로는 약간의 정체현상까지 보이고 있었습니다.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는 두 개의 천막에서 방명록을 받고 있었는데, 그 아래 계단에서는 경남도교육감 예비후보인 박종훈 현 교육위원이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자신의 명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떤 행사장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만나야 하는 게 후보의 자세인 듯 합니다.


방명록을 받고 있는 천막 바로 앞에서도 어떤 젊은이가 열심히 명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황 시장 명함인가?'하고 받았더니 웬걸, 황 시장과 통합시장 선거 한나라당 공천에서 강력한 라이벌 중 한 명인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의 명함이었습니다. 직접적인 경쟁자의 행사장에까지 참석해 명함을 돌리는 저돌적 자세였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쪽에서 방명록을 받고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출판기념회는 방명록을 받는 곳에서 책을 함께 판매하는 게 아니라, 책을 파는 곳은 위에 따로 있었습니다.


황철곤 시장의 출판기념회장에서 그의 직접적인 경쟁자인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의 명함을 받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명함을 돌리고 있는 젊은이는 전수식 전 부시장의 직계가족(아마 아들?)으로 보였는데, 혹 전 부시장도 왔나 싶어 둘러봤더니 그는 없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앞서 다른 장소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홍준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에 참석하고 있었더군요.)

이처럼 방명록을 받는 곳에선 그야말로 방명록만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방명록을 받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저렇게 하늘색 어깨띠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책을 파는 '도서판매대'입니다. 1권에 1만 원입니다. 이렇게 방명록 쓰는 곳과 도서판매대가 따로 있기 때문에 굳이 참석자 모두 책을 사야한다는 부담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행사장 안에는 책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보였습니다.


현직 시장의 출판기념회여서 그런지 현직 공무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황 시장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정만 STX조선기자재 공장 반대투쟁위원회로부터 원흉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정규섭 비전사업본부장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황철곤 시장은 행사장 입구에서 입장하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황 시장 옆에는 그의 아내와 딸도 함께 도열하여 입장하는 이들에게 인사들 드리고 있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 되었지만, 황 시장과 악수를 하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은 아직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그날 행사에서 책은 얼마나 팔렸을까요? 참석자 2000여 명이 모두 한 권씩 샀다면 2000만 원이 되는데, 과연 행사비용이나마 뽑을 수 있을까요?


행사장 바깥의 대형 펼침막들입니다.

자, 이제 저도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풍풀패의 연주가 막 끝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곡이 시작됨을 알리는 여성 사회자의 안내말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거대한 로봇 모형과 걸어다니는 로봇도 있었습니다. 그건 직접 제작했을까요? 아니면 어디서 빌린 걸까요?


자리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찼을 무렵에 찍은 사진입니다. 직접 세어봤더니 줄잡아 2000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출판기념회 진행은 성우 배한성과 이름을 모르는 한 여성이 맡았습니다. 배한성 씨는 황 시장이 함안군수를 할 때 알게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행사 시작과 함께 아이와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황 시장의 훌륭함을 알리는 단막극이 있었는데, 중간에는 남녀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객석을 휘젓고 다니는 퍼포먼스도 있었습니다.


전 경남대학교 총장이자, 경남신문 회장이었던 이순복 씨가 황 시장의 책에 대해 긴 서평을 해주었습니다. 객석에서는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며 불평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 김재경 전 경남도당위원장(국회의원)이 황 시장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축사를 해줬습니다.


앞서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의 출판기념회에서 '의미 심장한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배한성 전 창원시장도 사회자의 호명에 의해 불려나와 축사를 합니다.


이어 주인공인 황철곤 마산시장이 팡파레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의 인사말을 그야말로 '출사표' 또는 '선거유세'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 내용은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황 시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렇게 객석이 썰렁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따로잡지 못했지만, 자신의 의정보고회를 마치고 뒤늦게 참석한 안홍준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 역시 즉석 축사를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서울에서 온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모두 5명이었는데, 제가 아는 가수는 "꽉 낀 청바지 갈아입고 거리로 나섰네"라는 노래를 부른 한혜진 씨뿐인 듯 했습니다.


한혜진 씨가 예의 그 '청바지 갈아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니 시간은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정도의 행사를 치러내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무대시설이나 조명, 음향장치, 사회자, 행사보조요원 등으로 보아 아마도 이벤트 기획사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과연 책을 얼마나 팔아야 이날 행사비용을 충당할런지 약간 걱정이 되더군요.

오늘은 우선 황철곤 시장 출판기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진행순서를 알려드렸습니다. 앞으로 두 세 번 더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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