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모바일 뉴스까지 네이버가 장악하나

기록하는 사람 2009. 12. 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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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의 일이다. '아이폰 전도사'라 불리는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이 한국언론재단과 한국디지털뉴스협회 초청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 땐 아이폰이 아직 국내에 출시되기 전이었다.

이찬진 사장은 PC 기반 인터넷에서는 포털이 뉴스 유통의 주도권을 장악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절대 그렇게 되어선 안 된다며 이렇게 충고했다.

"네이버에 스마트폰 콘텐츠를 주는 것은 옛날에 PC에서 당한 것과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겁니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게끔 뉴스를 포털에 넘겨주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에서 '신문이 왔습니다' 하는 것만 알려줘야 하는데, 여러분이 제공한 뉴스를 가지고 '주식이 올랐습니다', '내일 태풍이 옵니다',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는 식으로 변형해서 유인제도를 쓸 수 있거든요. 그런 권한을 주시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신문사들이 직접 혼자 하시든, 뭉쳐서 하시든, 언론재단이랑 하시든 뭘 하셔도 좋은데 그건 (포털에) 주시면 안 됩니다."

신문사 뉴스저작권 담당자들에게 스마트폰을 설명하고 있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나아가 그는 포털에서 제공받은 뉴스를 제목과 섬네일(축소 사진)만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것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출시된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고, 삼성 옴니아2를 비롯한 유사 스마트폰들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뉴스를 구독하고 블로그와 카페를 이용하며, 동영상과 만화, 소설 등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위력은 단지 기존 PC 기반의 인터넷 웹페이지를 휴대전화 화면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아니다. 그건 스마트폰이 아니라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폰이라면 아무거나 가능하다. 게다가 그렇게 보는 건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에 적합하지 않다. 실제 사용해보면 너무 불편해 아무리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 없다. 그런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해결해 휴대전화 화면에 최적화시킨 것이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이찬진 사장의 강의가 끝난 후 한국언론재단 선상신 연구이사가 이렇게 물었다.

"모바일 뉴스 유통시장이 새로 열린다 해도 사용자들이 모두 (휴대전화에서도)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게 되면 PC 웹이나 똑같은 상황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이찬진 사장이 대답했다.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왜냐면 풀브라우징(기존의 PC웹브라우저 인터넷을 동일한 형태로 보는 것)은 너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스마트폰 어플로는 포털에 뉴스를 주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찬진 사장과 선상신 연구이사의 우려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출시되자마자 네이버가 재빨리 아이폰용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자신의 플랫폼으로 모바일뉴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아이폰뿐 아니라 윈도 모바일용 어플까지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아이폰 국내출시에 맞춰 재빨리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모바일 뉴스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나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 포털 다음의 모바일웹 서비스에 대해 내 블로그에 콘텐츠 저작권 문제를 언급한 바 있는데, 네이버는 거기서 이미 한 발 더 나아가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웹 콘텐츠 저작권 누구에게 있을까) 이대로 가면 PC웹 뉴스 시장을 장악한 포털이 모바일 시장까지 장악하게 된다. 신문사로선 실로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PC와 모바일은 엄연히 다른 플랫폼이며 별개의 시장이다. PC웹에서 뉴스 제공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해도, 모바일과는 달리 해석해야 한다. 포털이 은근슬쩍 포괄적 계약서 조항을 넣어놓았다면 법적 소송을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뉴스에도 엄연히 저작권이 있다. 뉴스를 생산하는 신문은 고비용 산업이다. 하지만 포털 중심의 왜곡된 유통구조로 인해 뉴스라는 생산품의 부가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뉴스 플랫폼인 모바일 시장마저 포털이 장악해버린다면 신문은 설 땅이 없다. '사회적 공기'로써 신문이 사라진 자리엔 말초적 흥미만 자극해 클릭수를 올리려는 '뉴스 장사꾼'들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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