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직장인 김욱, 그가 시사블로거로 나선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09. 7. 29. 16:21
반응형
"대학생 시절 집에서 구독하는 조선일보를 읽으면서 나와 다른 생각으로 가득찬 기사에 아무런 반론을 할 수 없다는 데 대해 화가 났다."

직장인 블로거 커서(김욱·블로그 거다란닷컴 운영자)는 지난 23일 경남도민일보 주최 블로그 강좌를 이렇게 시작했다. 조선일보에 반론하기 위해선 기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는데, 기자가 되려면 대학을 나와 언론고시를 통과해야 하고, 입사 후에도 일정 기간 도제식 훈련을 받아야 하는 한국 언론의 장벽에 절망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90년대 말 대중화하기 시작한 인터넷이 그에게 희망을 줬다. 블로그라는 개인미디어 도구가 나오기 전까지 그는 주로 신문사 홈페이지 토론방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했다. 그는 당시의 자신을 '찌질이 댓글러'였다고 표현했다.

내가 블로거가 된 이유는 "신문에 대한 절망"

경남블로그 강좌에서 강의 중인 블로거 커서.


이후 블로그라는 미디어도구가 발명되면서 그는 본격적인 인터넷 논객이 됐다. 물론 처음엔 쉼표나 마침표도 없고 문단 나누기도 제대로 안된 글을 두서 없이 감정만 잔뜩 실어 썼다. 심지어 다음 블로거뉴스 편집진으로부터 '마침표라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글은 점점 블로고스피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기존 언론사에서도 그를 인터뷰하고 그의 글을 게재하는 등 스스로 의제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시사인, 한겨레, 씨네21, 월간 작은책 등 신문과 시사잡지를 정기구독하면서 이들 매체의 기사에서 글감을 얻는다. 또한 집에 있는 옛날 책이나 TV 드라마, 오락프로그램 등도 그의 글감이 된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땐 직접 카메라를 들고 신문기자들처럼 현장취재를 나갔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집회 현장의 구석구석을 전했다. 지금도 주요 집회는 그의 취재대상이다. 그는 취재현장에서 기존 언론이 제대로 담지 않는 틈새를 파고 든다. KBS 취재진의 굴욕, 집회 현장에 나온 장기수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길거리에 붙어 있는 각종 광고전단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던킨도너츠 회사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시급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고발한 것도 그의 블로그였다. 80평형대 아파트의 당첨자가 85년생 어린 학생이라는 것도 그의 블로그를 통해 화제가 됐다. 유흥업소에서 홀서빙 여성을 모집하는 광고에서 '교포 사절'이란 문구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지난 23일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열린 강좌에는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한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이미 인터넷에선 기존 언론사의 기자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가 됐다. 그는 전문 글쟁이가 아닌 부산교통공사의 회사원이다. 이날 강좌도 오후 6시 퇴근 후 50분간 차를 몰아 간신히 7시 이전에 도착했다. 그처럼 기자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파워 있는 시사블로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온라인게임처럼 빠지자(일단 빠져는 과정이 필요하다) △항상 메모하자(떠오른 아이디어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진기를 항상 들고 다니자(한두장의 사진만으로 멋진 포스팅이 될 수 있다) △공익적 또는 자기만족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돈 벌겠다는 목적만으로는 실패하기 쉽다)는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블로그 뿐만 아니라 기존 언론사의 기자에게 적용해도 딱 맞는 말이었다.

※자세한 강의 내용을 보시려면 클릭 : http://geodaran.com/127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