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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달래는 아름답고 힘도 세다

딸 현지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그러니까 2005년 봄 창원 주남저수지 둘레에 딸과 함께 나들이 갔다가 욕심을 내어 담아온 달래가 몇 뿌리 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이 못내 시들시들해서 곧 죽어버릴 줄 알았습니다. 담아올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화분에다 심으니까 곧장 그리 됐습니다. 그러나 달래가 쉬이 자기 목숨을 거두지는 않았습니다. 비실거리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저는 녀석이 안쓰러웠지만, 원래 담아왔던 데에다 내다 놓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분이 이르기를, '집에서 키우는 동안 야성(野性)을 다 잃어버렸기 때문에 바깥에 내어놓으면 바로 죽고 만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에 창문 밖에 내어놓았습니다. 만약 죽을 조짐이 보이면 바로 거둬 넣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내어놓을 ..

여자 다리 있는 곳, 남자 바지 있는 곳

8월 10일 열린 지면평가위원회에서, 7월 10일자 4면에 나간 기사 제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요지는 "'MB악법 철회, 정리해고 철회, 4대강 사업 중단, 대북 대결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인데, 제목을 너무 가볍게 달았다"는 것입니다. '너무 가볍게 단' 제목은, "장바구니 날로 가벼워져 - 경남 지역 여성 333명 시국 성명"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장바구니 날로 가벼워져'라는 표현은 "이들이 한 발언 중의 한 대목일 뿐이고, 전체를 봤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성 이미지'에 끼워 맞춘 제목이라는 말씀이었지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꼬집음이다 싶었고, 다음부터 더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튿날 해당 신문을 찾아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봤습니다. ..

나무의 힘 대중의 힘 아줌마의 힘

1. 나무의 힘 서너 해 전만 해도 저는, 이른 봄철에 나무가 있는 힘껏 물을 빨아들이는 것만 생명력의 작용이라 여기곤 했습니다. 꽃이나 잎의 싹을 틔워 밖으로 피어나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요. 저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마흔 둘인가 셋인가가 되는 해 가을철 어느 날 문득, 밖으로 피어나(게 하)는 힘만 생명력이라 할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을이면 활엽수들은 겨울을 앞두고 달고 있던 잎사귀들을 죄다 떨굽니다. 잎을 제 몸에 달아두려면 신진대사를 그에 걸맞게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신진대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물 또한 그만큼 많이 머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추운 겨울에 그렇게 하고 있다가는 얼어 터져 죽어나자빠지기 십상이겠지요.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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