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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유해 2

노인들이 난생 처음 기자회견을 한 사연

아버지가 군경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 당했던 1950년, 기껏해야 한 두 살, 많아야 열 살 안팎이었던 아이들이 성장하여 60·70대 노인이 됐다. 이른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유족들이다. 그들이 생전 처음으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 가서 기자회견이라는 걸 했다. 오늘 오후 2시에 약 20분 간 진행한 기자회견 관련 기사가 연합뉴스와 뉴시스, 노컷뉴스 등에 뜨는 걸 보니 나름대로 회견은 잘 된 것 같다. 아마 오늘 저녁엔 지역방송에도 나올 것이고, 내일쯤엔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신문에도 나올 것 같다. 보름 전 쯤이었다. 마산유족회 노치수 회장이 찾아왔다. 16일(금) 오후 마산지역 합동위령제를 하는 날 마산시청에 가서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그날..

역사적 진실규명에도 마감시간이 있나

심리학 용어 중에 '의도적 망각'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을 일부러 잊어버리려는 인간의 본능을 뜻한다. 내가 만난 그런 사람들 중에는 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나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이 많았다. 1997년에 만났던 '훈' 할머니도 그랬다. 열 여섯 나이에 왜놈 군대의 성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는 온갖 치욕과 고통 끝에 해방을 맞았으나 귀국하지 못하고 캄보디아 원주민들 사이에 숨어 연명해왔다. 해방 52년만에 한국인 사업가를 만났으나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것만 기억할뿐 한국말은 물론 아버지·어머니와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97년 여름 할머니의 혈육찾기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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