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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파워 22

나를 대상화하여 관찰자 시점에서 볼 수 있다면?

하찮은 인간에게서 희망찾기 “인간의 도시가 꿀벌의 벌집에 비해 그리 더 인공적인 것도 아니며, 인터넷이 거미집보다 덜 자연적인 것도 아니다.” “기후변화는 지구가 인간이라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작동시킨 조절 메카니즘일지도 모른다.” 존 그레이라는 영국의 사상가가 라는 책에서 한 말들입니다. 호모 라피엔스는 ‘약탈하는 자’라는 뜻으로 현생 인류 종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를 패러디한 용어라고 합니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진보는 신화다. 자아는 환상이다. 자유의지는 착각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굳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을 들자면, 이성의 능력이나 도덕 원칙을 지키는 능력이 아니라, 유독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종이라는 점이다.” 저는 이 책을 읽..

노무현 인터뷰에서 멍청한 질문을 했던 기자의 고백

월간 는 사람 잡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인터뷰 기사가 많습니다. 마침 한 후배가 '인터뷰 잘 하는 방법'을 묻기도 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 2001년 3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불쑥 경남도민일보를 방문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남도민일보 주주였습니다. 주식 증권도 받을 겸 신문사에 인사차 온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갑자기 노무현 장관을 인터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의 동향은 이런저런 언론을 통해 대충 알고 있었지만, 미리 계획된 인터뷰가 아니었던 만큼 그가 사장실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급하게 머리를 굴려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첫 질문은 아마 이랬습니다. "대선 출마설이 많은데 실제 출마하실 계획입니까?" 그러자 그는 특유의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

지역출판사가 사라지면 지역콘텐츠 생산도 중단됩니다

2011년 볕 좋은 어느 날, 김주완 편집국장과 저는 잔잔한 물결을 내려다 봅니다. 오른쪽에는 고즈넉한 성이 의젓하게 서 있습니다. 성 안에는 그 생김새로 나라 안에서 손꼽는 누각 한 채가 서 있습니다. 누각은 촉석루, 성은 진주성입니다. 물론 바라만 봐도 흐뭇한 물결은 남강입니다.“제가 보기에는 영국 템스(Thames)강보다 진주 남강이 훨씬 멋있습니다.”얼마 전 영국 연수를 다녀온 김 국장이 혼잣말처럼 얘기했습니다. (중략) 그리고 아쉬운 듯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남강이 멋지다는 것을 진주 사람이 더 모르는 것 같습니다.”가깝고 익숙하기에 귀하고 매력적인 줄 모르는 우리 것 다시 보기, 돌이켜보면 구상은 그때 짧은 대화에서 시작합니다.-첫 단행본 (비매품) 머리말 중에서 가까이 있어서오히려 모르는 ..

우리가 사람 이야기에 주목하는 까닭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남석형 기자가 '낙동강 어민의 삶'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3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는데요. 낙동강 어민 김무생(69) 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쓴 '이야기 기사'였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던 1977년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낙동강 어민의 40년 삶을 통해 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담담히 풀어쓴 이야기였습니다.저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수질 오염 심각' 등의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이 기사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어용학자들이 터무니없는 말로 어민들을 속이고 회유해놓고선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대목에선 분노가 치솟기도 했습니다.그렇습니다. 저는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 구체적인 사람을 주어로 하여 쓰는 기사가 신문지..

지금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이유

월간 5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4년 전보다 노년층 인구 비율이 크게 늘었음에도 우리 국민은 불통 정권을 심판했습니다. 노령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보수 지지층도 비례하여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그 세월만큼 국민의 수준과 의식이 높아지기도 하니까요. 저희 도서출판 피플파워는 지난 2월 말 에 이어 4월 들어 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들 이야기에서 세상의 희망을 보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앞의 책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인간 말종들의 만행을 기록한 것이라면, 뒤의 책은 각박한 물신주의 경쟁사회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 삶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에..

약자엔 군림하고 강자에겐 비굴한 기자와 정치인

월간 피플파워 4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제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명받았습니다. 한 선배는 일단 경찰서에 들어가지 말고, 사나흘 걸리더라도 그 경찰서를 '조지는' 기사를 찾아 신문에 한 방 터뜨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기사가 신문에 나온 날, 경찰서장실을 발로 차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새로 온 출입기자'라며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시킨 대로 하진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초짜기자를 훈련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경찰 고위직에 기죽거나 주눅 들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는 지시였습니다. 또한 "너는 초짜이고 나이도 어리지만, 신문사를 대표하여 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그래..

사익에 충실한 사람이 성실한 이유

'착취 사회' 고리 끊을 선거가 다가온다 다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열린책들)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낭시대학 연구자들이 쥐의 위계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스무 개의 우리를 만들어 각 우리마다 여섯 마리씩 쥐를 넣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어느 우리에서나 똑같은 역할 배분, 즉 착취형 두 마리, 피착취형 두 마리, 독립형 한 마리, 천덕꾸러기형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착취형에 속하는 쥐 여섯 마리를 따로 모아서 우리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 쥐들은 밤새도록 싸웠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똑같은 방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고 합니다. 피착취형이나 독립형이나 천덕꾸러기형에 속하는 쥐들을 각 유형별로 여섯 마리씩 모아서 같은 우리에 넣어 보았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

남강 오백리 출판 펀딩 후원자님들 고맙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2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 훌륭한 독자님들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의미도 있고 공익적 가치도 있지만 상업성은 낮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비용을 들여 책으로 출판하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출판 비용을 후원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목표 금액은 20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책 한 권을 출판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지만, 출판사는 전혀 비용을 대지 않고 100% 후원으로만 충당한다는 것은 뻔뻔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출판 펀딩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 웹사이트에 올리고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붙였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계좌번호도 밝혀두었죠. 그리..

소설 혜주 출간을 알리기 위해 보낸 메일

소설 《혜주》가 나온 후 지인들께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는 김주완입니다. 연초에 저희가 펴낸 한 권의 소설을 소개드리기 위해 메일 올립니다. 이번 책은 역사소설입니다. 《혜주》(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 3000원, 428쪽)라는 소설인데요.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소설.' 제가 처음 소설 《혜주》 원고를 읽고 난 뒤 한 줄로 정리된 생각은 이랬습니다. 제가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망설임도 없진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에 여왕이 있었다는 역사의 가설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

젊은이들의 비판의식이 꺾여버린 까닭

이번 학기, 제가 수업을 맡고 있던 대학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내봤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투표와 집회·시위 등 사회 참여를 꺼리는 까닭에 대해 기획취재를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하고, 어머니나 아버지, 또는 교수와 면담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했더군요. 그 결과 학생들의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정리해보니 '스펙 경쟁' '취업 경쟁' '개인화' '현실 순응' '부모 의존' '인터넷·모바일' 등이었고, '계층 변화'라는 단어도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과거 대학생이 사회변화의 주력이었던 시절과 지금의 대학생은 아예 '계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부 소수만 대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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