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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라골 3

"아버지, 이제야 60년 한을 풀었습니다"

올해 72세 노인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60년에 걸친 원한을 마침내 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전화통을 붙든 채 울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온 식구가 함께 울었지요."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 차용현 씨는 열 두 살 나던 해인 1949년 9월 20일 아버지와 당숙을 한날 한시에 잃었다. 큰아버지도 함께 끌려 갔으나 군인에게 돈을 써서 겨우 살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대위 계급장을 단 군인에게 돈을 주면서 아버지와 큰아버지, 그리고 당숙을 함께 풀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큰아버지만 풀려나왔다. 돈을 받은 대위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한 사람만 먼저 풀어줬다"고 했다. 돈이 모자라서 그런가 싶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돈..

한국군 민간인학살, 60년만에 진실규명 결정

공교롭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일(월), 이 블로그에서 '이스라엘군 민간인학살, 한국군 학살은?'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계기로 삼아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작성된 글이었습니다. 다행히 약 5만 여 명에 가까운 분들이 글을 읽어주셨고, 또한 적지 않은 분들이 '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저의 글 의도는 이스라엘군의 학살이 대단치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수십 년의 세월동안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한맺힌 삶을 살아온 유족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자는 취지였습니다. 또한 과거사 진..

호두나무를 처음 봤습니다

저도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마흔 여섯해만에 호두나무를 처음 봤습니다. 나무에 달려 있는 호두를 본 것도 당연히 처음이죠. 지리산 자락의 산골짜기에 있는 함양군 수동면 치라골이라는 마을에서였습니다. 거기 사시는 한 노인분을 뵈러 갔었는데, 그 분의 집 앞에 호두나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감나무인줄로 알았습니다. 수형도 감나무와 비슷했고, 잎이 좀 커보이긴 했지만 거의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감이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유심히 봤더니 감은 아니지만 뭔가 열매가 달려 있었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당겨서 봤더니 호두였습니다. 함께 갔던 일행 한 분이 호두나무 줄기를 발로 찼습니다. 그랬더니 두 개의 호두가 툭툭 떨어지더군요. 즉석에서 깨어 먹어봤습니다. 고소한 ..

가본 곳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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