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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4

과연 천륜이라는 것이 있기나 할까?

이야기탐방대-사천 고자치 아들 쪽으로 돌아봤다는 고개 고자치 고려 현종(992~1031)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애틋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관련 이야기들에서 그 증거를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습니다. 바로 ‘고자치’에 얽힌 얘기입니다. 사천 정동면 학촌 마을 뒷산 고개에 얽힌 지명 생성 설화입니다. 고자치는 한자로 돌아볼 고顧 아들 자子 고개 치峙를 씁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돌아보는 고개가 되는데요, 태조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 욱郁(?~997)이 자기 아들순詢(뒷날 8대 현종顯宗)이 있는 쪽으로 이 고개마루에서 돌아보곤 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당시 사수현 귀룡동(지금 사천시 사남면 화전·우천리 일대로 비정比定)에 귀양살이 와 있었고요, 아들은 배방사(지금 정동면 장산리로 비정)에 와 있..

이렇게 딱 붙어 있으면 진짜 좋을까

올 8월 경북대학교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대구 복현동에 있는 경북대 교정은,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져 있기로는 이름이 나 있는 곳입니다. 이날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지나치게 더웠던 탓에 많이 돌아보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의자입니다. 나무 그늘에 놓여 있고 앞에는 담배 꽁초를 버릴 수 있는 깡통도 하나 있어서 제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 앉아서 뒤로 기대려는데, 의자가 넘어갈 듯이 삐거덕거렸습니다. 물론 제 느낌이 그랬지만, 실제로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의자 두 개가 밧줄로 묶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꽁꽁 묶이는 바람에 한쪽 의자가..

'엄마 이데올로기'는 엄마만 짓누를까

특정 문학 단체나 특정 문인을 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엄마 이데올로기’, 우리 엄마한테도 강하게 작용하는 ‘엄마 이데올로기’를 한 번 확인해 보려는 데 이 글의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끌어와 쓰는 문학 작품들도, 무슨 비판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는 일절 없습니다. 사실은 너나없이 우리들이 모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를 성찰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경남의 한 문학단체가 ‘시와 어머니’를 주제로 시화전을 열었습니다. 여기 출품된 시편을 한 번 보겠습니다. 여기 작품들을 읽으면서 공감이 됐다면, 어느 누구도 ‘엄마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어머님들은 왜 살코기는 자식들 먹이고 뼈다귀와 머리만 잡수셨을까? 당신은 먹고 싶어..

붓글씨로 점잖게..."이 놈들아!?"

오늘 볼일 보러 부산에 갔다가 양정동 주택가에서 이렇게 사진처럼 "이 놈들아!/ 쓰레기 버리지 마라/ 확인되면/ 요절을 낼 것이다"고 적은 종이쪽을 봤습니다. 표현이 고풍스럽기도 하거니와 아주 단정하게 내려 쓴 붓글씨여서 어째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으면서도 눈길이 확 끌렸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당신 집 앞을 오가는 어린 학생들이 껌껍질이나 얼음과자 봉지 따위를 버리니까 붙였겠지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학교 드나드는 길목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발짝 걸으면서 생각해 보니, 조금 안 맞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남학교뿐 아니라 여학교도 있고 남녀 공학 학교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스개입니다만, "이 놈들아!"보다는, "이 년놈(또는 놈년)들아!"가 더 맞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를 만만하게 낮춰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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