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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3

몰운대 상록수엔 누런 잎이 달려 있다

제가 원래 좀 엉뚱하기는 합니다만,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 가서 이런 장면을 눈에 담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보기보다는 나무에 더 눈길이 끌렸거든요. 키 큰 소나무랑 키 작은 상록수(제가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가 뒤섞여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상록수에도 누런 잎사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참 이상한 일이군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소나무와 상록수의 합동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소나무에서 진 누런 잎사귀들이 키 작은 상록수 가지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뜻이 담긴 모습은 아니지만 색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올려 봅니다. 하하. 김훤주

단풍은 풍요 아닌 가난의 산물이라는

창녕 관룡사 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에 계성 어느 마을 들머리에 있는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아주 그럴듯해서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아주 풍성했습니다. 노란색은 병아리 같아서 아주 따뜻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은행나무 아래 시멘트 바닥에 누웠습니다. 드러누운 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은행잎 노란 것들이 하늘하늘 조금씩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떤 시인은 은행잎 지는 모습을 보면 발바닥부터 따뜻해진다고 했는데, 저는 얼굴부터 달아올랐습니다. 누가 옆에 서서 저를 두고 놀렸는지도 모릅니다. '저런 철없는 녀석, 아무리 은행잎이 예쁘기로서니,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누울 수 있나.'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바람에 내몰려 한 쪽 구석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 안은 저 지붕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이런 지붕을 봤습니다. 지붕은 자기에게 쏟아진 참나무 잎사귀들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었습니다. 예뻤습니다. 사람 폴짝대는 눈으로만 보면, 저 움직이지 못하는 지붕이야 받아 안지 않으면 무슨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하다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머리를 돌려보면, 우리 인간이라 한들 저기 저 지붕이랑 무슨 큰 차이가 있으랴, 싶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갖은 수작을 부려본들, 겪을 일은 겪고야 마는 것이 사람살이더라 이런 말씀입지요. 그냥, 고스란히 자기 있는 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주어지는 것들을 제대로 감당해 내는 태도가 아름다웠습니다. 저것이 언젠가는 자취도 없이 스러지겠지만, 거기 있는 동안만큼은 자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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