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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4

못 살고 힘들면 즐거움도 아예 없을까

역사 속에 일상 있고 일상 속에 역사 있다 85년에 여섯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옥이라면 거기 아무 즐거움도 기쁨도 없는 줄 압니다. 전쟁이 났다 해도 마찬가지 생각을 합니다. 감옥살이라든지 전쟁이 아주 좋지 않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이렇게 널널하게 지내는 처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국면일 것입니다.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읽은 전쟁 소설 가운데 산으로 대피한 남편을 위해 한밤중에 아내가 밥을 해서 찾아가는 장면이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찾아온 아내를 맞아서, 남편은 차려온 밥은 뒷전으로 물리고 아내 손목을 잡아끕니다. 산비탈 험한 데에다 자리를 깔고 부부가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도..

아직도 여성 해방 운운하느냐고?

아직도 여성 해방 운운하느냐고 말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남자지만, 그럴 때마다 정색을 하고 대답합니다. 앞으로 한참 더 여성 해방을 얘기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왜냐고요? 여전히 여성에게 억압이 있으니까요. 가부장제로 고통을 받으니까요. 여기 사실이 그러함을 일러주는 좋은 책들이 있습니다. 여성 억압에 대해 쉽게 또는 어렵게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와 와 이 그것입니다. 요즘 들어 쏟아졌습니다. ◇전쟁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나 보스니아의 사페타. 36살. 남의 집 청소를 하고 산 열매를 따다 팔아 먹고 삽니다. 사페타는 이웃 사람과 병사들이 강간하던 그 때 공포를 떠올렸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죽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강해졌어요. 어떻게 아이들에게 인생의 올바른 방향을 보여줄 수 있..

오른손으로 밥 먹는 왼손잡이

1.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그렇지만 글을 쓸 때는 오른손을 씁니다. 왜 그렇게 됐느냐 하면, 어릴 적 오른손으로 쓰지 않는다고 엄청 두들겨 맞았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저요!’ 하고 드는 손은 반드시 왼손이어야 했던 대신 오른손은 반드시 연필을 쥐고 있어야 했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2학년 때 저는 그리 못했다고 꽤 맞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왼손잡이이면서도 밥과 반찬 집어먹을 때 쓰는 수저는 오른손으로 다룹니다. 마찬가지로 밥상머리에서마다 걷어채이고 구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아침에 두레상에다 막내인 제가 수저를 놓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어머니가 들어오셔서는 지청구를 하시면서 오른손잡이 식으로 ‘바로’잡으셨습니다. 2. 공을 차거나 던질 때는 왼 발 왼손을 씁니다. 무엇을 칠 때..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일상은 없을까?

하루하루 일상을 지내다보면 제 존재를 배반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어쩌다 있습니다. 그러면 황당한 느낌을 들게 마련입니다. 물론 중요하고 결정적인 그런 국면은 아닙니다. 일상이지요. 1. 요즘 들어 지부에서 물품 발송을 자주 하다보니 택배 직원이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게 됐습니다. 며칠 전 이 사람이 무엇 물어볼 일이 있었는지 “사장님!” 하고 저를 불렀습니다.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술집이나 밥집에서도 듣는 소리입니다. 그런 데서는 내가 노동자인줄 모르니까 그냥 대충 부르는 것이야, 여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한 번씩은, ‘저는 노동잔데요.’ 대꾸를 하기도 합니다. 이 날은 느낌이 좀 야릇했습니다. 저는 노조 지부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맞서는 조직인데, 택배 직원이 제가 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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