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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6

1화. "노인 봐주지 마라" 팔순 채현국의 일침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지난해 인터뷰와 최근 출간된 을 통해 ‘시대의 어른’으로 떠오른 채현국(1935~) 효암학원 이사장의 일갈은 앞뒤 막힌 노인 세대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그들을 욕하는 젊은 세대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똑같은 꼴이 된다는 엄중한 경고였다. 그는 말한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런 늙은이가 된다는 말입니다. 저 사람들 욕할 게 아니고,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 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하면 저렇게 된다는 거지.” 이처럼 백발의 채현국은 젊은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지 그의 80년 인생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렇다.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잘 ..

교장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 우는 아이들 보셨나요?

여러분의 기억 속에 '교장선생님'은 어떤 분으로 남아 있나요. 대개 가까이 다가서기엔 어려거나 무서운 권위적 이미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마산 태봉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좀 이색적인 광경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서러워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우는 겁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좀체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광경이어서 동영상으로 찍어봤습니다. 일단 영상부터 한 번 보시죠. 영상 속의 교장 선생님은 태봉고 개교 때부터 4년간 교장으로 재직했던 여태전 선생입니다. 그는 이번 학기까지 4년의 교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됩니다. 그걸 아는 아이들이 더욱 서럽게 울었던 것 같습니다. ☞태봉고 여태전 교장의 회고사 "사람이 먼저다" 교장 선생님이 다시 이 학교 교장 공..

태봉고등학교의 참 희한한 졸업식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성공하라"는 축사 대신 "나중에 부와 권력과 명예를 가지더라도 부디 사람을 짓밟고 무시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졸업식. 지옥같은 학교를 벗어난다는 해방감에 웃고 떠들며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대신 선생님과 졸업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우는 졸업식. 요즘 세상에서 참 보기 드문 졸업식 광경을 보고 왔다. 마산에 있는 공립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의 1월 9일 졸업식이었다. 다른 학교들은 대개 2월에 졸업식을 하지만, 태봉고는 1월 초에 졸업식을 한다. 얼마 전 한겨레 인터뷰에 소개되었던 채현국(79) 이사장이 있는 양산 효암고등학교도 같은 날 졸업식을 했다. 일찍 나가서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하라는 의미다. 알고보니 채현국 이사장과 여태전 교장의 인연도 각별했다...

근면·성실은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 참 도발적인 제목이다. 샘앤파커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태봉고 여태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여태전 교장은 학부모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10여 권의 책을 중간중간에 나눠주었다. 가끔 강사가 던지는 질문에 정답을 준 학부모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책을 소개하며 읽고싶은 희망자를 받아 즉석에서 선물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에 홀려 아내가 옆에 있는데도 손을 번쩍 들었다. 책은 아내와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즐거운 삶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즐..

학부모에게 시(詩) 읽어주는 교장선생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저는 도종환 시인의 이 시(詩)를 얼마 전 있었던 태봉고등학교 학부모 연수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이 시를 읽어준 이는 태봉고 교장 여태전 선생님이었습니다. 올 3월 입학 예정인 아이들의 예비학부모를 포함한 100여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장 선생님이 특..

공립대안학교의 학부모 연수 참석해보니

아들녀석에 대한 저의 교육철학은 그냥 '방치'하는 겁니다. 아니, 방치라고 하니 어감이 좀 안좋네요. '자유방임' 정도로 바꾸는 게 좋겠네요. 물론 아들녀석이 영 엇나가면 바로잡아주긴 해야 겠죠. 하지만 그럴 때도 가급적 대화를 통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녀석이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다니는 동안 거의 학교와는 담을 쌓고 지내왔습니다. 입학식 때 한 번, 졸업식 때 한 번 정도 외에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학교에 가볼 일이 없었죠. 그러던 제가 녀석이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고등학교의 1박 2일짜리 학부모 연수에 참석했습니다. 연수일정은 정말 빡빡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수많은 연수회나 수련회에 참석해보기도 하고, 제가 직접 그걸 주관해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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