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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혜주 2

여왕의 미래가 심히 염려스럽다

조선시대 최악의 폭군은 연산군이다. 그는 결국 신하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어 왕으로 추대된 중종은 연산군 때의 폐정(弊政)을 개혁하기 위해 언론자유를 강화한다. 그는 즉위 3년 승정원과 예문관에 붓 40자루와 먹 20개를 내리면서 "이것으로 나의 모든 과실을 숨김없이 쓰라"고 했다. 또 7년에는 "사관(史官)의 직무는 국가와 관계되며, 대저 역사란 사실대로 써서 천추에 전하는 것인데, 사화(史禍·연산군 때 무오사화를 말함)를 겪은 이후로는 모두 사필(史筆)을 경계할 뿐"이라고 탄식하며 "사필 잡은 자들은 왕의 선악과 신하의 득실을 사실대로 써서 숨기고 꺼리는 폐단이 없어야 한다"고 전교했다. 이처럼 조선은 '대간에게 비판받으면 관료생활을 못하는 것으로 그치고, 왕에게 잘못 보이면 귀양을 갔지만, 사관에게..

여왕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다. ‘혜주’라는 조선시대 여왕의 이야기인데, 착하고 곱게 자란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희대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악(惡)의 평범성’이었다. 폭군이나 독재자는 본래 성품이 포악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극히 선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막상 권력을 쥐고 보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폭군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개념은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정립된 것이다. 나치 치하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내 학살을 지휘한 희대의 악마 아이히만은 우리가 상상하던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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