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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2

시(詩)를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다

문·청 동인 시집 소년은 휴지통을 뒤져 점심을 해결했다 휴지통을 뒤지는 건 당당한 일이므로 소년은 맥도널드나 롯데리아 봉지에서 햄버거나 포테이토를 꺼내 뱃속에 채워넣었다 어느 국립대학교 인문대 앞에서 본 풍경이다 커피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다가 문득 보게 된 야구모자 눌러쓴 소년의 늦은 점심 소문이 꽃향기처럼 훅 몰려왔다 신인류의 탄생설까지 나왔고 모든 추측은 아름답게 신화화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를 걸인이거나 노숙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강의실 오르는 계단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무덤처럼 견고하게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 할 휴지통은 여기저기 내부를 쏟아내고 있었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생수를 주워 뚜껑을 열었다 딸깍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침전물이 없는 순수한 지하암반수가 그의 목구멍을 시원하게 흘러내려갔다 ..

각기 다른 두 시인에게서 느낀 따뜻함

경남 마산에 터전을 두고 활동하는 두 시인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시집을 냈다.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배재운(51)이 첫 시집 을,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성선경(49)이 시선집 을 펴냈다. 공인되는 시력(詩歷)은 성선경이 많이 앞선다. 성선경은 이미 시집 다섯 권 을 펴냈다. 두 시인이 눈여겨 보고 나타내는 바는 사뭇 다르다. 성선경은 작품 제목을 보면 주로 자연이라 이르는 대상이 많고, 배재운은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가 많다. 두 시집의 표제작 '맨얼굴'과 '돌아갈 수 없는 숲' 전문을 견줘보면 이런 차이는 뚜렷해진다. 면도를 하고 거울 앞에 서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작은 흉터나 잔주름은 더 또렷해지지만 그래도 말끔한 얼굴이 좋다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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