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무진정 9

함안총쇄록 답사기 (16) 가뭄 속 단비 같은 무진정

첫눈에 반한 마음의 안식처 산수 으뜸이라 잔치·대회도 자주 열고 "어진 선비들과 좋은 정자서 사귀어 가슴 트이고 머리 맑아지네“ 오횡묵의 행적을 보면 거의 쉬는 여가가 없었다. 하루에 100리 넘게 길 위에 있기도 했고 자정 전후 해시(亥時)에 횃불을 들고 돌아오기도 했다. 어떤 때는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어 옷을 입은 채로 한두 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나기도 했다. 바깥에서 업무를 보다 기운이 빠져 뒷산에 숨어 잠깐 쉬는 등 지쳐 떨어지거나 아파서 옴짝달싹할 수 없거나 땀이 비 오듯 쏟아지거나 하는 표현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런 오횡묵에게 무진정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고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업무에 바삐 쫓기는 틈틈이 몸과 마음을 두루 편안하게 하면..

함안총쇄록 답사기 (11) 낙화놀이

시가 절로 나오는 불꽃비 암벽 타고 우수수 사월초파일에 등불 달기 읍성 일대 민가에 줄줄이 멋 더하려 낙화봉 뒤섞어 마을 명소 불꽃 대량 설치 바람에 흩날려 장관 연출 일제강점기 단절 후 부활 함안에는 무형문화재가 셋 있다. 화천농악(化川農樂)·낙화(落火)놀이·함안농요(咸安農謠)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에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낙화놀이 하나다. 낙화놀이라 하면 하늘에서 불꽃이 뻥뻥 터지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함안낙화놀이는 차분하면서도 화려한 경관을 연출한다. 130년 전으로 거슬러가면 함안낙화놀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의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속으로 들어가 그 원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성 위에 오르지 못한 첫 ..

슬몃 젖어든 자연-함안

푸르름 속으로 첨벙 뛰어들기 연꽃테마파크 여름철 인기 가까이서 만져볼 수 있어 질날늪 물풀 풍경 만끽하고 아늑한 대평늪에서 산책도 ◇질날늪 질날늪은 풍경이 넉넉하고 푸근하다. 한나절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여기저기 길가 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았으면 아늑한 느낌이 그대로 안겨든다. 법수면사무소에서 대송리를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길게 나타난다. 르노삼성자동차함안부품센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들면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길게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서도 조금 작기는 하지만 숲이 이어진다. 몽글몽글하고 느긋한 느낌으로 높이 솟지 않은 채 옆으로 넉넉한 품을 보여주는데 버드나무가 오랫동안 자라면서 둥치가 굵어진 결과다. 왼쪽 발밑에는 크지 않은 못이 있다. 거기서 눈길이 닿는 저 멀리까지..

가본 곳 2021.10.22

늪으로 가는 생태여행 (2) 함안의 습지

취향껏 즐길 다양한 습지가 군데군데 경남 대표 습지 '질날' 눈맛 으뜸 천연기념물 '대평'엔 공존 가치 1500년 전 연꽃 피는 생태공원도 함안, 세계적인 철새 기착지 '뜬늪'처럼 작은 습지 큰 역할 물줄기 따라 볼거리도 가득 함안은 습지의 땅이다. 남강과 낙동강이 북쪽과 동쪽을 감싸 안았고 함안천과 석교천, 그리고 광려천 등 그리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곳곳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이런 물줄기를 중심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왔고 그리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노닐었다. ◇질날늪 = 함안에서 습지 경관이 가장 멋진 데는 질날늪이다. 2020년에 경남의 대표습지로 선정됐다. 안쪽으로 크지 않은 물웅덩이가 조용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물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바라보는 풍경이 푸근하고 넉넉하다. 그..

가본 곳 2021.10.01

15. 함안 성산산성과 아라홍련

700년간 작은 씨앗 품은 생명의 어머니 가야 옛터 함안 성산산성 성산산성은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조남산(해발 136m) 정상에 있다. 1.4km남짓을 돌로 쌓아 둘렀다. 무진정(이수정)에서 오르면 10분 안팎이 걸려 동문 자리에 이를 수 있다. 맞은편 서쪽이 가장 높고 그 다음 높은 북쪽에서 낮아지기 시작하여 가운데에 평지를 이룬 다음 남쪽으로 가면서 높아진다. 높지는 않아도 여기 능선에 서면 사방으로 트인 풍경이 눈에 담긴다. 한복판은 옴폭하게 꺼져 분지를 이루고 동쪽으로 골짜기가 나면서 열려 있다. 성산산성 자리는 지금 보아도 요충이다. 함안 이쪽저쪽 골짜기에서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여러 물줄기들과 그것들이 펼쳐놓은 들판까지 한 눈에 장악되는 지점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1991~2016년 조사..

가본 곳 2021.09.19

당일치기 여행지로 딱 좋은 함안 가야읍

함안은 좀 특이한 지역이다. 대개 군(郡) 단위 지역의 군청 소재지는 같은 지명을 가진 읍(邑)에 있지만, 함안은 다르다. 가야읍에 군청이 있다는 것이다. 합천군청은 합천읍에 있고, 남해군청도 남해읍, 하동군청도 하동읍에 있지만, 함안군청은 함안읍이 아닌 가야읍에 있다. 왜 그럴까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함안군청은 원래 함안면의 옛 지명인 읍내면에 있었는데, 일제강점4기인 1918년 읍내면이 함안면으로 개칭되었고, 전쟁 와중인 1954년 11월 12일 군청이 함안면에서 가야면으로 이전한 것으로 나왔다. 이어 박정희 시대인 1979년 5월 1일에는 군청이 있는 가야면이 가야읍으로 승격했다고 한다.함안군의 행정중심지가 함안면에서 가야면으로 바뀌었고, 결국 가야면은 읍으로까지 승격되었다는 말인데, 왜 그렇게 되..

가본 곳 2016.08.16

함안, 박물관~사자석탑 걷고 싶은 산책로

함안에도 아주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길목마다 보석 같은 문화와 역사가 촘촘하게 박혀 있어 몸과 마음이 모두 아름다워집니다. 함안군청 뒤편에 함안박물관이 있습니다. 함안박물관은 말이산고분군이랑 이어집니다. 함안군청은 말이산고분군을 따라서 걷기 좋도록 산책로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여기 아라가야 수장들의 무덤들은 다른 여느 가야 집단의 유택들과 마찬가지로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줄줄이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고즈넉할 뿐만 아니라 가풀막 비탈도 심하지 않아 누구에게나 걸어다니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함안박물관에서 아라가야 역사와 문화를 슬몃 엿본 다음에는 말이산고분군을 한 바퀴 둘러보아야 마땅하겠지요. 함안박물관에서 말이산고분군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면 마치는 지점은 도항리 도동마을 언저리가 되겠..

가본 곳 2016.08.15

보물찾기 하듯 재미나게 둘러볼 고장 함안

함안군이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하는 '함안 관광 활성화 2016 블로거 팸투어'가 7월 29~30일 펼쳐졌습니다. '아라가야 함안의 꿈, 그리고 멋과 맛'이 주제인 이번 팸투어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함안 관광 자원을 널리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경남을 비롯해 부산·수도권·강원도 등지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10명이 함께했습니다. 먼저 찾아간 데는 장춘사였습니다. 장춘사의 으뜸 특징은 '작음'이랍니다. 대웅전도 크지 않으며 조사당·약사전·산신각·독성각 등 다른 전각들도 조그맣습니다. 대부분 다른 절간들이 불사로 건물을 키우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물론 무소유라든지 일체 공이라든지 하는 부처님 가르침과 깨우침을 잘 따라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번 팸투어에 함께한 블..

가본 곳 2016.08.09

함안 성산산성의 세 가지 미덕

함안에 성산산성이 있습니다. 가야읍내 말이산고분군에서 도항마을을 지나 함안면으로 발길을 옮기면 불꽃놀이로 이름 높은 이수정(무진정)이 나옵니다. 정자와 그 앞 연못에 눈길을 건넨 다음 정자를 끼고 오른편으로 산길을 오르면 성산산성이 나타납니다. 1587년 함안군수 한강 정구는 지역 사림들 역량을 모아 읍지 를 펴내면서 성산산성을 두고 ‘가야 옛 터’라 일었습니다. 지금껏 발굴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성산산성이 신라 기록의 보물창고로 확인됩니다. 군사·행정 목적으로 글자를 적었던 나무조각이 다른 나무 도구들과 함께 엄청나게 발견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아라가야가 쌓아놓은 석성을 신라가 점령한 뒤 군사 요충으로 썼던 모양입니다. 성산산성은 조남산(鳥南山 140m) 꼭대기에 있습니다. 조남산은 함안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