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남매 중 다섯째다. 위로 누나가 넷 있고, 아래로 여동생 둘, 막내로 남동생 하나가 있다. 나는 장남이다. 손위 매형 네 분과 손아래 매제 둘도 모두 장남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큰 매형은 장남인 내가 어렸던 탓에 맏사위의 역할을 넘어 내가 결혼할 때까지 우리집에서도 큰아들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닐 때도 만나면 나에게 용돈을 줬다. 이제 내 나이도 마흔 여덟. 늘 큰 매형이나 누나들게게 뭔가 보답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는 건 없다. 동생들한테도 마찬가지다. 형으로서, 오빠로서 뭔가 해준 게 없다는 애잔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막내인 남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형님의 편집국장 취임 기념으로 만년필을 선물하고 싶은데 뭐가 좋겠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