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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7

함안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가을 단풍

10월 17일 창원교통방송 원고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단풍 구경 하면 멀리 떠나야 제 맛인줄 압니다. 하지만 멀리 떠나봐야 길만 막히고 오고가는 데 시간만 많이 걸릴 뿐 실제 누리는 바가 대단하지는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가까운 지역에서 잘 찾아보면 들이는 노력은 크게 주는 반면 내용은 알찬 그런 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창원과 가까운 함안에서 그런 데를 한 번 찾아나서 보겠습니다. 첫머리는 칠원면 무릉산 기슭 장춘사가 되겠습니다. 산 아래 마을에서 장춘사까지 가는 산길은 대략 3km입니다. 이 자드락 산길은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 넘지 않고 발길을 재게 놀리면 4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별로 가파르지도 않으며 양쪽으로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잔뜩 키를 키운 채 늘어서 있어서 시원한 기운이 언제..

가본 곳 2014.10.30

가을 단풍-석남사, 운문사, 가지산

9월 19일 창원교통방송에 나간 여행 소개입니다. 지금도 그럭저럭 괜찮지만, 좀 있다 단풍이 들면 그지없이 좋은 탐방루트입니다. 오늘은 가을 단풍으로 이름 높은 두 절간, 울산 석남사와 경북 청도 운문사 나들이길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래 된 절이 대체로 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도 운문사는 보물이 무척 많은 편이랍니다. 삼월 삼짇날 막걸리 열두 말을 마시는 처진 소나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장 큰 만세루(萬歲樓)를 비롯해 대웅보전 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전 등 조선시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운문사 금당 앞 석등은 아래받침돌과 윗받침돌 면마다 연꽃이 새겨져 있고, 꼭대기도 연꽃봉오리가 올려져 있습니다. 고려 스님 원응국사의 업적과 행적을 적은 빗돌, 고려시대 석불 ..

가본 곳 2014.09.27

마산 내서 가로수는 아직도 불쌍하다

2일 낮에 내서에 다녀왔습니다. 내서는 갑작스레 팽창한 탓에 어지러운 구석도 있지만, 근본 광려천이 있고 또 가로수들도 옛 마산의 다른 지역들에 견주면 많은 편이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여기는 편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창원 용호동 일대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나름 멋을 부리고요, 내서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꽤 잘 어울리며 뽐을 내는 동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제보를 받아 기사를 썼던 삼풍대를 지나 내서읍 사무소 있는 쪽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풍경이 눈에 걸렸습니다. 은행나무를 줄기만 남기고 나머지 다른 가지들은 죄다 절단해 놓은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라면 자기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을 이렇게 덜 떨어지게 난도질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사적이니까요. 200..

단풍은 풍요 아닌 가난의 산물이라는

창녕 관룡사 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에 계성 어느 마을 들머리에 있는 은행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아주 그럴듯해서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아주 풍성했습니다. 노란색은 병아리 같아서 아주 따뜻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은행나무 아래 시멘트 바닥에 누웠습니다. 드러누운 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은행잎 노란 것들이 하늘하늘 조금씩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떤 시인은 은행잎 지는 모습을 보면 발바닥부터 따뜻해진다고 했는데, 저는 얼굴부터 달아올랐습니다. 누가 옆에 서서 저를 두고 놀렸는지도 모릅니다. '저런 철없는 녀석, 아무리 은행잎이 예쁘기로서니,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누울 수 있나.'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바람에 내몰려 한 쪽 구석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한강보다 세느강이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

워낙 오래 전에 읽은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헤세의 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 같다. "밤하늘의 불꽃놀이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찰라이기 때문이다. 즉 그것이 금방 스러져 없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비슷한 말을 지난 20일 다음세대재단의 '2009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체인지온' 행사의 강의에서 들었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터 디렉트가 한 말이다. 그는 "서울의 한강이 사실은 파리의 세느강보다 더 예쁜데, 우리가 한강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세느강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한강을 언제든 볼 수 있는 반면 세느강은 2박 3일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

사람들이 단풍놀이에 취하는 까닭

함양 상림, 걷기 좋은 단풍들 날씨가 살짝 추워졌다가 풀렸습니다. 세상이 살짝 움츠렸다가 놓였습니다. 작으나마 호들갑을 떨었다고 여겨 부끄러운 탓인지, 세상이 좀더 붉으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다시 추워졌으니, 세월은 좀더 많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11월이 다 가도록 세상은 움츠렸다가 놓였다가를 되풀이하겠지 싶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벌떡벌떡 일어나 펄떡펄떡 뛰는 것만이 생명이라고 여긴 적이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마아아아아아아아악 뻗어나가고 넘쳐나가는 것만 생명이라 여겼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그 때는 부끄러움조차 몰랐지 싶습니다. 세 해 전 봄에, 뒷동산에 갔다가 나무에 물 오르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크지도 않은 조그만 나무가 통째로 힘껏 물을..

가본 곳 2009.11.17

느티나무 단풍의 치명적 유혹

어제 창원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경남도청에서 창원 성산아트홀까지 도로의 가로수에 단풍이 한창이더군요. 아무래도 따뜻한 남쪽지방이다보니 서울보다는 좀 늦은 지금이 절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설픈 실력이지만, 저도 단풍 사진에 한 번 도전해봤습니다. 경남도청 주변은 특히 느티나무가 많습니다. 느티나무가 경남 도목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느티나무를 좋아합니다. 듬직한 줄기와, 잎이 풍성한 느티나무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에 느티나무 새잎이 나기 시작하면 막 설레고 흥분되기도 합니다. 봄에 나오는 연녹색 느티나무 잎도 좋지만, 가을에 보는 느티나무 단풍도 붉은 색과 노란 색, 녹색이 조화를 이뤄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대개 단풍 사진은 그야말로 단풍나무 잎이나 은행나무 잎을 많..

가본 곳 200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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