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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6

오래 된 나무를 앞에 두고 경건해지기

1. 600살 먹은 영암사지 들머리 느티나무 4월 7일 경남 합천 가회면 모산재 기슭 영암사지를 찾았습니다. 망한 절터 치고는 보기 드물게 씩씩한 그 모습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여드레 뒤에 함께 올 일행을 위해 답사하러 나온 길이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무척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신문 방송에까지 나온 것처럼 여름철에나 불어대는 그런 태풍급이었습니다. 눈을 뜨기도 어려웠습니다. 10분도 채 서 있지 않았고 옷도 전혀 얇게 입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몸이 무척 떨렸습니다. 재미나게 구석구석 돌아보겠다는 생각을 얼른 버리고 바로 언덕 아래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고는 바람을 등지고 뛰듯이 걸어서 절터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는데 그 앞에서 커다란 느티나무를 한 그루 만났습니다. 2005년 들어선 바..

벌거벗은 나무와 벌거벗지 않은 나무

1. 70년대 말에 이런 우스개소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박정희 유신 정권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니 꽤나 긴장된 분위기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었지요. 친구 몇몇이 모여 '누가 가장 오래 목욕을 안 했는지' 내기를 했습니다. 먼저 철수가 말했습니다. "나는 명절 때만 한다네." 설과 추석에만 하니 한 해 두 차례 목욕을 하는 셈이지요. 이어서 길남이나 말했습니다. "나는 생일이 돼야 목욕탕에 간다네." 한 해에 한 번밖에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랬더니 옆에서 영철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올림픽이 열릴 때만 한다네." 4년마다 한 번 하는 셈입니다. 그러고 나서 모두들 졌다 싶어서 아무 말이 없었는데요, 좀 있다가 훤주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다네..

노무현 화포천길에 대한 쓴소리 한 마디

5월 19일 경남 김해 봉하 마을에서 대통령의 길 가운데 화포천 길을 거닐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는지라 봉하 마을에서 화포천 길 들머리까지는 자동차를 몰았습지요. 걷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다른 일행도 있어서 달리 선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햇살까지 짱짱해서 조금만 걸어도 그늘이 그리울 지경이었습니다. 화포천 길은 잘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생태주의 관점에서 보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점들이 이리저리 눈에 띄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5월 14일인가 처음 화포천 길을 여는 행사를 했을 때 문재인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만족해했다는데, 그럴만했습니다. 야트막하고 그윽하게 펼쳐지는 풍경도 좋았습니다. 바람에 잘게 부서지는 햇살도 좋았습니다. 들머리에 늘어선 쭉쭉 뻗은 양버들들이 펑퍼짐한 습지..

봄은 어느새 내 옆에까지 와 있었다

오전에 느즈막히 집을 나서 좀 걸었다. 그동안 못보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활짝 핀 매화와 진달래, 한창 피어오르는 중인 목련, 그리고 느티나무의 새잎들이었다.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하신 분들은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시기 바란다. 2011년 3월 30일 마산 신포동의 봄 풍경이다. (꽃을 좋아하게 되면 늙은 증거라는데...)

느티나무 단풍의 치명적 유혹

어제 창원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경남도청에서 창원 성산아트홀까지 도로의 가로수에 단풍이 한창이더군요. 아무래도 따뜻한 남쪽지방이다보니 서울보다는 좀 늦은 지금이 절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설픈 실력이지만, 저도 단풍 사진에 한 번 도전해봤습니다. 경남도청 주변은 특히 느티나무가 많습니다. 느티나무가 경남 도목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느티나무를 좋아합니다. 듬직한 줄기와, 잎이 풍성한 느티나무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에 느티나무 새잎이 나기 시작하면 막 설레고 흥분되기도 합니다. 봄에 나오는 연녹색 느티나무 잎도 좋지만, 가을에 보는 느티나무 단풍도 붉은 색과 노란 색, 녹색이 조화를 이뤄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대개 단풍 사진은 그야말로 단풍나무 잎이나 은행나무 잎을 많..

가본 곳 2008.11.06

감이 영글어가는 7월의 고향 풍경

이번 주말(12~13일)엔 모처럼 홀로 된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주말마다 촛불집회다 서울 출장이다 해서 아버지를 뵌 지 벌써 한 달 하고도 보름이 다 되었네요. 이번 주말에도 금,토 이틀간 회사의 간부 워크숍이 있었고 일요일은 출근이라 못갈 뻔 했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이번만은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늦게 가서 아버지와 함께 맛있는 저녁으로 외식을 하고, 오늘 아침엔 남해의 싱싱한 낚시 칼치로 찌개와 구이를 해서 먹고 오전 11시 버스를 타고 마산에 왔습니다. 섬이긴 하지만 남해도 덥긴 마찬가지더군요. 그러나 확 트인 초록 들판이 심리적으로나마 더위를 식혀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 고향의 시원한 풍경을 보며 함께 더위를 식혀 보시기 바랍니다.

가본 곳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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