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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12

노루표 페인트 노동자와 도종환 시인

도종환 시인 글이 떠올려준 노루표 페인트 노동자 2010년 12월 25일치 18면을 보면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스물여섯 번째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제목이 '책임 저편의 무책임… 미안하고 아팠습니다'입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1985년 감옥에서 만났던 노루표 페인트 노동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그해 7월 스물세 살 나이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는데, 두 살인가 많았던 노루표 페인트 노동자 형은 저보다 앞서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형은 이번이 두 번째라 했습니다. 국민학교만 나왔다는 그 형은 키가 작았습니다. 저는 키가 184cm인데 그 형 머리는 제 어깨 높이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 형은 활달했습니다. 늘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그 형은 자기가 노동쟁의를 벌이다 붙잡혔는데, 두 번째라서 이번에는 ..

'촛불 당시 경찰 폭력은 폭력도 아니라는'

창원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1996년 들불문학상과 1997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던 시인으로 오도엽이 있습니다. 오도엽 시인이 언제인가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선생을 책으로 엮더니 이번에는 4년 동안 탐방이나 인터뷰를 통해 만들었던 '삐라'를 책으로 묶어냈습니다. 삐라인 까닭은 이렇습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저울의 균형입니다. 편파적으로 글을 썼는데 어떻게 저울의 균형이냐고 애기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가진 거울은 글 밖에 있습니다. 바로 내가 사는 사회의 저울입니다. 권리를 침탈당하고 잃은 쪽의 입장만을 편파적으로 많이, 아니 전부이다시피 글을 구성했습니다. 굳이 내 글이 아니더라도 권리를 빼앗는 쪽은 더 많은 기회를 이미 사회에서 독점했기 때문에." 그래서 오도엽은 자기 글이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한..

표성배의 공장이 왜 이토록 빛이 날까?

1. 망치 소리가 피아노 바이올린 소리 같다고 누구든지 그이의 시집에서 '망치의 노래'라는 제목만 보면, 곧바로 '투쟁의 망치로 노동자의 하늘을 여는……' 하는 80~90년대 투쟁 노래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한 번 보시지요. 누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가 세상 처음 소리처럼 맑아 마음이 다 녹아내리는 누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가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바람 같은 선율이란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나도 몰래 다리를 흔들게 하고 나도 몰래 온몸에 활기를 넘치게 하는 선율이란 이런 것이라는 믿음 땅 땅 땅땅 따아앙 따아앙 따아아앙 내 몸이 나도 모르게 긴장에서 풀어지는 저 소리는 나의 피아노 소리 나의 바이올린 소리(전문) 노동이 삶을 포섭하고, 삶이 노동을 포섭했다고 할 수 ..

쌍용차 진압과 공공의 적, 그리고 김남주

논리를 갖추려고 애쓰는 대신, 그냥 순서대로 써 보겠습니다. 8월 5일 경찰이 평택 쌍용차 도장공장이랑 차체공장 파업 조합원에 대해 진압 작전을 진행하던 날입니다. 일터인 경남도민일보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무렵 집에 가니 텔레비전에서 을 하고 있었습니다. 1. 홍길동 가출과 노동자 파업 - 검사 강철중이 나왔습니다. 널리 알려진 '홍길동' 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법률 규정 때문에 사학 재단 악질을 잡지 못하는 장면입니다. 강철중은 악질을 잡으러 간다고 신분증 떼놓고 나오는데 부장 검사가 말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검찰청 복도였겠지요. 부장 검사가 다그칩니다. "검사가 법을 안 지키면 어쩌겠다는 거냐고!" 강철중이 되받지요. "홍길동이 왜 홍길동 됐는지 아세요?" "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각기 다른 두 시인에게서 느낀 따뜻함

경남 마산에 터전을 두고 활동하는 두 시인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시집을 냈다. 2001년 제10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배재운(51)이 첫 시집 을,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성선경(49)이 시선집 을 펴냈다. 공인되는 시력(詩歷)은 성선경이 많이 앞선다. 성선경은 이미 시집 다섯 권 을 펴냈다. 두 시인이 눈여겨 보고 나타내는 바는 사뭇 다르다. 성선경은 작품 제목을 보면 주로 자연이라 이르는 대상이 많고, 배재운은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가 많다. 두 시집의 표제작 '맨얼굴'과 '돌아갈 수 없는 숲' 전문을 견줘보면 이런 차이는 뚜렷해진다. 면도를 하고 거울 앞에 서면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작은 흉터나 잔주름은 더 또렷해지지만 그래도 말끔한 얼굴이 좋다 젊..

노동자가 지역 여론을 손쉽게 장악하는 방법

2월 26일 밤에 이런 이메일이 제게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 시작된 언론파업의 본질과 의의에 대해 원고를 청탁 드립니다. 분량 : A4 한장(11포인트) 읽을 대상 : 현장 노조 활동가 마감 : 3월 3일 12시까지 재작년 금속노조경남지부 선거이후 함께했던 동지들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동자 연대'라는 형식으로 조금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활동의 한 일환으로 지역 주간 노동자 신문을 발행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2월 25일자 준비1호를 발간했습니다. 종이신문은 아니고 우선 회원 및 주변에 메일로 보내는 정도입니다. 준비 2호 내용 중에 최근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글을 청탁하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후 고정 필진으로 활동을 해주실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건방지다 생각 들면 한 잔 하면 되..

“이 비싼 향수로 오늘 밤 유혹해 봐?”

옛날 옛적 20년도 넘은 오랜 옛적에, 노동과 자본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고,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이런 얘기는 80년대는 물론 90년대 중반에까지만 해도 그럴 듯하게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지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87년 대투쟁을 거치면서 창원공단 거리를 휩쓸던 자전거 무리는 금세 오토바이 떼로 바뀌었고,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지나면서는 죄다 자동차로 넘어갔지요. 또 같은 즈음에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엄청 뛰는 난리 '부루스'도 한 바탕 일어났더랬습니다. 그 즈음 공단 통근버스들도 자취를 감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동자 대다수가 다 같이 가난한 시절은 이 때 다했습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자..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차이점과 공통점

차이점 1. 자유주의는 16세기와 17세기 봉건제 아래서 토지에 결박돼 있던 개인의 자유를 옹호했다.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등. 2. 신자유주의는 20세기와 21세기 국가라는 울타리에 매여 있는 자본의 자유를 옹호한다. 자유무역(협정), 무역장벽 철폐, 철도 의료 교육 전기 수도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사유화 등등. 3. 자유주의는 봉건제와 귀족제에 맞서 대중의 권리를 확장하는 진보적 구실을 한 때나마 했지만, 신자유주의는 탄생 이후 진보적이었던 때가 단 한 차례도 없다. 4. 자유주의는 그래도 조금은 논리적이고 세련된 겉모습을 갖춘 적이 있지만, 신자유주의는 그런 데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공통점 1. 제각각 해당 시기에 자본주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훌륭하게 옹호한(하는..

두산중, 아낀 광고비 작업장 안전 관리에 보태시라

경남 창원에 본사가 있는 두산중공업이 우리 경남도민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두산중공업은 원래 한국중공업이라는 공기업이었으나 2000년 12월 두산재벌이 사들인 다음 바꾼 새 이름입니다. 저희 신문 광고고객부 직원한테 들었는데, 앞서 저희 신문 창간 9주년 축하 광고 대금 때문에 만난 두산중공업 홍보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광고 주고 말고는 광고주 마음에 달렸으니까 제가 무어라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한 달 보름 전에 두산중공업 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젊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는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5월 16일 금요일 그날도 여느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일을 하려고 변소를 들렀다 오..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일상은 없을까?

하루하루 일상을 지내다보면 제 존재를 배반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어쩌다 있습니다. 그러면 황당한 느낌을 들게 마련입니다. 물론 중요하고 결정적인 그런 국면은 아닙니다. 일상이지요. 1. 요즘 들어 지부에서 물품 발송을 자주 하다보니 택배 직원이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게 됐습니다. 며칠 전 이 사람이 무엇 물어볼 일이 있었는지 “사장님!” 하고 저를 불렀습니다.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술집이나 밥집에서도 듣는 소리입니다. 그런 데서는 내가 노동자인줄 모르니까 그냥 대충 부르는 것이야, 여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한 번씩은, ‘저는 노동잔데요.’ 대꾸를 하기도 합니다. 이 날은 느낌이 좀 야릇했습니다. 저는 노조 지부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맞서는 조직인데, 택배 직원이 제가 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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