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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4

3.1절을 '독립항쟁일'로 바꿔야 할 까닭

대학 시절 잘못된 역사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던 은사가 있었다. 한국문학사를 가르쳤던 려증동 교수였는데, 그 분은 '한일합방'이란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교과서에 '한일합방'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이 나라를 합친 날'이라는 뜻인데,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날을 그렇게 표현할 순 없다는 게 그 분의 주장이었다. 다행히 지금 '한일합방' 대신 '경술국치'라는 말이 두루 쓰이게 된 것도 그 분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3.1절도 그렇다. 그분은 '3.1운동'이라는 말 자체부터 문제라고 했다. 무릇 역사 용어나 국경일 또는 국가기념일의 이름은 그 뜻을 온전히 담고 있어야 하는데, 삼 쩜 일 운동, 영어로 번역해봐도 ..

유관순이 삼일절 전날 봉화를 올렸다고?

"유관순 열사의 고향 천안 병천면에서 3.1만세운동을 기념하는 봉화제가 열렸습니다. 87년 전 독립만세가 울려퍼졌던 아우내 장터에 '그날의 함성'이 다시 울려퍼졌습니다. 깜깜한 밤하늘 횃불의 물결 속에서 퍼지는 독립만세 함성.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고 천지를 울립니다." 유관순열사기념관 홈페이지(http://www.yugwansun.com) 첫 화면 '보도자료'방에 들어 있는 YTN 기사입니다. 이태 전인 2006년 4월 28일 올린 3월 1일치 기사인데, 이보다 최근 글은 아직 없습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보도가 나갔습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면서 참여한 남녀를 몇몇 인터뷰하는 식으로 됐을 것입니다. 2006년 보도 내용도 구성이 딱 그렇습니다. 날짜가 잘못 됐습니다어쨌거나 저는 이..

'조센징 노동자'와 비정규직, 뭐가 다를까

삼일운동이 터진 기미년에, 조선 사람들이 일제 식민 치하에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지 않았을 개연성이 더 높다는 말씀은 이미 한 번 드렸습니다.('대한민국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그 때 사람들은, ‘조선’ 독립 만세라도 제대로 외쳤을까요? 조선 독립 만세도 별로 안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보다는 ‘조선’ 독립 만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불러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는, ‘대한’이든 ‘조선’이든, 대부분 사람들이 ‘독립’이나 ‘만세’를 현장에서 그다지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남에서 지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박영주라는 선배가 있습니다. 이 분은 학교에도 또 기관에도 몸담고 있지 않지만, 자료와 증언은 우리 지역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게 많이 확보하고..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지난 2007년 3.1절을 맞아 썼던 글을 한 번 옮겨 와 봅니다. 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오늘 89주년 3.1절 기념식에서도 ‘대한독립만세’가 외쳐졌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문제의식이 올해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관순이 이끌었다는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까지도 제 날짜를 잃어버리고 2월 29일로 앞당겨 재연됐더군요. 이것은 지역의 관점에서 한 번 따져볼만한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서울에 대한 지역 종속의 극단적 표현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100년 전 의병들도 ‘대한 자주독립’을 소원했을까요? 2월 28일치 우리 신문 7면 머리기사는 제목이 “나의 소원은 ‘대한 자주독립’”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1906~10년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에 맞서서 무장투쟁을 벌인 70여 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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