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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4

믿었던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한동안 페이스북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더니, 몇 지인들로부터 '뭔 일이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두 달째 내 페이스북은 멈춰 있다. 첫 계기는 지난 5월 '윤미향 사태'였다. 아니 정확히는, 윤미향의 죄를 미리 단정해놓고 그를 향해 독기 서린 증오 글을 올린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그들이 윤미향을 증오한 근거는 당시의 언론보도였다. 내가 믿고 존경해왔던 분들이었고, 평소 누구보다 조중동류의 보도 행태에 분개해왔던 이들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두 달 뒤 박원순 사건 때도 그랬다. 정확히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이는 너무나 쉽게 망자의 편에 섰고, 다른 이는 고소인의 편에 섰다. 윤미향을 날 선 언어로 욕하던 사람이 이번엔 박원순을 옹호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무..

괴물 기자, 망나니 검사

경남도민일보 창간 전 몸담았던 신문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워낙 낮은 임금에다, 그마저도 체불되기 일쑤였다. 편집권 독립은커녕 최소한의 자율성도 없었다. 중요한 기사를 빼거나 키울 권한은 모두 사장에게 있었다. 기자 출신이었던 사장은 직접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을 맡기도 했다. 내가 입사한 지 2년이 되었을 때 비밀리에 노동조합 결성이 추진됐다. 회사 인근 다른 빌딩 강당을 빌려 기습적으로 창립총회를 열었다. 나는 '무임소 부장'이란 직책을 맡았고, 수개월간 사측과 갈등을 거쳐 전면파업에 들어갔을 땐 사무국장이 되어있었다. 당시 노조가 내세운 구호는 '부실자본 축출, 독립언론 건설'이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방문이 이어졌다. 한 달 후 파업이 끝났을 땐 사주가 바뀌었고 월급이 올랐으며, 제한적이지만 ..

조국 교수의 명언 "파리가 앞 발을 비빌 때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다. 자신의 딸을 특채한 데 대한 특혜의혹에 책임을 지고 낙마한 것이다. 그가 사의를 표명하기 전 유명환 장관과 관련된 글 중에서 가장 압권은 조국 교수(서울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Kuk Cho 유명환 장관은 야당찍은 사람은 북한 가라는 '충성'발언으로 장관직을 유지했지만, 결국 다른데서 터지고 말았다. 옷 벗는 것은 시간문제. 외통부 내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음서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은 다행이다. MB 주변에는 '공정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만 득실거림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실 '신하'는 '주군'을 보고 따라하는 법이거늘. 한편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이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 어디선가 들은 우스개소리 하나 하겠다. "..

졸업식 노래의 국가주의와 연고주의

1. 며칠 전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예식장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신랑이 들어오고 나서 신부가 들어왔습니다. 신랑이 먼저 들어와 있다가 신부를 맞이합니다. 친정아버지에게서 신부를 건네받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만, 까먹고 있다가 문득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여자에게 주어지는(또는 주어졌던) 삼종지도(三從之道) 말입니다. 삼종지도는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입니다.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해서는 남편, 남편이 죽고 나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도리이지요. 결혼식에서, 신부가, 친정아버지의 손에서 신랑의 손으로 넘겨지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삼종지도를 떠올리고 여자의 피동적인 처지를 한탄하곤 했습니다. 그래 이런 틀을 깨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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