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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2

할부지 계시는 데는 한장딴일까 두장딴일까

시골 집에서 읍내 장터까지는 길이 제법 멀었다. 아부지는 8키로라 하셨고 할부지는 20리라 하셨다. 걸어서 두 시간이 걸렸는데 읍내 중학교 다니는 형들은 새벽밥 얻어먹고 6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했었다. 할부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셨다. 어둑어둑한 으스름에 사랑방에서 나는 “에헴!” 소리는 집안을 깨우는 신호였다. 식구들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부산함을 어린 꼬맹이였던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할부지 옆자리 이불 밑에서 꼼지락거리며 게으름을 부렸고 할부지는 사랑채 아궁이에서 소죽을 끓이셨다. 콩깍지랑 볏짚이 삶아지고 구수한 냄새가 퍼지면 할부지는 소마구의 구시를 김이 펄펄 나는 소죽으로 가득 채우셨다. 아침 세수는 소죽 끓인 솥에서 따끈하게 데워진 물로 하셨다. 아침밥 먹는 자리는 안채 대청마루였다...

창녕 장날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 총각

7월 23일 창녕 장날에 거기 시장을 찾았습니다. 소벌(우포늪)에 대해 원고 한 꼭지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무슨 느낌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보려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소벌은 장마에 잠겼던 자취가 뚜렷했습니다. 물풀들에는 개흙이 묻어 있었고 둘레 배수장 같은 건물 벽에는 2m도 더 되는 높이에 개구리밥 같은 물풀이 말라 붙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다니며 사진도 좀 찍고 아이들 물에 들어가 노는 모습도 좀 담고 한 다음 돌아나왔습니다. 점심 때 치고는 좀 늦었습니다. 혼자라서 밥집에 들어가기가 궁상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그냥 갈 수 없겠다 싶어서 장터 국밥집에 스며들었습니다. 수구레 국밥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방면 옥야에 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에서 창녕 장날마다 여기로 나와서 천막을 치고 국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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