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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근 7

1. ‘습지에서 인간의 삶을 읽다’ 프롤로그

습지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전라도 순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순천만을 관광자원화하면서 습지를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경남에 습지가 많다는 것은 정작 경남에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른다. 창녕 우포늪-소벌과 김해 화포천습지 등을 아우르는 내륙습지, 사천 광포만과 하동 갈사만 등 연안습지, 그리고 산지습지인 밀양 재약산 사자평과 양산 천성산 화엄늪 등등 경남은 그야말로 습지 부자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이들 습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가 나온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2008년 10월 경남 창원·창녕에서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가 개최되는 데 맞춰서 펴낸 책이었다.2000년대 중반만 해도 습지와 관련된 저술은 거의 전부가 습지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습지가 얼마나 생명력이 ..

마산 도심에 남아있는 진주가도

나는 1992년 3월부터 마산에 살기 시작했다. 따라서 햇수로 18년이 되었지만, 마산 도심에 '진주가도'라는 도로가 있는 줄은 몰랐다. 내 딴엔 그래도 마산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왜 그걸 몰랐을까? 아마도 해방 후의 현대사에만 천착하다보니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내 관심이 그만큼 얕았다는 것일게다. 어쨌든 경남대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에 참여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유장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진주가도는 '창원부에서 진주부에 이르는 경남의 요로'였다고 한다. 경남의 요로는 밀양부에서 창원부, 창원부에서 진주부에 이르는 길이었는데, 원모습은 개항기와 일제 초기까지 존속되었고, 일부는 오늘날까지 잔존해 있다. 지형상 대부분 고개를 통해 연결되는데, 밤밭재, 마재 등으로 통한다. 마재라면 ..

술의 도시에 남아있는 일제시대 술공장

도시로써 마산(馬山)의 역사는 짧다. 가야와 신라의 도읍지였던 김해나 경주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천년고도라는 진주는 물론 인근의 창원, 진해보다 도시 역사는 짧은 곳이다. 마산이 도시로써 본격적인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건 1899년 개항 당시 설정된 외국의 조계지로부터였다. 그래서 마산은 흔히 근대도시로 불린다. 특히 현재 경남대학교가 있는 댓거리부터 마산중부경찰서에 이르는 신마산 지역은 1905년부터 일본인 이주민들에 의해 개발된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지금도 남아 있는 일본 건물이 적지 않다. 일제 시대 일본인들에게 비친 마산은 어떤 도시였을까? 남아 있는 일본인들의 자료에 따르면 '꽃의 도시' '술의 도시'였을 것 같다. 그 내용은 경남대 사학과 유장근 교수의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마산] ..

도시마다 반드시 공장이 있어야 할까

지난 19일 내가 관리자로 있는 경남지역 메타블로그 '블로거's경남'에 '마산역사 탐방대를 모집합니다'라는 모집공고가 떴다. 글을 전송한 곳은 '옥가실'이란 필명을 쓰는 경남대 인문학부 유장근 교수의 블로그였다. "그간 간헐적으로, 또 이 블로그를 통해 시도하였던 마산 역사 중심의 도시탐방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현재의 예정으로는 토요일 오후 2시쯤에 만나 5시 반쯤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예상기간은 10주 정도이며, 격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발걸음을 떼려고 합니다." 호기심이 확 생겼다. 대개 교수들이란 누군가가 다 준비해놓은 자리에 '초빙'받아 강연을 해주고 사례를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장근 교수는 자신이 직접 사람을 모으고, 주말 오후 시간을 몽땅 투자해 역사 탐방 가이드를 자처한 ..

노무현의 마지막 강의, 어떤 말 남겼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대중과 함께 했던 마지막 강의는 언제, 어떤 내용이었을까? 노무현 공식홈페이지였던 '사람사는 세상'의 '봉하사진관'과 '봉하영상관'에는 2008년 12월 5일 방문객 인사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 마지막 영상의 제목은 "따뜻해지면 인사 드리러 나오겠습니다"였다. 하지만 그날 대중과의 만남은 당분간 이별을 고하는 의식이었을뿐 그의 생각과 철학을 밝힌 강연은 아니었다. ◇"길게 보자. 포기하지 말자" = 대중 앞에서 강연을 한 것은 그보다 2개월쯤 앞선 10월 12일 진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을운동회' 격려사가 마지막 영상기록이다. 경남노사모가 주관했던 그날의 운동회는 노사모 외에도 시민광장, 국민의 힘, 라디오2..

돈안되는 인문학강좌, 돈내고 들어보니…

정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돈을 많이 벌면 과연 행복한 것일까? 잘 모르긴 하지만, '인문학'이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는 학문인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돈'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본주의에선 '인문학'이야말로 정말 '돈 안되는 학문'이며, '반(反)자본주의 학문'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돈이 곧 행복'이라는 명확한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가치질서를 교란시키려는 '불순한 목적'이 없고서야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대학에서조차 사멸(死滅) 위기에 놓인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선 '돈이 되는 인문학을 해야 한다'는 궤변(詭辯)까지 나오고 있다. 인문학으로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친다면 그게 과연 ..

어려운 시대일수록 인문학이 필요하다

얼마 전 대전민주언론시민연합에 강의차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대전민언련은 사무실을 '시민아카데미'라는 단체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시민아카데미'는 학부모를 위한 각종 강좌라든지, 일반 시민의 교양을 위한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꾸준히 하는 말 그대로 시민교육단체였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니 상당히 유용한 게 많더군요. 우리 지역에도 그런 단체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산YMCA가 모처럼 돈(?)은 되지 않지만, 아주 유익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네요. '수요인문학 강좌'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런 저런 실용적인 강좌가 넘쳐나는 시절에 기본을 생각해볼 수 있는 질 높은 강좌가 개설돼 반가운 마음입니다. 이런 강좌에 수강료를 5만 원씩 내고 과연 몇 명이나 신청할런지도 흥미롭지만, 강사들의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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