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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9

아빠 위해 몇날며칠 고생한 우리 딸

8일 저녁 8시가 살짝 넘었을 때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딸, 무슨 일?" "언제 들어오세요?" "글쎄 많이 늦지는 않겠는데, 11시까지 가지." "히~잉 지금 오실 수 없어요?" "안 되는데, 노벨 문학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못 받아서 말이야." "노벨문학상이 뭐예요?" "아니야, 그냥 농담이야. 이따 보자." 올해 중3인 우리 딸이 이렇게 손수 전화를 걸어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보는 일은 참 드뭅니다. 보통은 문자를 보낼 뿐이지요. 이렇게 일찍 들어오라고 닦달하는 일은 더욱 드뭅니다. 보통은 몇 시까지 들어오는지 문자로 묻고 그냥 '예' 그럴 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 때 알아챘어야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술을 한 잔 마시고 꽤 취해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11시를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문을 열고..

아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아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아들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는 대학 학과로 진학하려 했습니다. 아쉽게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떨어졌음이 확인되던 날, 저도 사람인지라 맥이 풀리고 힘이 없어지더군요. 실망스럽기도 하고 좀 멍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어떨까, 생각도 됐습니다. ‘힘내자’, ‘일단 좀 쉬어’ 뭐 이런 격려 문자를 보냈지 싶습니다. 이제 한 스무 날쯤 지났네요. 조금 추슬러졌습니다. 저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아들을 두고 못 미더워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아들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한 달에 60만원만 벌어도 된다. 결혼은 하..

중3 되는 딸과 고3 졸업한 아들

1. 어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처가 쪽 결혼식이 있어서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여러 어르신 만나고 새 신랑 축하도 했습니다. 아침 7시 나서서 시외버스를 타고 오갔는데 모르는 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피곤하더군요. 그래도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저녁 6시 마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닿자마자 올해 중3 올라가는 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 저녁 돼지고기 어때?” 이렇게 말입니다. 집에서 돼지 삼겹살 구워먹을까? 묻는 얘기입니다. 우리 식구는 집에서 돼지고기 구워먹기를 오래 전부터 즐겼습니다. 다달이 두 차례 정도? 제가 주로 굽습니다. 아내랑 아이들은 두께가 3cm쯤 되는 자연석으로 구워 놓은 고기를 먹습니다. 물론 지금 아내는, 몸이 아파 꼼짝 못하기 때문에 먹지를 못합니다만. 우리 식구 넷은 그러면..

아들 장례일도 근무하신 그 분

1. 며칠 전 제가 아는 한 분이 아들을 잃으셨습니다. 뇌출혈로 머리를 다쳐 쓰러졌는데, 병원 중환자실에서 되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한 주일만에 산소마스크를 떼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40대 초반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내 한 분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유족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어디 제조업체에서 직장 생활을 했나 봅니다. 제가 아는 그 분은 산소마스크를 떼는 날 오전에 아들 임종을 했습니다. 점심 때 얘기를 전해 듣고 마음이 참 안 되었습니다. 천붕(天崩)이라는 말, 아십니까? 어버이가 세상 떠났을 때 이 말을 쓴다지요. 하늘(天)이 무너지는(崩) 듯하다고……. 어느 죽음이나 슬프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굳이 그 크기를 견주면 어버이보다는 자식의 죽음이 더 할 것입니다. 자식이 죽었을 때 어버..

꿈에서도 시험 치는 우리나라 고3들

어제 9일, 제주도로 출장을 갔습니다. 저로서는 세상 태어나서 처음 하는 제주도 나들이였습니다만, 제가 회의를 주관해야 하는 처지라 긴장만 잔뜩 됐고 감흥은 별로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출장을 가기 앞서 고3 아들 현석이를 깨웠습니다. 지금은 수능 시험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입니다. 아침 6시 40분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씻고 아침 먹고 7시 30분까지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현석은 잘 일어나지지가 않았습니다. 몸을 흔들어도 눈조차 잘 떨어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몇 차례 흔드는데, 현석이 잠꼬대를 하는지 무어라 중얼거렸습니다. 귀를 기울였더니 무슨 “4번, 4번” 그러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래 제가 “아들! 지금 시험 치는 거냐?” 그랬더니 이 친구가 눈..

아들 위해 술심부름을 했다

“세상 살다 보니 그런 일도 다 있네 그래.” 그렇습니다. 진짜 생각도 못한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즐겁기도 하니 이게 이상한 노릇입니다. 고3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방학을 맞아 그림을 공부하러 서울에 갔습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이 쉬는 바람에 이틀 한도로 4일 새벽 창원 집으로 왔습니다. 4일 밤 지면평가위원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들 녀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술 좀 사 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받았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들이 아버지한테 술심부름을 다 시키다니……. 곧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왜 술을 사 달라느냐고 물었겠지요. “아빠 있잖아요, 수능 치기 100일 전이에요. 친구들이랑 마시려고요.” 그래 제가 “그러면 니가 사면 되지, 왜……” 하고 물..

아들 자랑도 하다

아무리 물어도 모기를 잡지 않는다 지난해 어느 날, 길 가다가 동네 꼬마들이 장난삼아 벌레를 죽이는 모습을 봤을 때로 기억됩니다. 아들 녀석에게 이렇게 제가 물었습니다. “아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아들이 답했습니다. “아빠, 저는요, 여름에 모기가 물어도요, 모기를 잡지 않아요.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저는 이 때 아들한테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였습니다. 첫 번 충격은 다섯 해인가 여섯 해인가 전에 찾아왔습니다.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면서 “한 달에 60만원만 벌어도 좋아요.”, 이어서 이렇게 벌면서 결혼하면 상대방을 힘들게 할 테니까 “결혼은 안 할래요.” 했습니다. 아들은 그림 그리는 대학 학과를 가려 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인은 않고 회화를 하겠답니다. 회화는 보는 사람 눈..

아들에게 배운 "나에게 거짓말을 해 봐"

"그의 거짓말도 사랑해" 며칠 전 아침 자동차를 함께 타고 가는데 아들 현석이가 “그의 거짓말도 사랑해.”라고 노래하듯이 흥얼거리기에 물었습니다. “노래냐?” “무슨 노래냐?” “힙합이냐?” “무슨 사연이 있는 노래냐?” 아들이 답했습니다. “노래 가사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는데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너 참 예쁘다.’ 그래요. 사귀다가 결혼하자고 그래요, 별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요. 같이 살면서 마흔이 되는 해에 바람을 피워요. 그래서 빚을 졌는데 사업에 실패해 그랬다고 거짓말하고 노름으로 돈을 날린 뒤에는 또 강도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해요.” “여자는 파출부를 나가요. 생고생을 하다가 암에 걸려 죽을 지경이 됐어요. 거기다 대고 이 남자는 또 마음에 없이 ‘사랑한다.’고 그래요. 이 여자는 그..

아들이 낯설어 보일 때

지난 15일 새벽,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배가 쥐어뜯듯이 아파서 밤새 변소를 들락날락 했는데 정작 똥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 ‘병원 응급실로 갈까?’ 물었더니, ‘날 밝아져서 병원 문 열면 그 때 가요’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왜, 별로 아프지 않아서?’ 다시 물었더니 이 녀석 영화 ‘친구’에 나오는 이름난 대사 ‘쪽팔리잖아요!’ 했습니다. 어찌 됐든 이리저리 해서 병원에 찾아갔더니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라 했고 초음파검사를 받아봤더니 맹장염이라 했고 그래서 급기야 수술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들은 그날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고 나왔습니다. 저는 그날 아픈 아들 침대 아래 자리에 누워 밤을 보냈습니다. 아들은 저더러 ‘집에 가 주무세요’ 그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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