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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서 볏짚 먹는 소와 수레 끄는 일소

요즘 소 가운데는 공장에서 만든 사료를 먹지 않고 자라는 소는 매우 드뭅니다. 한꺼번에 무리지어 놓고 기르지 않는 소도 마찬가지 매우 드뭅니다. 모두 소고기 전단계로만 보지 일하는 일꾼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볏짚이나 콩깍지 같은 여물을 먹고 옛날 외양간이나 마굿간에서 자라는 소가 그래서 저는 아마 사라지지 않았겠나 여기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남 거창에서 봤습니다. 2012년 10월 3일입니다. 이 녀석은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바닥이 질퍽거리지도 않았고 먹이도 아주 깨끗한 볏짚이었습니다. 여물통도 아주 깨끗하고 멋졌습니다. 마을길을 스윽 지나가는데,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소가 안으로 보였습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갔더니 마루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이라 사진..

현실 아니라 추억으로도 살아지는 나이

우리는 이미 축산이 농업이 아니라 공업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소든 돼지든 이제는 모두가 공장 같은 공간에 갇혀서 공장에서 만든 사료와 공장에서 만든 약품을 먹고 공장 같은 배급 경로를 거친 물을 마십니다. 소나 돼지가 갇혀 있는 공간은 좋지 못한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에 비닐로 두 겹 세 겹 감싸 차단하고 심지어는 지붕과 벽을 온통 콜타르로 칠갑을 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과 같은 풍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황순원의 에 나오는, 그러니까 송아지 코뚜레를 꿴다든지 아니면 송아지가 꼬리를 뻗치고 내달린다든지 또는 콩깍지를 잔뜩 넣어 여물을 끓인다든지는 저 같은 사람 기억에만 있지 현실에는 있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3월 23일 창녕군 장마면 대봉리 들머리 방죽에서 소와 송아지를 만났습..

‘워낭소리’에 들어 있는 여성 차별

그저께 아들이랑 딸이랑 함께 ‘워낭 소리’를 봤습니다. 보고 나서 저는 아이들한테 싫은 소리를 좀 들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여태까지는 아버지가 가자 해서 가 본 영화가 대체로 좋았는데) 아빠한테 신뢰가 무너졌어요.”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우리 가운데 재미있게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불편했고, 고3 졸업한 아들과 중3 올라가는 딸은 이런 게 무슨 영화야,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보고 난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 “‘워낭소리’는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군.” 1. 40대와 50대의 고향 떠난 향수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① 고향을 떠난 40대와 50대(어쩌면 30대 후반-그러니까 74년생까지도)의 대책 없는 향수를 겨냥한 영화다.(농담삼아 말하자면, 딱 이명박 수준이다...

인간 잔인함의 뿌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1. 모든 사람은 무지할 때 잔인하다 어린 시절 기억입니다. 잔디밭에서 땅거죽을 파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마당 한 쪽 구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땅 속에는 개미집이 있습니다. 개미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개미집을 손에 든 나뭇가지 따위로 이리저리 들쑤셔 놓습니다. 개미들은 난리라도 난 듯이 갈팡질팡합니다. 저는 또 침을 뱉거나 오줌을 누거나 해서 물 속에서 개미들이 허우적대는 꼴까지 들여봅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개미들을 발로 쓱 뭉개고 일어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란 시점입니다.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꽁지에다 화약을 박아 넣고 불을 붙이고는 날립니다. 자유를 얻은 잠자리는 좋아라 날아갑니다. 날아가다가 화약이 팍 터질 때 잠자리도 터져 죽습니다. 어린 저는 그렇게 터지..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이 물음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넘쳐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데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전염병 터지면 곳곳서 짐승 떼죽음 소는 조금 다릅니다만, 돼지나 닭이나 오리 따위는 한꺼번에 죽임을 당합니다. 광우병에 걸린(또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소는 고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억지로 아닌 것처럼 해서 어떻게든 내다 팔 궁리를 하지, 모조리 죽여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다고 하면, 둘레 일정 범위에 들어 있는 닭과 오리는 죄다 죽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돼지 또한, 구제역(口蹄疫)이나 돼지콜레라가 생겼다는 말만 나와도 비슷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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