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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6

비춰볼 결심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대학 폐교도 모자라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 30년 동안 애써왔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태어나지 않으면, 나라 바깥에서 구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정치..

망한 절터가 내뿜는 씩씩한 기상 정체는?

1. 합천 황매산 모산재와 영암사 절터 합천 모산재 아래에는 영암사 절터가 있답니다. 이를테면 폐사지(廢寺趾)인 셈인데, 그러나 망한 절터답지 않게 스산하지도 않고 을씨년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그 기상이 참 씩씩하고 아름답습니다. 절터가 씩씩한 까닭 가운데 하나는 남아 있는 물건들이 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돌 축대가 층층이 쌓여 있어 힘이 느껴지는데다 쌍사자 석등이나 삼층석탑, 금당터 축대 연꽃 문양이나 해태 모양들, 탑비 거북들이 살아 있는 듯이 꿈틀거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까닭은 배경을 이루는 모산재 덕분이라 해야 옳겠습니다. 모산재는 영암사 절터를 감싸고 있습니다. 소나무 노각나무 참나무 따위로 푸르거나 울긋불긋하게 우거진 산이 아니라, 깎아지른 바위가 밝은 빛을 뿜으며 줄을..

가본 곳 2009.10.18

짐승 똥과 오줌이 사라지는 신기한 축사

1. 옛날, 지독했던 돼지우리 제게는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2002년 경남 사천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들어갔더니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둘러보니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 이리저리 둘러보니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냄새의 원인은 돼지 우리였습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돼지 우리들은, 지붕과 벽이 콜타르 칠이 돼 하나로 붙어 있었고 창문 비닐 비료 포대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그래 호기심에 문 틈으로 안을 엿봤더니, 돼지들이 그야말로 몸을 돌릴 여유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 이 돼지들을 '꿀꿀'거리지 않았습니다.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습니다. "꽤애애액, 꽤애액' 이렇게 말입니다. 돌아나왔습니다 보기 ..

우리도 돼지 저금통 뜯었거든요 ^.^

김주완 선배(정확하게 말하자면 선배랑 같이 사는 형수)가 저금통을 깼다는 글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화들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도 몇 달 전부터 저금통을 깨 봐야지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까닭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 중3 딸 현지 저금통은,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깨어진 채로 오랫동안 까만 비닐봉지에 싸여 있습니다. 제 저금통은 이미 꽉 차서 동전 하나 밀어넣을 틈조차 없는 지경이지요. 현지 저금통은 왜 깨졌을 때 일찌감치 바꾸지 않았느냐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 저금통도 깰 때가 다 돼서, 깨면서 같이 바꾸지 뭐,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늘 생각난 김에 갈랐습니다. 저는 2007년 10월인가부터 이 돼지 저금통에 돈을 넣었습니다. 그 때 집에 있던 돼지 저금통..

인간 잔인함의 뿌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1. 모든 사람은 무지할 때 잔인하다 어린 시절 기억입니다. 잔디밭에서 땅거죽을 파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마당 한 쪽 구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땅 속에는 개미집이 있습니다. 개미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개미집을 손에 든 나뭇가지 따위로 이리저리 들쑤셔 놓습니다. 개미들은 난리라도 난 듯이 갈팡질팡합니다. 저는 또 침을 뱉거나 오줌을 누거나 해서 물 속에서 개미들이 허우적대는 꼴까지 들여봅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개미들을 발로 쓱 뭉개고 일어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란 시점입니다.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꽁지에다 화약을 박아 넣고 불을 붙이고는 날립니다. 자유를 얻은 잠자리는 좋아라 날아갑니다. 날아가다가 화약이 팍 터질 때 잠자리도 터져 죽습니다. 어린 저는 그렇게 터지..

우리가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어쩌다 이토록 잔인해졌을까? 이 물음은 이 세상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넘쳐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데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전염병 터지면 곳곳서 짐승 떼죽음 소는 조금 다릅니다만, 돼지나 닭이나 오리 따위는 한꺼번에 죽임을 당합니다. 광우병에 걸린(또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소는 고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억지로 아닌 것처럼 해서 어떻게든 내다 팔 궁리를 하지, 모조리 죽여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다고 하면, 둘레 일정 범위에 들어 있는 닭과 오리는 죄다 죽음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돼지 또한, 구제역(口蹄疫)이나 돼지콜레라가 생겼다는 말만 나와도 비슷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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