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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4

절정이 지나가버린 목련꽃을 보며…

김훈의 글을 읽으면서 탄복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화려찬란한 입심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나는 발버둥이쳐지지 않는 발버둥이를 버둥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처럼, 말장난에 그치는 때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글에는 김훈에게 고유한 숨결과 손결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22쪽, '꽃피는 해안선' 부분입니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오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

김훈이 내세에서 만나자고 한 선암사 뒷간

3월 12일 아침,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자 갑자기 똥이 마려웠습니다. 뒷간을 찾아들어갔습니다. 기와를 이고 마루도 잘 깔려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이었습니다. 오른쪽은 여자 왼쪽은 남자로 나뉘어 있었고 꽉 막혀 있지 않았으며 그래서 안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마주치면 좀 겸연쩍을 것 같았습니다. 나뉜 공간은 허리와 어깨 사이 높이에서 툭 트여 있고 앉아서 똥을 누면서 보니 얼기설기 세로 지른 나무 사이로 바깥 풍경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여유를 부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래로 아득한 깊이에서 똥들이 휴지랑 뒹굴고 있는 양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자치 잘못하면 빠질 것만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닦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누구에게선가 김훈이 여기 이 선암사 뒷간을 두고 쓴 글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

가본 곳 2010.03.18

김훈 박완서 신경숙 등도 틀리게 글 쓴다

'우리말의 달인'이랄 수 있는 소설가들, 그렇지만 그이들도 잘못 알거나 또는 모르고 쓰는 잘못된 표현들은 없을까요? 그이들의 잘못된 문장 표현을 사정없이 헤집는 글이 한 문학 잡지에 기획 연재되고 있어 여러 사람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계간 이 2008년 봄호부터 연재해 올 봄호로 다섯 번째를 맞은 문학칼럼 '권오운의 우리말 소반다듬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권오운(67)은 66년 등단한 시인입니다. 시집 말고도, 따위를 펴낸 바 있답니다. '소반다듬이'는 사전에 '자그마한 밥상 위에 쌀이나 콩 따위 곡식을 한 겹으로 펴 놓고 뉘나 모래 같은 잡것을 고르는 일'이라 돼 있습니다.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나 낱말을 걸러내자는 얘기입지요. 2009년 봄호 '소반다듬이'는 "'초가를 올린 토담집'은 이층집인가?"..

과학 선생들한테 된통 당한 국어 선생

1.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아닙니다만, 김훈이 쓴 소설 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부역을 나온 백성들이 일을 끝낸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로 줄 칼(환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대장장이 백성들이 검명(劒銘)까지 새기겠다 나서는 바람에 장군이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라고 글을 적어주기까지 합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백성들 장군에 대한 믿음과 장군을 받드는 마음과 왜적을 물리치자는 간절한 소망과 이순신 장군의 굳건한 충심이 도드라져 보이는 국면입니다. 김훈은 이렇게 썼습니다. “그 때, 나는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염(染)하고 싶었다. 김수철은 글씨를 말아들고 물러갔다. 새 칼은 나흘 뒤에 왔다. 칼집에 자개를 박아 용무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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