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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교육헌장 3

40년 전 국민학생 시절과 독재자 박정희

나는 박정희가 싫다. 5·16군사쿠데타, 10월유신, 계엄령·위수령, 비상사태·긴급조치, 중앙정보부, 공포통치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객관 사실 때문에도 그렇지만 개인 경험만으로도 나는 박정희가 너무 싫다. 나는 1963년 생이다. 1970년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박정희는 이태 전인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발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박정희는 전체주의에 따라 사회 모든 분야를 군사화했다. 그것은 조그만 시골 국민학교 교실에까지 관철되고 있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입학식 하는 첫 날, 배우지도 듣지도 못했기에 교문을 그냥 지나쳤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불러 세워 엄한 얼굴로 꾸짖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때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 뒤 학교 생활에..

이젠 독재의 증거물이 된 '국민교육헌장'

모처럼 아침 산책을 나가봤다. 집앞에서 보이는 산을 따라 걷다보니 저절로 산호공원이라는 델 오르게 됐다. 말이 좋아 '공원'이지 규모가 작아 인근 주민들이 아침 운동삼아 오르는 곳일뿐 일부러 놀러 갈만한 곳은 아니다. 인근에 사는 나로서도 참 오랫만에 찾은 곳이다. 산정에 충혼탑이 있는 공원이라서인지 이런 저런 비석과 조형물들이 많다. 마산과 이런 저런 관계가 있는 시인들의 시비도 있다. 그런데 오늘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석물이 하나 있었다. 박정희가 국민을 '황국신민'쯤으로 보고 만들었던 '국민교육헌장'이 빼곡히 검은 돌에 음각되어 있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에서부터 "서기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

졸업식 노래의 국가주의와 연고주의

1. 며칠 전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예식장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신랑이 들어오고 나서 신부가 들어왔습니다. 신랑이 먼저 들어와 있다가 신부를 맞이합니다. 친정아버지에게서 신부를 건네받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만, 까먹고 있다가 문득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여자에게 주어지는(또는 주어졌던) 삼종지도(三從之道) 말입니다. 삼종지도는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입니다.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해서는 남편, 남편이 죽고 나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도리이지요. 결혼식에서, 신부가, 친정아버지의 손에서 신랑의 손으로 넘겨지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삼종지도를 떠올리고 여자의 피동적인 처지를 한탄하곤 했습니다. 그래 이런 틀을 깨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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