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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5

거대한 여관 - 학교가 학교폭력의 주체다?

어제 11일 금요일은 제가 사는 동네가 하루종일 시끄러웠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내서여고에서 운동회(체육대회였는지도 모릅니다)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재잘거리고 고함지르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학교에서 한 50m 떨어져 있는 구멍가게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시끄럽기 시작하더니 대략 10시가 넘어서니 거의 자지라지는 수준이 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12층 아파트에서 현관문을 열고 바깥에 나가 내려다봤더니 아이들이 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의 움직임과 아이들 몸놀림에 따라 터져 나오는 함성이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그랬습니다. 아이들 춤출 때도 소리가 쨍쨍 울렸고요 이어달리기를 할 때에는 함성이 단발에 그치지 않..

자연에 대한 삽질과 아이에 대한 매질

1. 삶터가 망가져도 떠나지 못하는 동물들 사람들이 종종 착각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연 생태가 망가지면 거기에는 동물이 얼씬도 하지 않는 줄 아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굴착기가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삽질을 해대면 노루나 고라니 멧돼지 같이 거기서 살고 있던 동물들이 그냥 자리를 뜨고는 돌아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 셈입니다. 그런데 낙동강 강변으로 걸어들어가 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망가진 자연 생태에서도 동물은 살고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망가진 땅으로 들어와 돌아다닌 자취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자취를 물끄러미 내려보면서, 자연 생태가 망가졌어도, 자기네 삶의 사이클에서 망가진 그 땅이 바로 필요가 없어져 떼어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

비실비실 소나무에 솔방울 많은 까닭은

아침 일찍 산에 갔습니다. 날씨가 흐렸습니다. 이른 시간대다 보니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산길은 호젓하기만 했습니다. 으스스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꼬이는 산길을 따라 걷다가 등성이를 하나 넘으니 내리막길이 나왔습니다. 이제야 고개 들고 나무들을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다 보니 군데군데 솔방울 잔뜩 달고 있는 소나무들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웅장하지 못하고 이파리가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아픈 모양입니다. 옛날 같으면 ‘뭐 저렇게 비실거리면서도 열매는 참 많이 매달고 있네, 이상도 하지. 나무한테도 무슨 욕심이 있나?’ 이랬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러지 않습니다. 2002년과 2003년 우리 ‘경남도민일보’에 ‘최송현의 숲과 나무’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부산대학교와 통합..

일제고사 날 학교 가겠다는 딸

12월 19일 중학교 2학년 다니는 딸 현지랑 책방에 들렀습니다. 가는 길에 현지가 “아빠 나 이번에는 시험공부 안할 거예요.” 이랬습니다. 저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이야?” 물었겠지요. “성취도 평가 시험을 친다는데요, 선생님들이 ‘학교 등수까지 나오니까 열심히 해라.’ 이래요. 그런데 범위가 1학기 처음 배운 데부터라서 공부하려니까 짜증스러워요. 저는 오히려 중3 돼서 배울 내용이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책방에 가서는 교과 참고서로는 ‘중3’을 골랐고, 학교 공부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라는 소설책도 샀습니다. 현지는 그 책을 밤새 읽고 이튿날 학교까지 들고 가 읽었습니다. 어제 22일, 아들 만나러 서울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생..

왜 아등바등 서울에 사세요?

우리나라 대중교통업계에서 최고의 소비자를 뽑아 주는 상이 있다면, 아마 내가 받아야 할 것이다. 아예 자가용 승용차를 가져본 적이 없는데다, 워낙 많이 싸돌아다니기 때문에 버스나 기차, 택시업자에겐 최고의 고객이다. 정확히 따져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쓴 대중교통요금만 모으면 아파트를 몇 채 사고도 남았을 것이다. 특히 택시는 최소 하루에 서너 번은 탄다. 모르긴 몰라도 마산·창원의 택시 기사 중 지난 17년간 한 번쯤 나를 태워보지 않은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구면인 기사님들도 꽤 있다. 지역에 오면 삶이 윤택해진다 자주 다니는 서울이나 대전, 진주, 남해도 그렇다. 나는 타지역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사납금과 만근 일수, 월수입 등을 물어본다. 그 결과 서울이나 마산이나, 대전이나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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