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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졸업한 학교 왜 30년 가까이 안 찾았을까

2월 18일 제가 졸업한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졸업한지 29년만입니다. 그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대건학교를 사랑한다면서 말입니다. 제가 졸업한 대건고등학교는 지금 자리 학교가 아닙니다. 저는 남문시장 지나(지금도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허름하더군요) 한 10분 걸어가면 나오는 지금 대구가톨릭대학교 건물들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성당 건물은 양쪽이 잘려 있었습니다. 다른 건물들 들이세우느라 그랬겠습니다. 제가 고3 시절을 보냈던 별관 건물은 없어지고 다른 건물이 있었습니다. 앞에 있던 연못도 사라졌습니다.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동상은, 그대로였지만, 그 사이 김대건 신부가 복자에서 성인으로 승격하는 바람에 '복자(福者)'가 '성(聖)'으로 바뀌어 ..

'징계'로 시작해 '엄중 경고'로 끝난 2010년

돌이켜보니 지난 2010년이 제게는 '징계'로 시작해 '경고'로 끝난 한 해였습니다. 징계는 경남도민일보에서 받는 '1호봉 강하'이고요, 경고는 연말에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답니다. 징계로 호봉이 깎이는 바람에 한 달에 1만 몇천원씩 한 호봉에 해당하는 돈이 퇴직할 때까지 다달이 적게 주어지게 됐고, 경고와 관련해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느라 경남 선관위 2층 조사실로 불려가는 일도 겪었습니다. 아쉽지도 않고 잘못됐다 여기지도 않지만 하지만 '징계'와 '경고' 모두 제가 스스로 불러들인 것과 마찬가지이니 그렇게 아쉽거나 잘못됐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냥 한 번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2010년 제가 한 일을 한 번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갈래가 되겠습니다. 하나는 김주완 선배 편집..

요즘 와불상에는 왜 차별과 욕심이 있을까

경남 사천의 백천사에 가면 자칭 '세계 최대 와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세계 최대 세계최고 세계 최다 세계 최초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는 말도 있지만, 부처님 세상에 최대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머리에 '와불(臥佛)'이 들어와 자리잡은 것은, 아무래도 전남 화순 운주사 와불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풍문으로 전해들은 운주사 천불천탑과 그에 어린 전설이 그것입니다. 운주사 으뜸 와불이 일어서면 세상이 뒤바뀐다 했습니다. 없고 가난한 이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이야기입니다. 돌로 만든 와불이, 그것도 땅 속 깊이 뿌리가 박힌 바위에 새긴 와불이 일어설 리는 없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런 와불이 일어설 정도로 ..

도로는 거대독점자본을 위한 빨대다

아름답게 포장된 길의 이미지 우리에게 길은, 철학이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포장돼 있기가 십상입니다. '도반(道伴)'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런 느낌이 물씬 묻어납니다. 도반은, 같은 길을 가는 짝이나 함께 도(道)를 닦는 벗이라고 해석되곤 합니다. 여기서 '길'은 사람의 일생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요, '도'는 어떤 깨달음이나 깨우침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바로 저 길은 구체성을 잃고 사라져 버리고, 아주 높은 차원에서 추상화된 길만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렇게 머릿속에 자리잡은 추상화된 길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곧바로 작동을 시작합니다. 머릿속에서 추상화된 길이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현실 속 길에 거꾸로 투영이 됩니다. 여기에서 길은 그..

설날이 진정한 새해 첫날인 까닭

기준이 다르다보니 새해 첫날로 꼽히는 날도 여럿이군요. 그냥 설날을 맞아 드는 생각을 한 번 간추려 봤습니다. 자연 현상의 시작, 동지(冬至) 옛날 처음에는 양력 절기 가운데 하나인 동지가 새해 첫날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절기(節期) 따위가 성립하기 훨씬 이전에 말입니다.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날 동지의 특성을 알아차린 때문입니다. 동짓날이 새해 첫날인 까닭은 간단합니다. 이날 해가 한 해 가운데 가장 늦게 뜨고 가장 일찍 지기에 가장 짧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날부터 해가 다시 길어집니다. 겨울(冬)의 끝에 이르렀으니(至) 이제 남은 것은 봄과 여름과 가을밖에 없는 셈입니다. 가장 짧아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길어지는 일밖에 없는 셈입니다. 그러니 새해의 첫날로 잡..

못 살고 힘들면 즐거움도 아예 없을까

역사 속에 일상 있고 일상 속에 역사 있다 85년에 여섯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옥이라면 거기 아무 즐거움도 기쁨도 없는 줄 압니다. 전쟁이 났다 해도 마찬가지 생각을 합니다. 감옥살이라든지 전쟁이 아주 좋지 않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이렇게 널널하게 지내는 처지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국면일 것입니다.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고등학교 때 읽은 전쟁 소설 가운데 산으로 대피한 남편을 위해 한밤중에 아내가 밥을 해서 찾아가는 장면이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찾아온 아내를 맞아서, 남편은 차려온 밥은 뒷전으로 물리고 아내 손목을 잡아끕니다. 산비탈 험한 데에다 자리를 깔고 부부가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도..

대통령 경호 규정이 헌법을 부정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고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지배자들은 걸핏하면 '법치주의'를 내세웁니다. 제 기억으로는 김영삼 대통령이 가장 심했는데, "모든 것을 법대로 하겠다"면서 "법을 어기는 사람은 모조리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법치주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국가권력이나 지배자가 함부로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자물쇠와 사랑, 다리와 다리 사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저도(猪島)에 가면 다리가 두 개 있습니다. 여기 저도는 돼지섬을 뜻하는 한자말인데요, 마산 앞바다 돝섬과 구분을 하려는 심리에서인지 그냥 다들 한자 소리로 읽습니다. 그래서 섬을 뭍과 잇는 다리는 '저도 연륙교'가 됐고 섬을 한 바퀴 빙 두르는 산책 또는 등산하는 길은 '저도 비치로드'가 됐습니다. 비치로드는 '바닷길' 정도로 고쳐지면 좋겠습니다만……. 자가용 자동차나 시내버스를 타고 연륙교를 지나 그냥 비치로드가 시작되는 하포마을까지 쑥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연륙교 지나기 바로 전에 내려서 걸어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아무래도 눈에 담아둘 풍경이 많으니까요. 연륙교는 두 개가 있습니다. 옛날것과 지금것 이렇게 둘입니다. 옛것은 빨간색이고 새것은 은..

대나무에 얹혀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

어린 시절 대나무 대나무를 보면 먼저 장독대가 떠오릅니다. 아버지 태어나시고 할아버지 태어나시고 어머니 시집오시고 할머니 시집오셨던 옛날 시골 우리집이 그랬거든요. 마을 뒤 언덕배기 가장 높은 데 자리잡고 있던 우리집은 뒤에 병풍처럼 대숲이 우거져 있고 그 바로 앞에 장독대가 있었습니다. 장독대랑 부엌은 또 붙어 있엇지요. 장독대에서 우리 어머니는 눈물 꽤나 흘렸을 것입니다.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았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밥을 짓거나 불을 때면서도 많이 울었다고 생전에 어머니가 말씀한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겨울에 더 많이 울었을 것 같습니다. 겨울 바람에 어울려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내는 대숲 소리가 어머니 울대를 타고 나오는 울음을 감춰줬을 테니까요. 대숲에 들어가 한 번 앉거나 누워 보신 적 ..

이렇게 딱 붙어 있으면 진짜 좋을까

올 8월 경북대학교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대구 복현동에 있는 경북대 교정은,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져 있기로는 이름이 나 있는 곳입니다. 이날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지나치게 더웠던 탓에 많이 돌아보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의자입니다. 나무 그늘에 놓여 있고 앞에는 담배 꽁초를 버릴 수 있는 깡통도 하나 있어서 제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 앉아서 뒤로 기대려는데, 의자가 넘어갈 듯이 삐거덕거렸습니다. 물론 제 느낌이 그랬지만, 실제로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의자 두 개가 밧줄로 묶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꽁꽁 묶이는 바람에 한쪽 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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