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로컬푸드와 슬로푸드는 어떤 관계일까

김훤주 2009. 7. 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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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푸드' 대(對) '슬로 푸드', '글로벌 푸드' 대(對) '로컬 푸드'. 패스트 푸드는 가게에서 파는 햄버거가 대표고 슬로 푸드는 집에서 부쳐 먹는 파전이 대표라 할만합니다.

글로벌 푸드는 미국에서 들어온 밀가루가 대표선수고 로컬푸드는 전통시장 한 쪽 귀퉁이에서 어떤 할머니가 텃밭에서 길렀다며 파는 푸성귀가 대표선수입니다.

이른바, 패스트 푸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는 알려진대로 '맥도날드'입니다. 이 맥도날드의 문제점과 해악을 널리 알려온 사람으로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종덕이 있습니다.

김종덕은 '슬로 푸드'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함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패스트 푸드를 물리치려면 슬로 푸드가 되살아나야 하니까, 김종덕의 이런 모습은 아주 현실에서나 논리에서나 아주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던 김종덕이 이번에는 '지역 식량 체제'의 소중함을 알리는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 푸드>(이후, 351쪽, 1만7000원)를 펴냈습니다. 이 또한 김종덕 연구와 실천의 합당한 변화일 것입니다. 한국서 슬로 푸드를 하는데, 미국산 소고기나 밀가루를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슬로 푸드는 로컬 푸드 (시스템)와 짝을 이루고, 패스트 푸드는 글로벌 푸드 (시스템)와 짝을 이룹니다. 패스트 푸드와 글로벌 푸드는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소고기가 뒤섞여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김종덕이 보기에 '먹을거리 위기'는 이같은 '세계 식량 체계(글로벌 푸드 시스템)'에서 나왔습니다. 세계 식량 체계는 세계 전체 차원에서 식량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현실을 이릅니다.

범위가 세계 전체이다 보니 먹을거리의 이동거리가 길지요. 소비자는 생산자를 알 수 없고 생산자 또한 소비자를 모릅니다. 건강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생산하고, 소비는 값싸고 편리한지 여부에 따라 이뤄집니다.

옮겨가는 거리가 길다 보니 겉으로나마 신선함을 유지하는 약품이라도 쓰지 않을 수 없고, 중간 유통과정이 복잡하니까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원산지가 서로 다른 것끼리 섞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치명적인 문제가 나타나도 그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지요.

납이 들어간 중국산 냉동 꽃게나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미국산 햄·소시지의 유통, 멜라민 분유 파동에 더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빚어진 광우병 파동이 이런 세계 식량 체계의 문제점을 단편 단편 일러주는 보기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쌀을 포함해도 25%밖에 안 되고, 쌀을 빼고 나면 그 자급률이 5%로 뚝 떨어지는 현실의 원인이자 결과가 바로 '세계 식량 체계'랍니다. 말하자면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크게는 95% 작게는 75%에 이르는 먹을거리를 이토록 '세계 식량 체계'에 맡겨 놓고도 태평하기만 합니다.

한국 사회의 먹이 사슬은 이미 '세계 식량 체계'가 '지역 식량 체계'를 잡아먹어 버렸습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현실의 이런 심각함을 모른 채 '식량 문맹'으로 살아가고…….

이같은 먹을거리 위기를 해소하는 방안은 바로 다름 아닌 '로컬 푸드'를 되살리는 데 있다고 김종덕은 이 책에서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로컬 푸드'를 되살리려는 나라 안팎의 노력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그에 대한 이런저런 진단과 비평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아시는대로, '로컬 푸드'는 지역 소비자를 위해 지역 생산자들이 생산한다. 그래서 이로운 점이 많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랍니다.(더욱이 생활협동조합으로 조직된 관계라면 더욱더 그러하겠습니다.)

농약을 적게 쓰고(또는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성장 촉진제 따위로 짧은 기간에 억지로 발육시키지도 않으며, 대형 국제 유통업체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조건입니다. 소비자는 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저런 주문도 생산자에게 할 수 있습니다.

이동거리가 짧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영양가가 높고 신선하며 오랜 시간 때깔이 나바지지 않게 하는 약품이나 방부제 등을 적게 써도 되겠지요.(안 쓸 수도 있겠고). 생산-소비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가치가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빠져 나가지 않아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로컬 푸드 시스템을 좀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거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과 슬기와 방법론이 무엇인지 궁금하거든 여기 이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 푸드>를 집어들면 됩니다.

혼자서 또는 여럿이 할 수 있는 일이 여기에 담겨 있답니다. 자기 몸뿐만 아니라, 세상과 생태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글투가 아주 읽기 쉽게 돼 있지는 않습니다. 하하.

하나 덧붙입니다. 김종덕은 사람살이에서 기본으로 의(衣) 식(食) 주(住)를 꼽는데 그 차례를 의 식 주가 아니라 식 의 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셋이 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식이 다른 두 가지 의와 주보다 그 중요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옛날 70년대에 이른바 총력안보 태세 운운하면서 군(軍) 관(官) 민(民)을 꼽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근본과 지엽말단이 무엇인지 따지면 민이 가장 앞서고 다음이 관이 되고 맨 나중이 군인데도, 군인 출신이 집권하다 보니 이렇게 전도된 말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할 때는 반드시 식(食)을 앞세우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아무렴 밥이 제일 중요하지, 어떻게 옷이 앞서겠습니까! 옷을 앞세우니까 "그래 잘 입어야지." 하면서 먹을거리는 하찮게 여기는 반면 값비싼 옷을 장만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측면도 있지 않나 반성이 됐습니다. 마치, 군-관-민 하면서 은근히 군대를 중요시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훤주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 푸드
카테고리 건강
지은이 김종덕 (이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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