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명박 대통령은 후천성 색맹이다

김훤주 2009. 7. 1. 08:31
반응형

1.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진행하겠지만 임기 안에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여러모로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미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반대하는 한'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다시 얘기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미 '위장된 대운하 사업'으로 정치사회적으로 확인이 됐는데도, "대운하는 하지 않겠지만,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므로 계속 추진한다"는 저런 언술을 어떻게 저리도 태연하게 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전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런 언술을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거짓말이라고는 여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보기에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그이 생각에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도 '대운하'도 친환경적인데, 대운하는 (이해를 제대로 못하거나 안하는) 국민들 때문에 '국론이 분열될까봐' 걱정스러워(이조차 의심스럽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사업이냐 아니냐도 중요하게 따져야 하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친환경'이 얼마나 토목족스러운 발상에서 나왔는지를 꼽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다. 토목 사업을 '친환경'으로 하겠다는 얘기일 뿐이지, 강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말씀이다.  
 
2.

이명박 대통령이 5월 5일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청와대에 불러 모아놓고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만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녹색운동·환경운동이 무엇인지 알고 하는 말인지 미심쩍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니까, 이명박이 말하는 녹색운동·환경운동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들어가면 이런 글이 있다. '4대강 살리기, 이래도 반대하시겠습니까?' 띄엄띄엄 필요한 대목을 옮겨오면 이렇다.

"4대강 살리기의 기본 취지는 강을 정비하고 댐을 만들어 자연의 거친 도전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일 뿐 어디에도 운하 건설을 위한 사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장 큰 '혐의'를 받는 보(洑)도 늘 물을 채워두는 '고정보'가 아니라 수시로 움직여 수질과 수량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가동보' 형태로 설치된다. 이를 운하용 설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러면서 "4대강 살리기는 물 관리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대한 도전이다."고 못박았다. 나는 여기서 불도저를 본다. 이 글에 나오는 '강을 정비' '자연의 거친 도전'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처' '물 관리 선진국' 따위 표현이 그 증거다.


여기서 자연은 '거친 도전'이나 해대는, 그래서 '대처'하고 '정비'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 낱말들은 그이들이 '녹색'이 무슨 뜻으로 여기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실마리 구실을 한다.


'이래도 반대하시겠습니까?'에 들어 있는 사진. 아마 청계천이지 싶다.


3.
한승수 국무총리가 6월 18일 했다는 "4대강 살리기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이것이 녹색성장의 중요한 몫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도 이런 맥락에 넣어 보면 바로 이해된다.


여기 나오는 것처럼 그이들에게 녹색성장이란, 자연에 대처하는 산업, 자연을 정비하는 산업, 자연을 관리하는 산업이 모두 들어가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포클레인과 굴착기와 불도저를 쓰는 산업이 녹색산업인 것이다.


4대강 살리기 목표 가운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가 으뜸으로 꼽히는 까닭도 이렇게 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런 글귀가 있다. "나날이 불예측성이 강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파고(波高) 앞에서 뾰족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무턱대고 흔들어댈 일이 아니다."


이 말을, 앞에 나오는 '물 관리 선진국'과 연결지어 보면 뜻이 뚜렷해진다. 그이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란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이 녹고 하늘의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는 따위 현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일이 아니다. 곳곳에 더 많이 댐을 만들어 물을 담아두는 것이다.


"상상하라! '1000일 후' 대한민국을 - [가상 스케치] 한강에 발 담그고 영산강서 뱃놀이…"에 실린 사진. 마찬가지 물놀이다.


4.
'대한민국 정책 포털'에는 "상상하라! '1000일 후' 대한민국을 - [가상 스케치] 한강에 발 담그고 영산강서 뱃놀이…"라는 글도 실려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하나씩 완성되기 시작하는 2011년 이후"를 그려본 것이다. 이렇게 굳이 출처를 밝히는 목적은, 내가 마음대로 지어낸 내용이 아님을 강조하는 데 있다.


"한강의 삼국문화권, 낙동강의 가야문화권, 금강의 백제문화권, 영산강의 마한문화권으로 강마다 특성 있는 역사문화테마공원이나 역사체험마을이 늘어나면서 강변문화관광이 한참 주목받는 요즘"이다. 한강에는 곳곳에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놓인다.


낙동강에서는,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낡은 제방을 다시 쌓"았으며 "상류 쪽에 작은 댐이 들어서고" 바로 옆에는 "저수지가 생"겼다. 아울러 "완충 저류시설이 낙동강 하류 지역에 들어서"기도 했다.

서해로 흐르는 금강과 영산강에는 저마다 공주와 부여, 나주와 목포를 잇는 "뱃길이 복원됐다." 또 "재첩의 고장 섬진강에는 자전거 관광 열풍이 불고 있"다. "금강·영산강으로부터 쭉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통해 들어온 이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섬진강 청정여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여기 나와 있는 이 그림대로 되려면,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강의 숨통만 끊고 끝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영산강과 금강과 섬진강이 흐르는 골짜기는 물론 영산강과 금강과 섬진강 사이에도 자전거 전용도로를 깔 것이다. 그래야 "금강·영산강으로부터 (섬진강까지) 쭉 이어진" 길이 되지 않겠는가. 대단한 발상이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있는 사진. 영산강 콘크리트 걷어내기만 눈에 띈다. 토목족을 위해 강을 바치겠다는 얘기다.


5.
여기에 더해 이 글은 "4대강 살리기가 가져온 녹색산업의 역동성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디지털 가상체험으로 문화·관광·생태체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4대강을 활용한 녹색성장산업은 강을 따라 곳곳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아마도, 관광을 녹색산업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관광은 녹색산업이 아니다. 관광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만만찮을 뿐아니라,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관광이 녹색산업이 되려면 사람들이 걷거나 하다 못해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한다. 생태를 망가뜨리는 시설이 없어야 하고 그런 시설을 화석에너지로 가동해도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알기에 그런 계획은 아예 있지 않다.


앞에 말한 '대한민국 정책 포털'에 있는 글 "상상하라! '1000일 후' 대한민국을 -[가상 스케치] 한강에 발 담그고 영산강서 뱃놀이…"에는 이런 대목이 곳곳에 있다. "수초가 우거진 생태하천변으로 다가가 물속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발을 강물에 담"근다. 세상에, '물속으로 이어진 계단'이라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죄다 유원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강 위에는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 수륙해안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신종 그린 X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부"시단다. 또 "전국의 강변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말끔하게 닦여" 있고, "곳곳에 '자전거 테마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유스호스텔과 피크닉장도 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처럼 강바닥을 긁어내고 공원을 만들고 갖가지 도로를 뚫고 온갖 건물을 짓고 곳곳에 댐·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다. 강을 강답게 되돌려 물이 제대로 흘러가고 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도록 하는 공사가 아니라 통째로 관광지화하고 강물을 관리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자본을 위한 개발 사업인 것이다.


이쯤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을 그만두면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 뜻이 제대로 드러난다. 정주영 아래 현대건설에서 일할 때처럼 갖가지 토목 건설을 하는 것이다. 댐도 짓고 보도 쌓고 유스호스텔도 세우고 물속으로 이어지는 계단도 만들고 도로도 닦고 테마공원도 들이세우는 것이다. 건물을 지을 때는 강바닥에서 긁어낸 자갈과 모래를 쓰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고.


6.

이런 원대한 포부를 품고 4대강 살리기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처음부터 풀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강이 살아 있는 것이다. 강이 죽어 있어야 '살리기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 전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이들은 '생쑈'를 했다. 경남도의 경우 김태호 도지사가 나서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낙동강을 내려보면서, 또 쾌속정을 타고 낙동강을 누비면서 "더럽다! 죽었다!"고 했다.

이런 착공식을 하려고, 멀쩡하게 살아 있는 강을 두고 죽었다면서 무덤에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낙동강을 조사한 바, 물이 줄어들어 다른 계절보다 오염 정도가 더한 겨울철인데도 수질은 먹는 물 기준에 가까웠으며 바닥에도 더러운 물질이 거의 쌓여 있지 않았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강을 산 채로 무덤에 집어넣으려 했다.

이처럼 본류는 문제가 없는데 지류가 더러웠다.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농업용수로 쓰고 나온 물들이 본류로 흘려보내는 곁가지 하천들이 문제였다. 4대강이 더럽다면 원인은 지류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본류만 대상일 뿐 지천·지류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왜냐, 애시당초 그이들 목적이 '강 살리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한 토목·건설 사업의 이득은 자본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그것도 독점자본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서울 용산참사도 원인은 개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철거민 농성이라는 걸림돌을 업자 대신 '제거'하다가 죽음을 부르고 말았다. 그이들 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적록색맹이다. 개발 현장에서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는 황토의 붉은 색을, 풀과 나무 따위 생명이 머금는 녹색과 구분지어 보지 못한다. 자기네 손에 묻은 피의 짙붉은 색과 저기 은은하게 흐르는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의 푸른 빛도 구분하지 못한다. 평생을 적록색맹으로 살아온 이에게 그런 합당한 구분은 초능력에 가깝다.


7.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자기가 적록색맹인 줄 모른다는 사실이다. 적록색맹이라고, 당신이 말하는 녹색은 사실 짙붉은 피 또는 붉은 황토라고 일러주면 이런 사람은 "쓸데없이 '대안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빡빡 우긴다. 여기서 그치면 그나마 나을 텐데, 나아가 윽박까지 질러댄다.


'대한민국 정책 포털'에 있는 글 '4대강 살리기, 이래도 반대하시겠습니까?'의 끄트머리는 이렇게 돼 있다. "4월 대법원이 이른바 '도롱뇽 재판'에서 천성산을 통과하는 경부고속철도 터널공사의 환경 피해를 비판하며 1백여 일간 단식투쟁을 한 지율스님에 대해 유죄 선고를 확정한 사례는 '대안 없는 비판'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경우다. 당시 환경운동 논리에 정부가 휘둘리면서 6개월간의 공사 중단과 공사비용 손실을 낳았다."


<조선일보> 따위는 공사 중단 손해액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받아 적었지만, 재판에서 따져보니 실제는 145억원이었다. 145억원도 적은 돈이 아니고 또 어쨌든 손해가 난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터널 공사로 소중한 지하수가 마구 버려지는 그런 부분은 왜 계산을 하지 않는지.


터널 공사장 한 곳에서 새는 물만 1분에 1톤씩 하루 24시간 해서 1440톤이 된다. 이는 지율 스님도 인정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인정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돈으로 치면 얼마나 될까? 1리터에 100원씩 쳐도 1톤이면 10만원이다. 하루에 1억4400만원 어치가 없어지는 셈이고 여섯 달이면 1억4400만원 곱하기 180일 해서 259억2000만원이 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계산은 아무 소용도 없다. 지율 스님 얘기대로 '생명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사는 터전이 되는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생명을 빼앗으려는 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을 때 이렇게 내뱉는 꼴이다. "좋다. 죽이지 않을 테니 그러면 대안을 내 봐라." 이 때 할 수 있는 말은 "내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뿐이다. 지율 스님의 네 차례 단식은 그 실천이었다.


'대한민국 정책 포털'에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면, 떠올리기 싫지만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히틀러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다. "거짓말도 되풀이 되풀이 되풀이 말하면 결국 모두가 믿게 된다." 적록색맹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라는 토목·건설 사업을 두고 "녹색이다! 녹색이다! 녹색이다!" 되풀이를, 모두가 진실이라 믿을 때까지 계속할 모양이다.

김훤주
※ 월간 <전라도닷컴>에 기고한 글을 며칠 사이 바뀐 상황에 맞춰 조금 고쳤습니다.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Ralf Geor (교양인, 2006년)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