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어떤 문화재가 서울로 수탈 반출됐나

김훤주 2009. 6. 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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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서울로 반출된 문화재나 유물은 어떤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체계적으로 모든 것을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살펴보니 이런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구석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경남 양산
2007년 유물 환수 추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던 양산은 일본으로 끌려나간 신라 금동관 등 일본 도쿄박물관에 들어 있는 800여 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소유로 돼 있으면서 동아대박물관과 국립김해박물관 등에 흩어져 있는 고분 출토 유물을 반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 회암사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도 절간 유물들을 되찾고자 지난해 11월 유물반환추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추진위가 되찾으려는 유물은 회암사 약사삼존도, 청동 발우, 지공화상 비편(碑片),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약사여래삼존도 등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동국대박물관, 일본 도쿠가와 미술관, 미국 뉴욕 버크컬렉션 등에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회암사는 고려 때 만들어져 조선 태조 이성계가 머물면서 최대 왕실사찰로 자리 잡았습니다만 문정왕후가 숨을 거두고 나서 유생들이 불을 질러 타버렸답니다. 회암사 완전 복원과 함께 올해 완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1000평 규모 박물관을 짓고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
강원도 원주시가 반환운동을 벌인 대상은 지광국사 현모탑과 전(傳) 흥법사 염거화상탑 같은 국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물 358호 영전사 터 보제존자 사리탑도 돌려받으려는 문화재 가운데 하나랍니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조선물산공진회(요즘으로 치면 무슨 엑스포쯤 되겠습니다) 야외 전시를 위해 서울 경복궁으로 뜯겨갔다가 그 길로 그대로 주저앉혀지고 말았습니다.
 
경북 경주 백률사
신라 불교를 위해 이차돈이 순교한 자리라는 경북 경주 백률사 문화재들은 황당하게 옮겨졌습니다. 서울이 아니라 바로 이웃에게 수탈당한 경우입니다. 일제 강점기 가져가 아직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답니다.
이차돈 추모를 위해 헌덕왕이 백률사에 세운 순교비와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28호)은 1930년 경주고적보존회(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신)가 전시한다고 가져간 뒤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소탑들. 불교신문 사진.

탑지. 불교신문 사진.


합천 해인사 묘길상탑 사리장엄구는 두 번 서글픈 운명입니다. 도굴꾼에게 당하고 나라에 한 번 더 당합니다. 1966년 소탑과 탑지 등 사리장엄구를 훔쳐간 도굴단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유물의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이 때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가 뚜렷한데도 탑지와 소탑 일체를 국가 소유로 하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져가 버렸습니다.

경기도 양평 상원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유권이 있는 보리사 대경대사 현기탑비(보물 361호)는 원래 경기도 양평 용문면 보리사 터에 있었답니다. 이구열씨가 1996년 펴낸 <한국 문화재 수난사>에 따르면 1909년 일본인 고물상이 당시 탑의 주인이던 상원사 주지 스님을 협박해 120원에 사갔습니다. 그러고는 자취를 알 수가 없었는데 1956년 서울 남산동 적산 가옥 정원에서 발견됐답니다.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대신 국립중앙박물관 재산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대구 동화사
1703년 만들어진 대구 동화사 아미타극락회상도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가 있습니다. 들어가게 된 경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1940년대 이전 도둑맞았다가 이런저런 경로를 거친 끝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짐작만 될 뿐입니다. 가로 307.5cm 세로 244cm 크기인 이 불화는 원래 동화사 수마제전 후불 탱화로 있었다고 짐작되지만 지금은 불교회화 전시실 들머리 정면에 걸려 있습니다.

'도난' 문화재들
도둑맞았다가 되찾은 문화재는 문제가 복잡합니다. 2006년 10월 서울경찰청 문화재수사전담반과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해남 대흥사 사천왕도, 나주 불회사 범종 등 도둑맞은 중요 문화재 500점 남짓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불교계는 원래 있던 절간으로 불교문화재는 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공소 시효 7년이 지났는데다 장물인줄 모르고 샀다는 이른바 '선의 취득'을 이유로 이들 문화재는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 사설박물관 등 '장물'을 사들인 이들에게 돌아갔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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