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그냥 술 한 잔 하러 오십시오

기록하는 사람 2008. 3.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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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잘 것 없는 책 두 권을 낸 바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출판기념회 안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기자는 출판기념회를 하면 안 된다"고 대답해 왔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현실적으로 취재원들에게는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일부 기자들은 책을 발간한 후 자기가 속한 신문사의 이름을 주최로 내세워 거창하게 출판기념회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신문사나 기자에게 밉보였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각종 기관·단체의 홍보실 공무원이나 직원들이 줄줄이 돈봉투를 들고 갔습니다. 그래서 책을 낸 기자는 한몫 단단히 챙기곤 했죠.

그건 엄연히 관폐요, 민폐였습니다. 까놓고 말하면 폼나게 드러내녛고 촌지를 받아 챙기는 행사가 기자들의 출판기념회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2005년 <토호세력의 뿌리>를 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연말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를 냈을 때도 전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2006년 우리회사 기자들이 공동편자가 되어 출간한 <이은상·조두남 논쟁>이 나왔을 때도 출판기념회 대신 참여한 필자들만 따로 모여 술 한 잔 하는 자축모임을 갖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가 나온 지 3개월이 다된 지금, 뒤늦게 책이 나온 걸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이 출판기념회를 하겠다고 나서는 겁니다. 당연히 저는 하지 않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이번엔 "출판기념회가 부담스럽다면 저자와 간담회를 하자"는 겁니다. 저는 "내가 무슨 황석영이나 김훈이도 아닌데, 무슨 간담회냐"고 했죠.

결국은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걸로 정리됐습니다.

28일(금) 오후 7시 창원 상남동에 있는 창원노동회관(민주노총 건물, 경창상가 맞은편) 3층에서 모였다가 인근 술집으로 갈 겁니다.  물론 돈봉투를 갖고 오시면 절대 안됩니다. 그냥 오시고 싶으면 술 마셔도 좋을만한 위장만 갖고 오십시오. (혹 주최측에서 나중에 술값이 모자라면 갹출을 할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중 마산·창원에 사시는 분도 몇 분 있는 것 같은데, 그 날 술 고프신 분은 오시면 됩니다.

술 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태진, 손현숙, 김용택, 이윤기, 이희동, 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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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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