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봉하마을 서울기자들 "취재 너무 힘들어요"

기록하는 사람 2009. 5. 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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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의 취재환경은 제가 봐도 좀 열악합니다. 우선 기사작성을 할만한 실내공간이 없습니다. 마을회관에는 빈소가 차려졌고, 다른 건물이라야 개인 주택과 묻닫힌 상점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천막 중 한 곳을 '취재기자석'으로 지정해놨지만, 언론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의 시선 때문에 그곳에 죽치기도 어렵습니다. 23일 밤에는 조중동 기자를 찾아내겠다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시민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인터넷 회선이 제공되지 않는데다, 전원을 연결할 코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젯밤 일부 기자들은 궁여지책 끝에 마을회관 앞 공중화장실 안에 있는 전원 콘센트에 노트북 선을 연결하여 전기를 받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출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기사를 작성 중인 한 서울 매체 기자의 불쌍한 모습.


문제는 노트북 선이 짧아 화장실 입구에 쪼그리고 앉거나, 의자를 구해 노천에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화장실은 끊임없이 붐비는 조문객들 때문에 계속 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남녀 화장실 이용객들 사이에 끼여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합니다.

쪼그리고 앉아 기사를 작성 중인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지금까지 기자생활 중 이만큼 힘든 취재 해본 적 있나요?"

그랬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매체 기자였는데, 소속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역시 화장실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시켜 기사를 작성 중인 기자.


어쨌든 기자들은 취재시 여러가지 특권을 누리기도 하고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봉하마을에서는 기자라고 특별대우를 받는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기자라고 하면 오히려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KBS나 조중동 기자들처럼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조중동 기자들도 여기선 잘 나가는 신문사라고 폼을 잡기는 커녕 신분을 숨기고 남몰래 취재해야 합니다. 혹시 들통나기라도 하면 어떤 봉변을 당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봉하마을 안에는 조선, 동아, 중앙일보의 제호를 붙인 노트북이나 카메라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대적으로 호사를 누렸습니다. 마을 진입로에서 마을회관으로 꺽이는 곳에 위치한 최적의 취재장소인 노사모기념관 실내에서 여유롭게 기사작성과 송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사모 회원들이 기념관 안에서 기존 언론사 기자들은 모두 퇴출시켰지만, 블로거와 아고리언은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기 때문입니다.

제가 노사모기념관 안에서 기사작성과 업로드를 하던 공간입니다.


덕분에 저와 블로거 커서 님, 고재열 님, 구르다보면 님, 그리고 부경아고라 회원인 쩌엉메이님 등 4명은 노사모기념관 안에서 편안하게 인터넷 접속을 하고,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긴 무선인터넷이 잘 됩니다.)

고생하는 기존 언론의 기자들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니들도 고생 한 번 해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욱이 조중동 기자들이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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