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블로그 운영 필수장비들 몽땅 분실하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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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큽니다. 블로그 운영의 필수도구이자, 제 손때가 묻어 있는 애장품들을 몽땅 잃어버렸습니다. 캐논 400d 카메라와 번들렌즈, 55-250망원렌즈, 캠코더, 외장하드, umid사의 Mbook 등 장비들을 한꺼번에 분실했습니다. 대략 구입비용으로 따져보니 약 260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난 이틀동안 한 번도 블로깅을 못한 것도 이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1일이었습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디지털뉴스협회와 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마산역에서 KTX를 타고자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비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저의 게으름 때문에 너무 늦게 집에서 나서 차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우산을 펴는데 정신이 팔려 카메라가방을 깜박했나 봅니다. 가방 말고도 KTX 안에서 읽으려고 챙겨나온 책 두 권은 손에 있었습니다.

가방이 어깨에 없음을 알게 된 것은 기차표 발권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순간 잠시 갈등했습니다. KTX는 2분 후 출발할 상황이었습니다. 출장을 포기하고 가방을 찾아야 하나, 가방을 포기하고 출장을 가야 하나.

결국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 안에서 전화번호가 파악되는 마산의 택시회사들에 전화하여, 무선으로 소속 기사들께 습득물 조회를 했습니다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개인택시조합에 부탁하여 1700여 명의 소속 택시기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를 날렸습니다. 문자발송 비용도 5만 원을 입급했습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광주입니다. 어제 저녁 한 토론회에 참석한 후 너무 늦어서 이곳 모텔에서 혼자 잤습니다. 이제야 일어나 씼은 후 이 글을 씁니다. 부끄럽습니다. 제 부주의가 원망스럽습니다.

카메라나 캠코더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제가 전생에서 남의 카메라와 캠코더를 빌린 후 돌려주지 않은 일이 있어서, 뒤늦게나마 그걸 갚은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장하드에 들어있던 자료들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의 인터뷰 동영상과 현대사 증언, 그리고 수많은 사진 기록물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광주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모텔에서 이 글을 씁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 5.18광주민중항쟁 희생자들의 한이 서려 있는 금남로와 옛 도청까지 걸어가볼 생각입니다. 이 정도 일로 기가 죽어 있는 저를 오월의 열사들이 보면 얼마나 한심할까요? 제가 금남로를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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