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59년만에 처음으로 합동위령제가 열립니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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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왜 돌아가셨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심정을 아십니까? 국가권력에 의해 재판도 없이 처형됐다는 사실만 알 뿐, 그 이유를 물어볼 수도, 억울함을 호소해볼 수도 없는 자식의 답답함을 아십니까?

"나는 어린 때 다른 집 아이들도 원래 아버지가 없는 줄 알았다."

1950년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를 잃은 유복자 강병현(59·경남 진주시) 씨의 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영문도 모른 채 국군과 경찰에 끌려간 뒤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학살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돌아가신 날짜도, 장소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끌려 나가신 음력 6월 12일 바로 앞날 제사를 지냅니다.

지난 4월 25일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발목잡는 한나라당 규탄집회에 참석한 진주지역 유족들. 가운데 모자 쓴 이가 김태근 회장.


이렇게 이승만 정권의 국가범죄에 의해 1950년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진주에서 불법 학살된 희생자만 12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시 아버지를 잃었던 유복자나 어린 자식들은 모두 60대, 70대 노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들은 단 한 번도 "내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소"라는 말조차 공개적으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들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주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제 지원 들을 권고했습니다. 그야말로 59년만에 처음으로 떳떳이 공개적인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오는 15일 금요일 오후 1시, 학살 이후 처음으로 진주지역 합동위령제가 열립니다. 장소는 진주시 본성동 옛 진주시청(현 진주시청소년수련관)입니다. 유족들은 1시부터 2시까지 진주민간인학살사건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시가행진을 한 후, 2시부터 합동위령제와 추모식을 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주지역 유족.


그런데, 국가기관의 위령사업 지원권고에도 불구하고 진주시장은 이번 위령제에도 이런 저런 우익단체의 눈치를 보며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해발굴작업을 해왔던 경남대박물관 이상길 교수의 말처럼 뼈에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습니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위령제에서 술 한 잔 따라 올리는 것조차 피하고 있는 진주시장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그날 위령제에 끝까지 정영석 진주시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걸 비판하는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경남지역의 신문, 방송 기자는 물론 블로거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 부디 적극적으로 취재하여 이 분들의 59년 통한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진주 민간인피학살 59주기 제1회 합동위령제
사회 : 서봉석 자문위원
일시 : 2009년 5월 15일 오후 1시

제 1부 : 사전행사 (시가행진-유족, 시민) 13:00~14:00

제 2부 : 합동위령제 14:00~15:00
 ◇ 전통제례(유교)
 -. 개제선언
 -. 헌작(초헌, 아헌, 종헌)
 ◇ 종교의례(각 10분)
  -. 원불교 - 천도독경
  -. 불교 - 창혼독경
 ◇ 추모가 - 노래패<맥박> (10분)

제 3부 : 추모식
 -. 내빈소개
 -. 국기에 대한 경례
 -. 영령들에 대한 묵념
 -. 경과보고
 -. 인사말
 -. 추모사(4명)
 -. 추모시(2명)
 -. 진혼굿
 -. 헌화
 -. 폐식

문의 : 김태근 회장(010-7284-3233), 강유실 부회장(016-586-7566), 정연조 총무(011-881-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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