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한국에선 서울 가는 길이 가장 편하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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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합니다. 제가 그걸 어제 절절하게 실감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경남 마산시입니다. 같은 경남 거창군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 수련회가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삼봉산귀농학교에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산과 거창이 같은 경남이라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차편도 자주 있을 거라 생각했죠. 어차피 저녁 모임이라 5시에 마산서 출발했습니다. 넉넉잡아 2시간 30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봤습니다.

같은 경남이라 만만하게 봤더니…

그러나 그건 엄청난 오산이었습니다. 우선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으로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이미 오후 4시10분을 마지막으로 끊기고 없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서북부경남의 중심도시인 진주에 가면 거창 가는 버스는 자주 있을 거라 생각했죠.

진주까진 딱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후 6시 10분이었습니다. 어! 그런데, 진주서 거창가는 버스를 타려니 약 4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빨리 가려고 우선 함양군 수동면까지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함양군 수동면 간이 시외버스정류소.


수동에 도착하자 이미 저녁 7시 10분이었습니다. 거기서 거창 가는 차시간을 알아보니 7시 45분에 있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기다렸죠.


거기서 거창읍까지 또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미 8시 1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창읍에서 고제면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져버리고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로도 상당히 먼 거리였습니다. 거의 2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요금도 엄청 나왔습니다. 2만 5000원을 택시비로 지불했습니다.

목적지인 삼봉산귀농학교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약 4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죠. 버스를 세 번 타고, 택시를 한 번 타야 도착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음 지도검색.


마산서 서울 가는데 KTX를 타면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같은 경남 안에서 그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참고로 마산에서 거창의 도로상 거리는 약 140km, 서울까지는 353km였습니다. 직선거리는 그것보다 훨씬 차이가 날 겁니다.

버스요금도 오히려 서울이 싸다

비용도 버금갈 정도로 나갔습니다.  마산에서 진주까지 4200원, 함양까지 6000원, 함양에서 거창까지 또 몇 천원(정확한 기억이 안남) 들었고, 택시비까지 포함해 대략 4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마산-서울 KTX는 5만 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고속버스를 타면 훨신 적게 듭니다. 일반 버스는 1만 7000원, 심야우등은 2만 8000원이니까 오히려 서울이 싸게 먹히는 셈이죠. 물론 버스를 타면 마산-서울간에도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저는 같은 경남에서 이동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물론 돌아올 땐 직통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경북 고령과 현풍을 거쳐 두 시간만에 오더군요. 요금은 1만 2000원이었습니다. 서울-마산의 일반버스가 1만 7000원이니 이 또한 50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제 불찰도 있습니다. 미리 버스시간을 체크하지 못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길과 교통편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몇 년 전 마산에서 경북 문경시의 석달동 민간인학살터에 찾아갈 때도 서울보다 훨씬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서울중심적이고 서울집중적인 생활환경을 갖고 있는지를 정말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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