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회덮밥에 반주 한 잔 어때요?

기록하는 사람 2008. 3. 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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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개 저녁을 늦게 먹습니다. 오후 5시에 편집회의가 있는데다, 회의를 마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부터 취재기자들이 보낸 기사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걸 수정 보완해서 밸류(가치)를 매기고, 면에 배치하는 일이 데스크의 일입니다. 이 일은 대개 7시30분~8시 사이에 끝납니다.

하지만 그 때부턴 편집기자와 기사배치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기사량을 조정해야 하며, 제목을 고민해야 합니다. 편집기자가 면을 다 짠 후 교정지를 갖고 내려오면 마지막 수정을 보고 편집국장에게 넘기면 데스크의 일은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바짝 신경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다음날 신문에 영락없이 오탈자나 틀린 문장, 엉뚱한 제목이 발견됩니다. 그러면 독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욕을 먹게 되지요.

대개 9시를 전후해 일이 마무리되는데, 그제서야 저녁을 먹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네 시간동안 집중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소주 한 잔이 땡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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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 산호동 요리사횟집의 회덮밥.


그 때 밥도 먹고 소주 한 잔도 할 수 있는 좋은 메뉴가 회덮밥입니다.

저희 아파트 입구에 있는 요리사횟집의 회덮밥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인데, 아저씨가 이 횟집을 개업하기 전 일식집에서 요리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리사횟집'으로 작명했다네요.

제가 이 집을 좋아하는 것은 주인 부부가 요즘 보기 드물게 친절하고 착하며 성실하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을 보는 것부터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횟집이니 회가 맛있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일식 요리사출신답게 초밥도 정말 맛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보다 회덮밥을 좋아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광어나 감성돔류의 회를 바로 잡아 충분히 얹어주는데다,  야채 또한 부드러운 양상치와 가늘게 썬 적양배추, 그리고 일반 상치를 적절히 넣어주는 게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저는 양상치를 좋아하거든요.

거기에다 고소한 참기름도 듬뿍 넣어줍니다. 여기에 새콤매콤달짝한 초장을 둘러서 쓱쓱 비벼먹으면 됩니다. 저는 밥 한 공기면 충분하지만, 양이 큰 우리 민병욱 기자가 오면 착한 여주인께서 두 공기를 넣어 곱배기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야채와 회도 더 들어가겠죠. 그래서 민병욱 기자도 이곳 회덮밥을 참 좋아합니다. 가끔 혼자 와서 먹고가기도 한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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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덮밥이 나오기 전에도 미리 안주거리가 나옵니다. 고둥과 우렁쉥이, 밑반찬은 물론이고 전복과 문어, 개불과 과메기도 나옵니다. 저는 개불과 과메기 등을 즐겨먹지 않아 주인 아저씨가 미리 뺐습니다. 민병욱 기자는 과메기를 좋아해서 보통 손님들보다 두 배로 주기도 한답니다.

회덮밥을 시키면 맑은 생선미역국 또는 매운탕도 함께 나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매운탕입니다. 생선 알과 애도 함께 넣어 끓인 매운탕도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우리 아들녀석은 이 집에서 알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알밥은 작은 거 2000원, 큰 거 5000원이고, 회덮밥과 초밥은 각 7000원입니다.여름이 다가오면 물회(1만 원)도 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물회도 특히 좋아하는데, 1인용 식사와 술안주를 겸할 수 있는데다, 국물까지 시원하게 속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집 물회는 아직 맛을 못봤는데,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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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경남도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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