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러다 김연아'표' 속옷까지 나오겠다

김훤주 2009. 4. 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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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15일 오후 있었던 일이랍니다. ‘뉴시스’에서는 제목을 “김연아 음반시장도 ‘접수’”라고 뽑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겠는데요, 저는 김연아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19·고려대)가 파이브 플래티넘 디스크상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경기 배경음악 등을 담은 앨범 ‘페어리 온 더 아이스’를 3개월 만에 5만장 이상 팔아치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앨범을 내놓은 유니버설뮤직 코리아는 16일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의 양범준 대표이사가 시상했다. 플래티넘 디스크 다섯 장이 담긴 액자를 비롯해 유니버설뮤직 새 앨범 등도 선물했다. 김연아가 배경 음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앞으로 2년간 유니버설뮤직 코리아가 발매하는 모든 새 앨범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접 앨범을 녹음하거나 제작한 가수가 아닌 피겨 선수 김연아의 이름으로 판매된 실적이라 유니버설뮤직의 영국 본사도 이례적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기업 측에서도 추가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데 클래식 시장에서는 이변”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량이 1만장을 넘으면 플래티넘 디스크다.

김연아 이름으로 클래식 디스크를 냈는데 5만 장 넘게 팔렸다, 우리나라서는 1만 장만 넘어도 대단하다 하는데 김연아 디스크는 그보다 다섯 배나 많이 나갔다, 그러니 이변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누리는 이들이 늘어났을 테니 반길 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거품’이기 때문입니다. 거품 가운데서 클래식을 즐기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생길 수 있으니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이런 ‘이변’이 왜 일어났을까요? 김연아의 드높은 인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김연아 팬 때문입니다. 팬이 많고, 또 극성스럽다는 방증이 되겠지 싶습니다. ‘정상’이라면, 김연아 인기가 높아지면 가장 먼저 피겨스케이팅 인기가 높아져야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은 뜨지 않고, 김연아와 관련된 ‘상품’들만 뜹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한 김명민이 선곡한 디스크가 플래티넘 디스크 상을 받은 것하고는 사정이 크게 다른 것이지요.

삼성 하우젠 에어컨의 김연아 광고 3탄.


김연아로 광고하거나 김연아를 후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생활건강·국민은행·매일유업·롯데칠성·아이비클럽·P&G 등 열 개가 넘는답니다. 이들 기업에서 만든 ‘상품’은 저마다 판매 신장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하우젠 에어컨 판매가 40% 늘었다고 합니다. 모델료는 경쟁 업체 절반 수준밖에 안 됐지만 효과는 20% 이상 높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4월부터 김연아 광고를 하는 매일유업은 ‘전년(前年) 대비’ 매출이 최고 500%까지 올랐다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김연아 광고 상품인 △롯데칠성 아이시스는 70% △P&G 위스퍼 생리대는 150% △LG생활건강 샤프란·라끄베르는 저마다 15·100% △J에스테나 특정 쥬얼리는 30% △뚜레쥬르 김연아빵은 10% 등으로 판매량이 늘었답니다. 이러다가는 김연아 속옷까지 나오게 생겼습니다.

김명민의 팬이 클래식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김연아의 팬은 클래식에 앞서 피겨스케이팅을 먼저 그리고 많이 사랑해야 자연스럽습니다. 돈도 좀 있고 조건이 된다면 몸소 피겨스케이팅을 하거나 해야 진짜 김연아 팬입니다.

2008년 12월 13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당에서 꽃 벼락을 맞은 김연아. 뉴시스 사진.

4월 3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51회 전국남녀 종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 선수. 강원도민일보 사진인데, 관중석이 안 보이게 찍은 까닭을 저는 비어 있기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때, 김연아가 나오지 않더라도 경기장을 찾아가 피겨스케이팅을 즐기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연아의 인기는, 그이가 아무리 예뻐도, 몸매나 얼굴보다는 피겨스케이팅이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월 3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제51회 전국남녀 종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와 1월 19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63회 전국남녀 종합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는, 지난 여러 해보다는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썰렁했다고 합니다.

특히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당은, 종합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는 120명 남짓밖에 없었지만, 2008년 12월 13일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 김연아가 왔을 때는 그야말로 입추(立錐)의 여지(餘地)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들어차 크게 대조가 됩니다.

김연아 팬들은 좀더 냉정해져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리 봅니다. 좀더 차분해져서, 무엇이 진짜 김연아를 위하고 아끼는 일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자본이 연출하는 장단에 휘둘리지만 말고, 제2·제3 김연아가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함께요.

물론 저는, 우리나라에서 피겨스케이팅이 인기 있는 스포츠가 돼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돼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고, 돼도 좋거나 좋지 않은 측면이 있고, 되지 않아도 좋거나 좋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스포츠가 프로가 되면서 망친 것이 많다고는 여깁니다만.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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