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저소득층이 부자정당 후보를 찍는 이유

기록하는 사람 2009. 4.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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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문학자이자 서평가인 강유원 박사(철학)가 마산에 왔을 때 새롭게 알게 된 개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LIV : Low information Voter'이라는 개념이었는데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정보수준이 낮은 유권자'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참 무식합니다. 조지 레이코프를 인용해 프레임이 어떠니, 인지언어학이 어쩌니 하는 글을 쓰면서도 이런 영어단어가 있는 줄을 몰랐으니 말입니다. (관련 글 : 진보는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가, 진보주의자가 읽어야 할 두권의 책)

어쨌든 그날 강유원 박사가 이 개념을 들어 '저소득층이 오히려 1% 부자 정당의 부자 후보를 찍은 이유'를 설명해주셨는데, 참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좋은 정보는 공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날 강유원 박사가 이야기한 그 부분을 그대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지난 8일 강유원 박사가 마산YMCA 인문학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유원 박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번 한겨레21에서 2월 24일자인가 거기서 '이명박을 누가 지지하는가' 조사를 했는데, 상위 0.1% 부자들이 우선 지지를 해요. 틀림없어요. 이건, 틀림없이 좋아해요. 지들하고 같은 패거든요. 계급의식이 투철해요. 그렇죠?"

"이명박 찍은 사람들은, 상위 0.1%들은 적어도 300억대 부잔데? 그들에겐 기준이 하나예요. 그 사람이 잘 생겼나, 못생겼나, 지식이 많냐, 적냐 전혀 아니예요. 돈이 많냐거든요? 돈 많은 놈이니까 성공했다. 저놈은 분명 우릴 배반하는 짓은 않을거다. 이런 생각을 하겠죠. 그러니까 상위 0.1%는 확고하게 좋아해요.

그리고 그들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를 싫어해요. 왜? 민주주의가 뭐냐면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거거든요. 말이 많아요. … 민주주의라 하는 것은 너도, 나도, 부자건 가난하건, 잘났건 못났건 다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이게 민주적인 거잖아요. 민주주의가 싫은 거야, 귀찮은 거야 그 사람들은, 그들은 그러니까 빨리빨리 의사결정을 하는 게 좋아. 상위 0.1%들은 민주주의를 싫어해, 그리고 이명박을 좋아해."



이처럼 상위 0.1%의 부자들이 이명박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도 이명박을 찍는 이유는 뭘까요? 강유원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의 42.9%가 이명박을 지지해요. 이게 굉장히 놀라운거야. 그러니까, LIV : Low information Voter라고 그래요. 정보 수준이 낮은 유권자. 이게 되게 중요해요. 월소득 200만 원 이하의 사람들이 정보수준이 낮은 유권자인데, 먹고살기가 힘드니까, 먹고사는데 지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모르고, 그러다 보니 저 사람이 어떤 줄 잘 몰라요. 그러니까 아주 단순하게 부자니까 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방법을 알겠지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그들을 지지해요. 이게 아주 놀라운 사실이야. 42.9%면, 이명박 평균지지율 30%를 훨씬 넘어서는 거야."

미국의 경우는 우리보다 심하다고 합니다. 전체유권자의 3/5에 이르는 7500만 명이 LIV에 해당한다는군요. 그래서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조지 부시를 찍었는데, 이번엔 오바바를 찍었다는 게 대단하다는 겁니다.

강유원 박사는 그들이 계급배반투표를 하지 않고 자기 이익에 투철한 권리행사를 하게 하려면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세상을 알 수 있는 공개된 기회들이 많이 있어서 그들에게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전반적으로 민도가 높아지고, 낮은 정보수준의 유권자가 줄어들면 신문에 무슨 글 하나 썼다고 해서 '친북좌파'라는 (무식한)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강유원 박사가 인문학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보는 이유인듯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것 말고도 하층민이 부자 정당, 부자 후보를 찍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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