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조중동은 목숨까지 거는데, 우리는?

기록하는 사람 2009. 3.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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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0년 신문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가 4월부터 인쇄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종이신문을 찍지 않겠다는 말이다. 대신 인터넷으로만 뉴스를 서비스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잡지인 < PC매거진 >은 물론 지역신문의 인쇄·배포 중단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 허핑턴포스트 >라는 정치 팀블로그는 < 뉴욕타임스 >나 < USA투데이 >, 구글뉴스 등 유수한 기존 언론과 포털뉴스를 제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국내 주요언론으로 떠올랐다. < 테크크런치 >라는 블로그의 RSS 정기구독자도 100만 명이 넘은 지 오래다.

종이신문만으론 더 이상 생존 어렵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지난해 촛불집회 후 소비자들의 광고주 불매운동에 열받은 나머지 한국 2위의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뉴스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디어다음' 뉴스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있다. '미디어다음'에는 일반인들도 블로를 통해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블로거뉴스'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에 송고하는 블로거 중 직업기자 못지 않은 '베스트 뉴스블로거'는 300명이 채 안된다.

하지만 '뉴스' 페이지에는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스포츠신문, 경제신문, 인터넷신문, 각종 전문매체와 잡지 등 50개가 넘는 매체에 소속된 프로기자 수천 명이 그야말로 '뉴스'를 송고한다.

직업기자들 생산하는 '뉴스'와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블로거뉴스' 페이지의 방문자 수는 각각 얼마나 될까? 엄청난 차이가 날 것 같지만 대략 '뉴스'는 평일 하루 200만 명, '블로거뉴스'는 100만 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뉴스의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블로거뉴스'의 영향력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방부, 문화관광체육부, 경찰청 등 거의 모든 정부부처도 각각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들 정부부처는 블로그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대학생 기자단이나 주부기자단을 꾸리는 등 전문적인 블로깅에 나서고 있다.

한 언론학자가 예측한 2009년 광고시장과 신문의 대응방안. 그의 제안대로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업체는 물론 정부부처의 광고도 이젠 인쇄매체를 넘어 인터넷으로 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문·방송 광고에 이어 개인블로그에 배너광고를 다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경남도 람사르총회 광고가 이미 수많은 블로그에 집행됐으며, 최근에는 경남FC의 축구경기 광고도 블로그에 붙었다. 공식 통계로도 신문 광고 집행액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온라인광고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광고시장이 신문 광고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당장 서울지역 일간지의 2월 광고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30~40% 정도 줄었다고도 한다.

이런 가운데 전국 대부분의 지역일간지는 토요일자 신문발행을 중단했고, 심지어 잘나간다는 조선·중앙·동아일보도 4~5개면을 감면했다. 어떤 신문은 독자도 모르게 신문용지 급수를 한급 낮췄다고도 한다. < 경향신문 >의 기자와 사원들 월급은 반토막이 났고, < 한겨레 >도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올해 안에 서울지역 일간지 한 두 개는 문을 닫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종이신문이라는 상품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나라처럼 '활자매체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과 예산 투입으로 몇 년을 더 견딜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신문은 죽어도 조중동이 영원히 사는 법

영악한 조중동은 이런 종이신문의 몰락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조중동은 재벌과 손잡고 방송을 삼키는 방향으로 생존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 악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이 1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그걸 발판으로 한 뉴미디어 시장 장악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은 현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허약하고 밑천 없는지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들불처럼 번지던 촛불도 간신히 끄는 데 성공했고,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언론소비자들의 불매운동도 '불법'으로 몰아붙여 차단하는데 성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다. 정권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판결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미 개인 소유가 된 방송사를 국가가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다.

따라서 그들이 살 길은 모처럼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꼬드겨 한시바삐 방송을 삼키고 뉴미디어 시장까지 선점하는 것뿐이다. 이건 정권과 한나라당의 이해도 딱 맞아떨어진다.

그들은 또한 제2의 촛불이 타오르게 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먼저 자기들의 야욕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다급하다.

조중동은 여기에 밥그릇이 걸려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디어법 개악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 목숨을 걸 것인가? 단지 '저지'하는데만 성공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이번 미디어 악법 저지투쟁을 하면서도 계속 우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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