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시민기자'를 넘어 이젠 '블로그언론'이다

기록하는 사람 2009. 2. 23. 16:42
반응형
'블로그언론'의 시대를 개척하는 정운현 이성규

블로그(blog)가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는 데 대해서는 부인할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단계를 넘어 우리나라에도 '블로그 언론'의 시대가 도래했다면, 아마도 너무 앞선 진단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 허핑턴포스트 >와 같은 정치 팀블로그가 < 구글 뉴스 >나 < 뉴욕타임스 >, < USA투데이 > 등 포털 및 기존 언론을 이미 제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IT나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많은 블로그 또한 해당분야의 신문·잡지 이상의 영향력과 수익을 자랑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언론'의 틀을 갖춘 블로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29일 정기간행물로 법인 등록을 한 블로그 언론 < 야구타임스 >(http://yagootimes.com)가 공식 창간됐고, 포털 다음(daum)과 파란(paran)이 기사를 구매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국내 최초의 기업형 블로그언론이라 할 수 있는 '야구타임스' 초기화면.


<야구타임스>는 이미 야구 전문 파워블로그로 잘 알려진 'MLB Special(
http://MLBSpecial.net)'의 김홍석씨와 '야구라(http://Yagoo.tistory.com)'의 손윤씨가 편집인 및 기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에 살고 있는 존 리(John Lee)씨가 객원기자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야구타임스 >는 블로그미디어 기업인 '테터앤미디어'(공동대표이사 정운현·한영)가 발행인을 맡아 광고 및 콘텐츠 판매와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테터앤미디어는 < 야구타임스 >를 시작으로, 곧이어 글로벌(해외소식), 자동차, 엔터테인먼트(영화, 대중음악, TV평) 분야의 전문 블로그 매체도 창간할 계획이다. 이런 시도는 분명 새로운 매체를 개척하기 위한 '실험'이다. 이 실험을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테터앤미디어의 정운현 대표이사와 이성규 미디어팀장이 21일 부산에 왔다.

정운현 대표이사(왼쪽)와 이성규 팀장.


아마도 그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블로그 언론'은 자동차나 엔터테인먼트가 끝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열린 진보'를 표방하는 < 오마이뉴스 >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운현 대표는 1984년 < 중앙일보 > 기자로 시작해 < 대한매일 >(현 서울신문)을 거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고, 이성규 팀장 역시 같은 시기 기자를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포털 '다음'을 거쳐 이 회사로 왔다. 정운현 대표는 또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에 이어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로 있던 중 현 정권의 압력으로 '사실상 해직'된 후, 곧장 테터앤미디어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들이 부산에 온 것은 부산의 블로거들과 만남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들과 직접 마주앉아 인터뷰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해운대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블로거 모임과 이어진 저녁식사, 그리고 맥주로 뒤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우선 정운현 대표가 부산블로거모임에서 한 말이다.


"야구타임스 창간에 이어 올 3~4월 중에 다른 분야의 블로그언론도 창간할 겁니다. 글로벌 다음엔 바로 '지역'입니다. 여러분이 테터앤미디어의 부산·경남판을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인터넷에 각종 정보가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어떤 지역에 가서 뭘 보고, 뭘 먹을지에 대한 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산에 대해서라면 우리가 전부 알려주마'라는 마음으로 여러분이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아마도 나중엔 부산시청에서 그 블로그를 사려고 할 것입니다. 오늘 제가 그 모티브를 던지고 갑니다. 의논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어 '토크온섹스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섹시고니'가 "섹스에 대한 블로그언론 창간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야동 사이트는 아니지만, 성과 사랑, 남과 여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의 관심사입니다. 그것도 만들 계획이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으로서의 성과 사랑에 대한 블로그언론이 될 겁니다."

그렇게 창간되는 블로그언론의 수익은 어떻게 낼 수 있을까?

"야구타임스의 경우 이미 포털 한 군데와는 계약이 끝났고, 또 다른 포털과도 계약이 곧 체결될 겁니다. 기존의 언론사에서도 기사를 쓰고 싶다는 곳이 많습니다. 콘텐츠 판매는 모두 유료로 갈 겁니다. 단돈 10원을 받아도 무료는 없습니다. 그런 콘텐츠 판매와 광고 수익, 그게 두 축이 될 겁니다."

< 야구타임스 >는 수익 분배를 어떻게 할까? 그리고 근무형태는 기존의 언론사와 어떻게 다른 걸까?

"사무실이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 각자 개인 블로그를 할 때처럼 필자가 자유롭게 취재하여 글을 올립니다. 야구타임스의 경우, 김홍석 편집인은 부산에 살고, 손윤 기자는 서울에 삽니다. 또 한 분은 미국 애틀랜타에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열심히 취재해 기사를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블로그 디자인과 구축, 광고 수주, 콘텐츠 판매 등은 모두 테터앤미디어가 합니다. 거기에서 발생한 수익은 예를 들어 회사와 필자가 가령 2대 8이나 3대 7로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회사와 필자들 간에 그런 분배규정이 있고, 또한 필자들끼리도 기사를 쓴 건수 등을 감안해 따로 분배규정이 있습니다."

테터앤미디어는 두 공동대표이사와 이성규 미디어팀장 외에 광고마케팅과 기획, 개발, 디자인, 경영지원 등 분야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블로그 구축과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IT와 패션, 요리, 부동산 분야의 블로그언론도 계속 창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이라고 할 때 가장 큰 파워를 가지는 분야라면 아무래도 '시사'나 '정치'일 것이다. 미국의 < 허핑턴포스트 >가 그 모델이다. 그들 역시 이 분야의 블로그언론에 대한 생각이 없을 리 없었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답을 묶은 것이다.


"일단 시사 분야는 가장 후순위로 미뤄놓고 있습니다. 시사와 정치의 경우, 보수냐 진보냐는 특정한 정치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면 아무래도 비즈니스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전히 시사 블로거들 중에는 진보성향이 다수이기 때문에 자칫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매체가 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그 분야는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니다."

테터앤미디어 이성규 미디어팀장.


이성규 팀장에게 "포털 '다음'이라는 좋은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이렇게 작은 회사로 옮긴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로서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생산자의 위치에 있다가, 포털에서 글을 관리하는 일만 하고 있다 보니 글쓰기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도 컸습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직장에서도 여전히 글을 쓰는 생산자의 위치는 아니다. 오히려 매체창간의 실무책임자에 가깝다. 물론 그 역시 '몽양부활'이라는 닉네임으로 자신의 블로그(http://blog.ohmynews.com/dangun76)를 통해 세계의 뉴미디어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정운현 대표 또한 '탐인'(
http://tamin.kr)과 '보림재'(http://blog.ohmynews.com/jeongwh59) 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파워블로거 인터뷰와 함께 자신의 전공분야인 현대사 인물을 조명하는 글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요즘은 백범 김구에 푹 빠져 그를 탐구하는 글을 장기연재하고 있다.

맥주집에서 거다란닷컴의 커서(왼쪽)와 이야기 중인 정운현 대표.


일단 야구에서 시작한 그들의 매체 실험이 <허핑턴포스트>를 능가하는 한국형 블로그언론 창달로 이어져 우리나라 언론지형을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아래는 지난해 11월 24일 정운현 대표이사가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신문, 방송사 기자들이 독점해오던 취재영역은 이제 둑이 무너졌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가 그 첫 도전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1인미디어'인 블로그가 새로운 도전자로 등장한 것입니다.바야흐로 전통과 역사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또 절대적 힘과 볼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매일 200만부 안팎의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권력의 상징 '조중동', 그동안 그들의 힘은 한국사회에서 '대마불패'의 신화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블로그들도 미디어로서 인정을 받는 날이 올 것있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