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이른바 '러브호텔'에 가봤더니…

기록하는 사람 2009. 2. 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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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잦은 저는 '모텔'을 좀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서울 외 지역의 모텔 시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3만 원~4만 원, 아주 비싸도 5만 원을 넘지 않는 돈으로 이 정도 시설을 갖춘 호텔에서 잘 수 있는 곳은 외국에 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제(21일)도 취재를 겸해 부산 블로거 모임에 갔다가, 오늘(22일) 오전 김해시 한림면에서 취재계획이 생겼습니다. 김해는 부산과 마산 사이에 있습니다. 어차피 밤이 늦었는데, 마산에 왔다가 다시 김해로 가는 것보단 그냥 부산에서 자고 김해 취재를 마친 후 마산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부산 사상터미널 옆에 즐비한 모텔 중 한 곳이었습니다. 처음 찾아간 모텔은  인터넷이 안된다고 하여, 그 옆집으로 갔는데, 이게 그야말로 '러브호텔'의 전형적인 곳이었습니다.


우선 시설부터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널찍한 침대가 참 좋습니다. 침대 맞은 편에 놓인 액자형 텔레비젼도 어마어마하게 컸습니다. 텔레비젼 옆에는 역시 평면 모니터의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화장대와 함게 기본적인 화장품과 헤어젤이나 스프레이, 빗, 헤어드라이기도 비치돼 있었습니다.


또 한쪽 벽에는 남녀 커플용 가운도 깨끗하게 세탁돼 옷걸이에 걸려 있었습니다.


욕실도 고급스러웠습니다. 샴푸와 린스, 목욕 물비누와 치약은 기본이고, 변기에는 비데가 달려 있었습니다. 욕조도 이른바 '월풀 욕조'랍니다. 샤워실도 '월풀'인 것 같네요. 아쉽지만 저는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그냥 아침에 머리 감고 세수만 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건, 여관에서 제공하는 1회용품들입니다. 칫솔 두 개와 1회용 면도기, 그리고 머리 묶는 여성용 고무줄,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여성용 화장품 같은 것과 함께 콘돔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냉장고 안에는 '옥수수 수염차' 한 병과 팩에 든 오렌지 주스도 있었고, 1회용 커피믹스도 있었습니다. 물 한 병까지 비싼 돈을 받는 호텔에 비해 훨씬 낫습니다.


텔레비전 옆에는 '여성의 성감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극대화하려 준다'는 '마시는 여성 전용 체음제'의 선전물도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 '최음제'의 오자가 아닐까 하는데, 카운터에 주문하라고 해놓은 것으로 보아 유료로 판매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런 걸 마신다고 최음 효과가 있다는 게 믿어지진 않는군요.



특이한 것은 침대 옆에 놓여 있는 괴상한 의자였는데, 이리 저리 뜯어봐도 사용설명서가 없어서인지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쓰이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짚히는데는 있었지만, 말로는 못하겠네요.


마지막으로 확 깨는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컴퓨터 본체 부분을 감싸고 있는 쇠사슬이었습니다. 자물쇠로 단단히 채워져 있더군요. 아마도 통째로 컴퓨터를 훔쳐가는 고객도 있는 모양입니다.


별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2009년 한국의 모텔방 풍경도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나름의 자료가 될 듯 하여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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