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 필자의 글/하태영, 하마의 下品

형법 교수가 본 금융위기의 본질

기록하는 사람 2009. 2. 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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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법학부 하태영 교수는 형법학자다. 2008년 문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형사철학과 형사정책>(법문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교수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학자이다. 사회가 대학교수를 지성인으로 대접해주는만큼 사회적 현안과 쟁점에 대해 '공공적 발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를 만났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쟁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블로그를 권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그를 통해 형법 학자가 본 정치·경제·사법·입법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로 했다.

카테고리는 곧 발간될 그의 책 제목을 따서 '하마의 下品(가제)'으로 했다. 이 글은 그의 다섯 번째 기고다. (김주완 주)

요약 : 금융위기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자본주의의 천벌이다. 모두가 계층과 상관없이 긴장하고, 또 긴축해야 한다. 분수에 넘친 생활이나 정책, 모험적 이윤추구, 그리고 과소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자각과 반성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하태영 교수

탐욕스러운 '폭탄 돌리기'의 대재앙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충격에 빠져있다. 실물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자산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투자도 안 되고, 대출도 안 되고, 소비도 안 돼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가속도 효과(financial accelerator)'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시작도 안 됐고, 2009년에는 대폭락의 장이 올 것이라고들 한다.

2005년 말에 금융위기의 1차 징후가 있었다고 한다. 2008년 2월 미국 모기지 업체 2위 회사를 비롯하여, 중소은행과 헤지펀드가 줄줄이 파산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3, 4위 투자은행도 한 순간에 공중분해가 된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미국 월가는 쉽게 돈을 벌었고, 분에 넘치게 소비해 왔다. 금융기업들도 모두 과도한 레버리지 대열에 뛰어 들었다. 경쟁에서 선점하기 위해서 신용도를 검토하지 않고 대출해 왔으며, 그 결과 신용의 붕괴를 자초하고야 말았다. 바로 이러한 탐욕스러운 '폭탄 돌리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금융위기…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본주의의 천벌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사태를 초래했고, 파생상품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인간의 욕망'과 '규제와 감독의 실패'가 만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벌써 대규모 인력 감축이 시작되고 있으며, 금융기관들의 추가 도산도 우려된다는 걱정스러운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우리나라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체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사회에서는 금융위기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통신고속도로를 타고 이미 금융 쓰나미는 진원지의 반대쪽까지 거세게 달려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경기가 하강하면, 국내 금융회사와 제조회사들의 연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계층과 상관없이 긴장하고, 또 긴축해야

우리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개인과 학교는 물론이고, 기업과 정부가 위험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일일 것이다. 모두가 계층과 상관없이 긴장하고, 또 긴축해야 한다. 분수에 넘친 생활이나 정책, 모험적 이윤추구, 그리고 과소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정말로 자각과 반성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로벗 펄검(Robert Fulghum)의 말처럼 지혜란 엄청나게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낮은 우리 주변에 항시 있는 법이다. 어느 때보다도 저축을 미덕시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글쓴이 : 하태영(동아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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