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3대가 함께 즐기는 명절오락 윷놀이

기록하는 사람 2009. 1. 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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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고향인 남해군에서는 설 전날 저녁 일찍 '그믐제'라는 제사를 지냅니다. 물론 다음날인 설날 아침에는 '떡국제'라고 하여 간단한 차례를 지내죠.

그믐제는 초저녁에 지내기 때문에 제삿밥을 먹고 나면 저녁 시간이 많이 남게 됩니다. 그럴 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오락이 바로 윷놀이입니다.

화투는 주로 어른들만 칠 수 있는 놀이문화지만, 윷놀이는 나이어린 세 살 손녀부터 중학생인 손자,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방법이 워낙 간단한데다, 역전의 묘미도 화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 손녀가 함께 모여 윷놀이 판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3대가 모여 여느 설 명절 때와 같이 윷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편이 되고, 저와 아내가 또 한편, 남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손녀들이 또다른 한 편이 되어 한 판에 3000원씩을 걸고 놀이를 했습니다.


물론 말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잘 모르는 어린 손녀는 던질 권리만 줘도 한없이 즐거워 합니다. 예를 들어 두 명이 한 편이면, 던질 차례가 되었을 때 교대로 던지면 됩니다. 세 명이나 네 명이 한 편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살 먹은 조카가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던졌습니다. '도'가 나왔지만 모두들 즐겁기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곱 살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 '리나'가 승부를 알게 되고, 자기 팀이 자꾸 지게 되자 그만 화가 난 것입니다. 자꾸 진다며 나중엔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아빠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서러운가 봅니다.

일곱 살 조카가 자꾸 지기만 한다며 삐졌습니다.


할아버지와 한팀을 이룬 중학생 사촌 오빠도 한 번 지게 되자 "리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농담을 던져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결국 젊은 시절부터 윷놀이를 많이 해봐서인지 말이 달리는 길을 잘 아시는 할아버지와 손자팀이 가장 많은 승률을 기록해 9000원을 땄습니다. 손자녀석은 싱글벙글입니다. 할아버지도 손자 돈을 따줘서 흐뭇한 표정입니다.

삐졌던 손녀가 힘차게 윷을 던지는 모습입니다.


반전과 역전의 묘미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명절오락, 역시 윷놀이였습니다.


결정적인 역전 장면을 찍지 못해 아쉽네요.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윷은 웬만한 가게에서 다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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